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 간 다섯 개 시즌으로 마무리된 TV 시리즈 <베이츠 모텔>은 시즌이 지날수록 힘에 부치는 추세였으나, 전반적으로 성공적이었다는 평이다. 2017년 4월 마지막 에피소드 방송을 마친 시즌 5의 메타크리틱 평점은 81점, 로튼토마토 지수는 100%로 이전 시즌의 평점보다 오히려 좋아졌다. <베이츠 모텔>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대표작 <사이코>(1960)의 프리퀄 드라마로, 살인 사건의 배경이었던 베이츠 모텔과 그 곳의 주인 ‘노먼 베이츠’, 그리고 그의 엄마 ‘노마 베이츠’와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 사이코 스릴러다. 마지막 시즌은 오리지널 영화 <사이코>와 동일한 시간대로 설정되어 당시의 사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화제가 되었고, 영화사에 길이 남은 샤워실 살해장면도 재해석하여 등장한다.

<베이츠 모텔> 마지막 시즌 예고편

온라인에는 57년전 오리지널 영화에서 노먼 베이츠 역을 맡은 배우 앤서니 퍼킨스(Anthony Perkins)와 이를 재해석한 영국의 아역배우 출신 프레디 하이모어의 연기 장면을 비교하는 영상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노먼 베이츠 캐릭터는 히치콕 감독이 원작 소설의 내용을 바꿔가며 특별히 신경써서 재창조한 역할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가진 젊고 잘생긴 배우를 필요로 했고 게다가 복잡한 심리를 묘사할 연기력을 갖춰야 했다. 이런 점에서 아역이나 하이틴 배우로 성장한 프레디 하이모어를 캐스팅한 것은 어떻게 보면 모험이라 할 수도 있으나,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캐스팅이었다.

영화 <사이코>와 드라마 <베이츠 모텔> 시즌 5의 비교 영상

프레디 하이모어는 팀 버튼 감독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에서 찰리 역, 음악 영화 <어거스트 러쉬>(2007)에서의 주연으로 익히 알려진 영국 배우다. 1992년생으로 영화배우인 아버지와 탤런트 에이전트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7세 때부터 아역배우로 성장했다. 모험영화 <네버랜드를 찾아서>(2004)에 출연하면서 조니 뎁과 인연을 맺었고, 그의 추천으로 제작비 1.5억 달러의 대작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더욱 알렸다. 하지만 그는 아역배우나 하이틴 배우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야 하는 큰 숙제를 안게 되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주인공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에이전트이기도 한 프레디 하이모어의 어머니 역시 이러한 이미지 변신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다.

<베이츠 모텔> 출연이 확정되어 작가 사무실과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사이코> 관을 찾은 프레디 하이모어

결과적으로 <베이츠 모텔>의 노먼 베이츠 역을 맡은 프레디 하이모어는 2016년 피플즈 초이스 텔레비전상을 수상하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그는 복잡한 다중인격자의 심리를 잘 연기했다는 평을 받았다. 게다가 두 편의 에피소드 스크립트를 쓰기도 하면서 TV 작가로서의 가능성도 선보였다. 할리우드의 배우와 작가로서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셈이다. 현재 옥스포드 대학의 아랍어과에 재학 중인 프레디 하이모어는 차기작으로 ABC 드라마 <굿 닥터(The Good Doctor)>의 주연으로 캐스팅되어 런던과 로스앤젤레스를 오가며 학업과 연기를 병행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2013년 KBS-2의 동명 드라마의 미국판 리메이크로, 2017~2018년 첫 시즌 방송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