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2016년까지 장장 7년의 기나긴 여정을 끝낸 CBS 드라마 <굿 와이프(The Good Wife)>는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 이후 더욱 진화한 페미니즘 드라마라는 호평을 듣는다. 첫 에피소드에서 주지사 선거를 앞둔 남편의 성 추문 기자 회견에 동반해 그저 옆에 서 있어야 했던 주인공 ‘알리샤 플로릭’(줄리아나 마굴리스)은 점차 유명인 남편의 부수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13년 만에 사회생활에 나서 주체적인 자아를 찾는다. <굿 와이프>는 ‘좋은 아내’, ‘좋은 엄마’라는 뜻을 지닌 제목을 넘어서서, 자의식과 독립적인 지위를 가진 여성의 역할에 관한 답을 구한다. 10여 년 전 여성의 자유롭고 독립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중심으로 다룬 <섹스 앤 더 시티>보다 한층 진화한 페미니즘 드라마라 불리는 이유다. 드라마 작가 킹 부부는 클린턴을 포함한 정치인들의 성 추문 기자 회견에 늘 빠지지 않았던 그 부인들의 언론 반응을 접하면서 스토리 콘셉트를 고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굿 와이프>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대비한 CBS의 홍보 영상

로스쿨 졸업 후 13년을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아온 주인공이 부정한 남편과의 결별 후 로펌에 신입 변호사로 취업하면서 시작되는 <굿 와이프> 시리즈는 정치 드라마, 법정 드라마, 가족 드라마의 영역을 폭넓게 넘나든다. 156개 에피소드로 장기간 제작되다 보니 IMDB에 등록된 출연자만 2,000여 명에 육박할 정도다. 그중에는 조연급으로 출연하면서 자칫 무거운 분위기에 빠지기 쉬운 정치, 법정 드라마에 감초 역할을 하는 뛰어난 연기력의 두 배우가 등장한다. 어딘가 익숙한 얼굴의 두 배우, 1980년대 영화 <백 투 더 퓨처> 시리즈로 시대를 풍미한 마이클 J. 폭스(Michael J. Fox)와 <엑스맨 2>(2003)에서 나이트 크롤러를 연기한 스코틀랜드 배우 알란 커밍(Alan Cumming)이다.

 

루이스 캐닝 변호사 역의 마이클 J. 폭스

<굿 와이프> 시즌 2부터 본격적으로 변호사로서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알리샤에게 경쟁 변호사이자 그를 고용하려는 교활한 변호사 캐닝이 등장한다. 파킨슨병으로 인한 불안정한 행동으로 배심원의 동정 여론을 끌어내며 재판을 유리하게 끌어가는 변호사 캐닝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낯익은 얼굴이다. 1980년대 영화 <백 투 더 퓨처> 시리즈, 미국 시트콤 <패밀리 타이즈(Family Ties)>로 한 시대를 풍미한 캐나다 출신 명배우 마이클 J. 폭스다. 그는 실제로 파킨스병에 걸려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마이클 J. 폭스 재단을 설립해 파킨스병 치료법을 연구하는 데 전념했다. 그러면서도 애니메이션 영화 <스튜어트 리틀>의 목소리 연기나 TV 드라마에 간혹 우정 출연하면서 연기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일라이 골드 역의 알란 커밍

주지사 선거에 나선 알리샤 남편의 명석한 정치보좌관으로 등장하여 시리즈 내내 알리샤의 후원자 역할에 나선 일라이 골드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다재다능한 배우 알란 커밍이 연기했다. 분장 때문에 금방 알아보기 어렵지만, <엑스맨 2>의 나이트 크롤러 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그는 영국과 미국을 오가며 햄릿이나 맥베스 역을 주로 맡아온 연극배우로 유명하며, 이외에도 드라마 배우, 작가, 사진작가,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작년에는 회고록 <나는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었다>를 발표하여 <뉴욕타임스> 선정 비소설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여성 및 남성과 결혼한 적 있는 양성애자인 그는 LGBT 인권, 동물 보호, 에이즈 구호 등의 자선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수상 경력이 화려한 사회활동가로도 유명하다.

<굿 와이프>의 일라이 골드로 출연한 알란 커밍

CBS는 <굿 와이프> 종방 후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예상하고 로펌 대표였던 다이애나 록하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핀오프 드라마 <굿 파이트>(The Good Fight)를 기획했다. 예상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었지만, 드라마 <굿 파이트>는 높은 평가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시즌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