언젠가부터 어른들에겐 그림이 어려운 일이 된다. 평소엔 일에 치이고 쉴 때는 휴대폰만 본다. 글은 키보드로만 쓰고 그림은 내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산다. 문득 그게 슬프다면, 갑자기 미술시간이 떠오른다면 다시 붓을 쥘 수 있는 공간으로 가자. 재료가 없어도 오케이, 실력이 꽝이어도 상관없다. 커피 한 잔 마시며 편안하게 그릴 수 있는 카페가 꽤 가까이 있다. 

 

이화중심 

낙산공원을 걷다 보면 알록달록한 그림이 가득 붙어 있는 가게가 나온다. 평범한 카페인가 싶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걸린 그림이 모두 고양이를 그린 것이고, 카페의 소품 역시 고양이 모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주인이 열심히 가꾼 이곳에선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음료를 주문하면 고양이 그림도 그릴 수 있는 것. 음료와 함께 물감, 물통, 붓, 판자가 제공된다. 단출하지만 고양이 한 마리 그리기엔 꼭 알맞다. 직접 그리지 않고 카페 가득 걸린 손님들의 작품을 감상하기만 해도 좋다. 여러 사람의 손길로 이루어진 작품인 만큼, 그림 속 고양이들은 저마다 다른 매력을 뽐낸다.

주소 서울 종로구 낙산성곽서1길 18-4
영업시간 매일 10:00~19:00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lihuazhongxin
인스타그램 @ihwajungsim

 

 

피치그레이

피치그레이는 캔버스같이 하얀 카페다. 모양마저 예쁜 음료는 쟁반 대신 팔레트 위에 얹혀 나온다. 넓지 않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고객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피치그레이에서는 물통이 아닌 워터브러쉬를 제공한다. 수채화가 낯선 손님을 위한 책도 비치했다. 책에 나오는 대로 하나씩 색을 칠하다 보면 자신만의 작품이 탄생한다. 팔레트 위에 여러 색깔을 섞고, 종이에 자연스럽게 번지는 걸 바라보는 일이 요상하게 평화롭다. 그래서일까? 조용한 골목길에 있는데도 입소문이 나서 주말이면 웨이팅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주소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42길 32
영업시간 11:00 ~21:00, 연중무휴 (인스타그램 공지 참고)
인스타그램 @peach_gray

 

 

더 칼라(The Colour) 

이미지 출처 ‘더 칼라’ 공식 홈페이지

더 칼라(The Colour)에서는 전문적인 미술 재료들을 체험할 수 있다. 아크릴 물감, 과슈(Gouache), 색연필 등을 브랜드별로 갖추었다. 평소 관심은 있었지만 선뜻 사기는 부담스러웠던 다양한 재료들을 써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전시 공간 역시 알차게 채워져 있다. 그림과 음료를 함께 즐기다가 더욱 마음이 끌리면 원데이 클래스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더 칼라에서는 초보자도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도 운영한다. 더 칼라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주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5길 55 진유원빌딩 2층
영업시간 화~토 11:00~21:00, 휴일/일요일 11:00~19:00 월 휴무
홈페이지 http://thecolour.co.kr
인스타그램 @artist_thecolour

 

 

카페 화실

언제나 소란스럽고 북적이게만 느껴지는 강남역에 화실이 있다. 카페 화실은 애써 찾지 않으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 자리잡았다. 들어서면 생각보다 훨씬 넓고 아늑한 실내에 놀라게 된다. 특히 재미있는 건, 자화상을 팝아트로 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원하는 사진을 보여주면 밑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인쇄해준다. 종이를 본 따 조심스레 선을 그리고, 그 위에 원하는 색으로 채색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렵게 느껴질 때는 화실의 주인장이자 선생님께 조언을 구해도 좋다. 꼭 그림을 그리지 않더라도 카페 화실은 매력적인 공간이다. 강남역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낼 만한 곳이 어디 흔한가.

주소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1길 17
영업시간 11:00~23:00

인스타그램 @cafe_hwasil

 

Editor

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