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에 미국시장에 개봉한 <윈드 리버>는 네 곳의 영화관에서 첫 주를 시작했으나, 개봉 6주 차에는 2천 6백 곳의 영화관에서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하며 순위를 역주행했다. <어벤져스>에 함께 출연한 제레미 레너, 엘리자베스 올슨의 등장부터 강력하다. 그러나 진짜 주인공은 여기 있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2015)(이하 ‘시카리오’), <로스트 인 더스트>(2016)의 탄탄한 이야기를 만들 줄 아는 각본가, 그리고 마침내 감독이 된 테일러 쉐리던(Taylor Sheridan)이다.

행사에 참석한 <윈드 리버> 배우들과 감독. 왼쪽에서 두 번째가 테일러 쉐리던 감독이다. 언뜻 보면 누가 감독인지 모를 정도로 훤칠한 외모를 자랑하는 테일러 쉐리던은 영화 활동 초기 배우로도 활동한 적 있다

2016년에 개봉한 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는 무엇보다 작품의 각본가가 테일러 쉐리던이라는 점을 한껏 강조했다. 전 세계 많은 관객이 각본가의 전작 <시카리오>를 또렷이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다. 테일러 쉐리던은 <시카리오>의 각본으로 단숨에 할리우드 최고의 각본가로 인정받았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연출과 명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액션을 기대케 하는 범죄 스릴러물에서 유독 각본이 주목받은 이유가 있다.

<윈드 리버> 촬영현장 스틸컷. 테일러 쉐리던 감독

테일러 쉐리던은 <시카리오>를 시작으로 한 범죄 드라마 3부작을 오래전부터 기획해왔다. 그 두 번째 작품인 <로스트 인 더스트>는 실제로 텍사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백인이 원주민을 착취하는 전형적인 기존 서부극의 속성을 그대로 옮긴 현대판 서부극을 완성했다. 테일러 쉐리던의 범죄물은 화려한 액션보다는 인물의 심리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리고 이런 스타일은 갖가지 사회적 모순을 꼬집는 방식으로 직결된다. 단순한 쾌감을 선사하는 블록버스터 스릴러 영화와는 다르다. 테일러 쉐리던 표 범죄 이야기의 진가는 전혀 가볍지 않은 질문과 모순을 얘기하면서 묵직한 메시지를 남기는 서스펜스에 있다.

<윈드 리버> 스틸컷

테일러 쉐리던 표 범죄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윈드 리버>는 테일러 쉐리던이 각본뿐 아니라 연출까지 직접 맡아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 범죄 시리즈 기획 단계부터 이미 이 작품의 감독을 직접 맡겠다고 결심했다. 특히 직접 아메리칸 원주민 친구들과 생활하며 겪은 경험들을 영화에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고, 그 이야기를 만든 자신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로 메가폰을 잡았다.

<윈드 리버>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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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 리버>는 고요한 설원이 끝없이 펼쳐지는 미국 와이오밍주를 배경으로 한다. 어느 날, 설원 위에서 한 소녀가 사망하고, 이를 발견한 야생동물 사냥꾼 ‘코리’(제레미 레너)와 신입 FBI 요원 ‘제인’(엘리자베스 올슨)은 사건을 함께 조사하게 된다. 3년 전 이곳 윈드 리버에서 일어났던 살인사건과 유사점을 발견한 이들은 소녀의 죽음과 관련된 범인을 추적해 나간다. 한편, 영화의 목적은 긴박감 넘치는 추격전은 아니다. 앞서 테일러 쉐리던은 인터뷰에서, “지금 미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현실감 있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윈드 리버>는 영화 <시카리오>, <로스트 인 더스트>로 이어지는 테일러 쉐리던 표 서스펜스의 대단원으로서, 그동안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져온 테일러 쉐리던이 열심히 갈고 닦아온 날카로운 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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