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라라(KIRARA)를 소개하자니 다시 2017년 2월이 떠오른다. 당시 국내 음악계를 훑어보고, 음악을 예술 작품의 질로써 평가하는 한국대중음악상 무대 위에 키라라가 있었다. 키라라는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사각형의 낯선 트로피를 들고 이렇게 말했다.

“노트북 하나 짊어지고 돌아다니며 카페 이런 데 앉아서 쿵하면 쿵이 찍히고 짝하면 짝이 찍히길래. 그냥 그렇게 작업실도 없이 알바하면서 열심히 만든 앨범인데, 이렇게 상을 받아도 될지 모르겠다. (…) 친구들이 자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키라라 Photo by 미향

쿵, 짝, 이라고 담담하게 말하지만 키라라는 충실했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음악을 내놓기 시작해 빠르게 분출했다. 오래전부터 혼자 묵묵히 만들어 쌓아 놓던 곡들을 다시 예쁘게 묶어 냈다. 앨범마다 공통으로 수록한, 어떤 일련번호 같은 제목의 곡들은 키라라의 성실한 자취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예컨대 2014년 12월에 발매한 정규 1집 앨범 <Rcts>의 ‘ct12021’은 2012년도에 만든 것이다. 그로부터 5장의 EP 앨범을, 2장의 정규 앨범을 냈다. 해마다 30회 이상의 공연에 참여했고, 틈틈이 음악 수업도 진행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음악가의 곡을 새롭게 조립한 리믹스 앨범을 선보였다.

키라라 ‘Blizzard’ - 영상 출처 <온스테이지>

키라라의 모든 공연은 거의 이렇게 시작한다. “키라라는 이쁘고 강합니다. 여러분은 춤을 춥니다.” 키라라 자신이 직접 밝히듯, ‘이쁘고 강한’ 음악이라는 구호로 대변되는 특유의 사운드 질감과 정서로 작품세계를 다지고 있다. 다소 추상적이지만 전체를 포괄하는 그 주장 안에서 키라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계속 정립하고 집약해 나간다. 그래서 ‘키라라’라는 존재는 전자음악 신 안에서 어떠한 개성을 지닌 장르로 규정되는 것을 뛰어넘어, 무엇보다 ‘이쁘고 강하게 하겠다’는 결의처럼 느껴진다. 그의 음악을 두고 묵직한 빅비트와 하우스가 조화롭게 버무려졌다고 호평하거나, 신나는 EDM이라고만 칭하기엔 아쉬운 이유다. 아무리 전자음악이라지만, 키라라의 음악은 인간적인 결의와 정서가 교차하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키라라 ‘Ct16031’, 영상 Directed by 구인회(Sugarsaltpepper)

키라라가 말하는 그 ‘뿌수는’ 음악이라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음량, 장르 같은 형식적인 요소를 넘어서서, 음악에 열정을 다하는 음악가가 표출하는 태도와 정서로부터 우리는 진정 ‘뿌수는 음악’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의 춤과 감정을 사로잡은 이쁘고 강한 음악가, 키라라가 가장 사랑하는 뿌수는 음악들을 만나볼 차례다.

 

KIRARA say,

“나는 ‘뿌수는’ 음악가다. 나와 나의 사람들은 내가 공연을 잘 해낸 모양을 “뿌순다”고 표현하곤 한다. 이런 내가 공연 전날에 항상 하는 특별한 행동이 하나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뿌수는 음악가’의 공연 영상을 찾아보면서 스피릿을 충전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그 ‘뿌수는 음악’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긴 어렵지만, 그것들은 거의 이런 공통점을 갖는다.

1. 댄서블한 전자음악이다.
2. 음량이 큰 음악이다.
3. 음악가가 정말 온몸을 날려 최선을 다해 퍼포먼스 한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많이 들었고, 앞으로도 계속 보고 들을, 내가 사랑하는 뿌수는 음악가들의 영상을 다섯 편 소개한다.”

 

1. The Prodigy ‘The Day is My Enemy’

프로디지(The Prodigy)와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는 나에게 빅비트라는 큰 선물을 가져다준 고마운 음악가들이다. 드럼, 특히 스네어가 ‘와장창’ 터지는 질감을 매우 좋아한다. 지금 내가 음악에서 만드는 드럼의 톤은 모두 과거에 프로디지를 따라 하려고 했던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뿌수는 스피릿의 뿌리는 분명 프로디지에 있다.

 

2. Justice ‘Water of Nazareth’

저스티스(Justice)는 공연에서 정말 잘 뿌수는 음악가다. 음악으로 뿌수고, 조명으로 뿌순다. 그들의 라이브 셋을 매우 사랑한다. 그동안 키라라의 라이브 셋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가장 많이 듣고 공부했던 것이 저스티스의 라이브 앨범들이었다. 올해 인천에서 열린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저스티스와 같은 날 같은 현장에서 공연하는 영광을 얻게 되었는데, 그 날은 분명 나의 2017년에서 가장 꿈같은 날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3. Idiotape ‘Pluto’

이디오테잎(Idiotape)을 존경한다. 단지 내가 맹렬히 사랑할 수 있는, 그 뿌수는 음악을 만든다는 것뿐만 아니라, 이디오테잎이 활동하는 모습과 그 방향이 항상 나에게 너무 많은 배울 점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 내가 가장 닮고 싶은 선배가 이디오테잎이다. 때때로 함께 공연할 수 있어서 정말 큰 영광이고, 나는 너무 부끄러움이 많다.

 

4. Soulwax ‘Krack (Nite Version)’

소울왁스(Soulwax)의 앨범 <Nite Versions>(2005)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신시사이저 소리로 가득 찬 앨범이다. 언젠가 살면서 꼭 가져야 할 신시사이저인 KORG MS-20, 디스토션이 만드는 음색, 시원하게 와장창 뻗어 나가는 그 소리를 매우 좋아한다. 소울왁스는 내가 사랑하는 그 소리를 가장 잘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꼭 그들의 공연을 보고 싶다.

 

5. 야마가타 트윅스터 ‘내숭고환 자위행위’

야마가타 트윅스터 '내숭고환 자위행위'(2013 쌈지싸운드페스티벌)

대한민국의 민중음악가인 야마가타 트윅스터, 한받 님은 내가 생각하는 음악을 할 수 있도록 해주신 스승님이다. 한받 님이 가르쳐 주신 “왜 뿌숴야 하는가?”, “어떻게 뿌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 그것은 바로 절박함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뿌술 순 없겠지만, 세상이 바뀌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나는 내일도, 언제나 힘차게 뿌술 것이다. 

리믹스 앨범 <KM> 커버(Art Directed by 구인회)

전자음악가 키라라는?

‘이쁘고 강한 음악’을 모토로 활동 중이다. 2014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짧은 기간 동안 4장의 EP 앨범과 2장의 정규 음반, 연 30회 이상의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첫 번째 정규앨범 <Rcts>를 거쳐 <Moves>를 내기까지 더욱 확고한 정체성을 확립해오며, 2017년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상을 수상했다. 야마가타 트윅스터, 플래시플러드달링스, 신해경 등 다양한 음악가의 음악을 리믹스 했고, 프랑스의 뉘 소노르 페스티벌(Nuits Sonores 2016)에 초청되는 등 활동 영역과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리믹스 앨범 <KM>을 발매, 각지의 무대를 활발히 누비고 있다.

키라라 페이스북 

키라라 사운드클라우드 

(메인이미지 출처 - Photo by 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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