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다크에 사는 열 살 남짓한 어린 스님과 나이든 스승은 왜 머나먼 티베트로 떠나야 했을까. 그리고 한국에서 온 감독은 왜 그들을 따라가게 되었을까.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그들의 아름다운 동행을 스크린에서 만나보자. 2017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대상을 수상하고 다수의 해외 영화제에서 먼저 극찬 받은 다큐멘터리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를 소개한다.

인도 북서단부에 위치하여 일 년 중 절반 이상이 한겨울처럼 춥고 척박한 도시, 라다크. 그러나 어느 곳보다도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주민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곳이다. 그곳에서 태어난 소년 앙뚜와 앙뚜 곁을 지키는 노스승 우르갼이 바로 영화의 주인공이다. 원래 티베트 의학 다큐멘터리를 기획했던 문창용 감독은 2008년경 티베트 전통의술을 찾아 나서던 중 인도 라다크 시골마을의 의사이자 승려인 우르갼을 알게 되었다. 당시 우르갼의 옆에는 다섯 살 동자승 앙뚜가 있었는데, 제작진은 항상 함께 하는 두 사람의 관계에 매력을 느껴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이듬해에 앙뚜가 라다크 불교협회로부터 ‘린포체’로 인정받는다. 린포체란, 전생의 업을 이어 가기 위해 몸을 바꿔 다시 태어난 티베트 불가의 고승이자 살아있는 부처로 불리는 존재다. 이른 나이에 린포체로 인정받은 동자승 앙뚜는 온 마을 사람들이 고개 숙여 기도할 만큼 특별한 존재가 된 것이다. 그런 앙뚜의 스승이자 평생을 의사로 살아온 우르갼은 자연스레 린포체를 모시는 승려로서 삶을 보내게 된다. 나이 차는 무려 60년이지만, 노스승은 어린 린포체에게 극진한 존댓말을 쓰며 정성껏 보살핀다. 한편, 영락없는 여섯 살 꼬마이기도 한 앙뚜에게는 그러한 린포체로서의 삶이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티베트 캄 사원에서 살았던 수도승의 기억을 갖고 태어난 앙뚜는 라다크 사원이 아닌 티베트 사원으로 가야 하는 운명이지만, 중국과 기나긴 분쟁으로 국경이 가로막힌 티베트로 쉽사리 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예상치 못한 앙뚜의 린포체 임명, 그로부터 더욱 특별해진 우르갼과 앙뚜의 삶에 한국 제작진이 함께했다. 어느새 다섯 살 앙뚜는 열두 살이 되었고, 동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티베트로 향한다. 제작진은 전생의 사원을 찾아 티베트로 떠나기로 결심한 앙뚜와 스승 우르갼의 동행을 고스란히 따라간다. 라다크 시골마을의 평화로운 모습부터 눈 덮인 히말라야산맥의 압도적인 풍광까지 신비로운 대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사람의 동행은 생생함을 뛰어넘어 말로 표현하기 벅찬 뭉클한 여운을 자아낸다. 믿기지 않을 만큼 힘들어 보이는 순간에 그들이 보여주는 한없는 순수함과 서로를 향한 애정은 가장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 여정을 지켜보는 카메라의 시선조차 깊은 감명을 준다.

언론배급시사회에 참석한 문창용 감독(좌)과 전진 감독(우)

총 제작 기간 9년, 인도와 티베트를 오가는 3,000km 여정의 길에 여러 감정이 피어오른다. 어린 린포체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하는 노스승의 모습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을, 그리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기 위해 많은 것을 배우며 성장하는 어린 앙뚜의 모습에서는 엄숙한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영화는 어려운 티베트 불교와 린포체 문화를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다. 라다크가 아닌 어느 곳이라도 찾아보기 힘든 두 사람의 귀중한 관계를 통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차분하고 따뜻한 숨을 불어 넣어줄 것이다. 라다크에서 담아온 소박한 각별함으로 웃음과 울음을 선사할 다큐멘터리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2017년 9월 개봉하여 3만 8천명이 관람했다.

<다시 태어나도 우리>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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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태어나도 우리>를 더 알아가는 팁

“스승님과 함께 오지 못했다면 저는 여기까지 못 왔을 거예요.”
“당신을 돕는 게 제 삶이죠.”
“스승님과 있으면 늘 좋았어요.”
“그럼 계속 모셔야겠네요.”
“고마워요.”
“그게 제가 할 일이죠.”
 
-극 중 앙뚜와 우르갼의 대화 中-

1. 영화 내내 앙뚜에게 전하는 우르갼의 말을 옮기는 자막이 존댓말로 되어 있는데, 이는 실제로 우르갼이 앙뚜에게 말하는 어조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티베트 불교 문화에서 ‘린포체’는 환생한 고승과 동등한 존재로서 극진한 존경을 받기 때문이다. 한편, 앙뚜의 학교 친구들은 린포체를 친근하게 부르며 장난을 치기도 한다.

2. 또 하나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바로 앙뚜와 제작진과의 관계다. 라다크 주민들과 달리 한국 제작진들은 고산병 때문에 힘들어했는데, 축구를 좋아하는 어린 앙뚜와 즐겁게 촬영하기 위해서는 고산병을 무릅쓰고 매일 같이 축구나 눈싸움을 해야 했다고. 기자간담회에서 문창용 감독은 무엇보다 앙뚜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열심히 축구에 ‘지는 것’이 촬영만큼이나 중요했다고 이야기했다. 뛰어다니기 좋아하는 사랑스러운 린포체, 앙뚜의 축구 실력은 영화에서 오롯이 확인할 수 있다.

3. 다큐멘터리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동명의 책으로도 발간됐다. 영화와 달리 문장으로 만나는 앙뚜와 우르갼의 이야기에서는 직접 글을 쓴 문창용 감독의 시선을 좀 더 깊숙이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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