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만화가이자 애니메이터이며, 콘텐츠의 자유로운 유통을 주장하는 니나 페일리(Nina Paley)의 작품은 항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시리즈 만화 <Nina’s Adventures>, <Fluff>를 연재하면서 명성을 얻었고, 애니메이션 제작에 몰두하면서 역사를 소재로 비판적 시각의 단편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2008년에는 힌두 신화를 배경으로 한 장편 애니메이션 <블루스를 부르는 시타(Sita Sings the Blues)>를 발표하면서 고섬 독립영화상(Gotham Awards)을 수상하였다. 2012년에는 가자지구 분쟁 소식을 듣고 논란의 단편 애니메이션 <The Land Is Mine>을 만들었다. 장중한 분위기의 배경 음악은 영화 <엑소더스>(1960)의 테마음악에 팻 분(Pat Boone)이 가사를 붙이고 앤디 윌리엄스(Andy Williams)가 노래한 곡이다. 이 곡은 약속의 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시오니즘(Zionism)을 표방한 데 대한, 작가의 비판적인 시각이 담겨있다.

(잔인한 장면이 나오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성경에서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약속한 땅이라는 가나안은 역사적으로 전쟁과 살육이 끊이지 않았다. 애니메이션은 2분 동안 가나안 땅을 발견한 고대인에서 이집트, 아시리아, 마케도니아, 비잔틴, 아랍, 오스만, 영국, 팔레스타인, 이스라엘로 이어지는 뺏고 뺏기는 전쟁과 살육의 현장을 생경한 그림체로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그녀의 블로그에서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26가지의 전사 캐릭터가 어떤 민족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지역에서 분쟁 뉴스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의 관심도가 커져 천 3백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화제작이다.

<This Land Is Mine>에 등장하는 26가지의 전사 캐릭터

니나 페일리는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유대교를 믿지 않는 무신론자이며, 주입과 세뇌를 통한 교화에 비판적이다. 그녀의 작품에는 환경재해, 인구과밀과 관련된 사회비판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자식을 낳지 않고 입양을 해야 한다는 ‘Child-free’ 주의자다. 또한 “Copying is not theft(복사하는 건 절도가 아니다)” 그리고 “All Creative Work Is Derivative(모든 창작은 어디에선가 파생된 것)”이라 주장하며, 저작권을 철폐해야 한다는 ‘Copyright-free’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니나 페일리

장편 애니메이션 <블루스를 부르는 시타> 제작 때도 저작권자가 요구한 배경음악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으면서 장기간 법정 투쟁을 불사하기도 했다. 또한 힌두교의 신 ‘라마’의 부인인 ‘시타’ 이야기를 다루며 힌두교를 모독하였다며 힌두교도의 항의를 받기도 하는 등, 그녀의 작품 세계는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콘텐츠의 저작권을 반대하고 자유로운 유통을 주장하는 운동가답게 그녀의 전 작품은 온라인에서 별도의 비용지불 없이 감상할 수 있다.

<블루스를 부르는 시타> 전편 감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