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거스와 줄리아는 남매 사이고, 2006년 처음 앵거스 앤 줄리아 스톤(Angus & Julia Stone)이라는 밴드명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음악도 자연스럽게 태어난 곳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라면, 시드니 출신의 이들 남매의 음악에서도 호주의 광활한 자연 풍광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쉬운 주법의 기타와 드럼, 간결한 멜로디, 나지막한 톤의 목소리로 전달하는 간단한 어구들. 어쿠스틱 사운드를 베이스로 사색하듯 연주하고 노래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이들 고향의 깊은 숲과 투명한 호수를 꼭 닮았다. 호주를 대표하는 국민 아티스트로 존재한 지 11년. 여전히 순수하고 친밀한 사운드로 귀를 즐겁게 하는 이들의 포크 팝 사운드를 느껴보자.

Angus & Julia Stone 'Paper Aeroplane' MV

밴드의 데뷔 EP 수록곡이자, 국내에서 광고음악으로 사용되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곡으로, 앵거스의 보컬과 줄리아의 화음으로 꾸려졌다. 고등학교 교사이자 음악가로 활동하던 부모님 탓에 어릴 때부터 음악을 접하며 자라온 남매는 2006년 데뷔 EP <Chocolates and Cigarettes>를 녹음하면서 자연스럽게 남매 듀오를 결성하기에 이른다. 각자가 3곡씩 나눠 멜로디를 만들고 직접 연주하고 목소리를 덧입혀 총 6곡이 담긴 장편 데뷔작을 발매했다. 자기가 부를 곡은 자기가 직접 만들고 연주하는 방식을 얼마 전까지도 변함없이 고수해왔지만, 남매의 서로 다른 듯 닮아 있는 신비로운 음색과 투명한 어쿠스틱 포크 사운드를 기조로 한 음악은 그래서 이질감 없이 한 앨범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Angus & Julia Stone 'Big Jet Plane' MV

이후 두 장의 EP를 더 내고, 정규앨범 <A Book Like This>(2007)을 발표하며 차근히 음악적 기반을 다지던 이들은 호주의 ‘EMI Music’ 및 영국 인디 레이블 ‘Independiente Records’와 계약을 맺으며 영미권을 중심으로 탄탄한 팬층을 다져 나갔다. 두 번째 정규앨범이자, 밴드에게 세계적인 성공을 안긴 명반 <Down the Way>는 첫 정규 발매로부터 3년이 지난 2010년에 나왔다. 호주 최고의 그래미라 불리는 ‘ARIA 어워즈’ 주요 부문 5개를 석권하며 플래티넘 세일즈를 기록한 이 앨범은 특히 수록곡 'Big Jet Plane'으로 크게 사랑받았는데, 이 곡 말고도 그저 지나치기 아까운 트랙들이 수두룩하다.

Angus & Julia Stone 'Yellow Brick Road'

물론 'Yellow Brick Road'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무려 7분이 넘는 방대한 길이로, 앵거스의 깊고 부드러운 음색과 침착하면서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리듬이 쫄깃한 합을 이루는 곡이다. 앵거스의 보컬과 기타의 하모니는 언뜻 노르웨이 듀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의 온화한 포크 사운드와도 닮았다.

Angus & Julia Stone 'A Heartbreak' MV

2012년부터 잠정 휴식기를 갖고 각자의 솔로 활동에 전념하던 앵거스와 줄리아는 프로듀서 릭 루빈(Rick Rubin)을 만나며 새 앨범 작업에 돌입한다. 앨범 12곡 가운데 6곡씩을 공평하게 나눠 담는 ‘시스템’은 변함이 없었지만, 음악적 장르는 전과 크게 달라졌다. 주로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흐르던 느긋한 멜로디 위에는 드럼과 전자 사운드를 얹어 입체감을 더했고, 끝 음을 길게 빼 여운을 주던 보컬은 박자를 잘게 쪼개어 부르는 창법으로 바뀌었다. 기존의 포크록 장르에 새로운 사이키델릭 록 장르를 적절히 섞은 밴드의 세 번째 정규, <Angus & Julia Stone>(2014)는 그렇게 탄생했다.

Angus & Julia Stone 'Grizzly Bear' MV

역시 세 번째 앨범의 수록곡으로, 나른하고 몽롱한 기운에 빠져들게 하는 멜로디는 엠비언트나 드림 팝의 장르적 요소를 두루 머금고 있다. 제목이 'Grizzly Bear'인데, 포크를 기반으로 일렉트로니카를 가미한 몽환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는 뉴욕 밴드 그리즐리 베어(Grizzly Bear)에서 영감을 얻어 붙인 제목인 아닌가 한다(개인적인 추측이다. 누가 또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Angus & Julia Stone 'Chateau' MV

그리고 지난 9월 15일, 이들이 3년 만에 새 앨범으로 돌아왔다. 각자가 만든 곡을 사이좋게 나눠 수록했던 예전의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서로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만든 12곡을 담은 앨범 <Snow>다. 앵거스 앤 줄리아 스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게 만드는 싱그러운 포크 팝 멜로디가 돋보이는 'Snow'와 잔잔한 질주감이 느껴지는 얼터너티브 트랙 'Chateau', 두 트랙의 선공개로 한껏 높아진 기대감은, 앨범을 끝까지 재생해도 결코 꺾이지 않고 오래 지속될 반짝거리는 여운을 남긴다. 남매가 따로, 또 같이 화음을 채워가는 경쾌한 팝 넘버 ‘Sleep Alone’, 공명감을 살린 풍성한 사운드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Baudelaire’, 호주 대자연 속 편안한 백일몽의 느낌을 전해주는 ‘Sylvester Stallone’까지. 한층 차분하고 깊어진 이들의 음악을 음반을 통해 확인해볼 일이다.

 

+추천트랙 'No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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