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 웨이브(Chill wave)라 불리는 장르가 있습니다. 80년대 신스팝에 기반을 둔 칠 웨이브는 2010년대 미국 동부 해안가를 시작으로 뉴욕과 캘리포니아로 퍼져나갔습니다. 칠 웨이브의 범주는 넓습니다. 워시드 아웃(Washed Out), 토로 이 모아(Toro y Moi), 네온 인디안(Neon Indian)부터 드림 팝, 인디 팝, 엠비언트, 1980, 90년대 전자음악, 레트로, 로파이, 몽롱함, 리버브까지 칠 웨이브는 많은 것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칠 웨이브를 한때의 유행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요소와 특징들이 합쳐진 새로운 음악 앞에선 그다지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적당한 템포와 물결 같은 멜로디로 몸을 녹아내리게 하는 칠(chill)한 노래들을 소개합니다.

 

로맨틱한 사랑을 노래하는, 쿠코(Cuco)

이미지- Cuco 페이스북

본명은 Omar Banos, 쿠코(Cuco)는 솔로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입니다. 캘리포니아 호손(Hawthorne) 출신으로 쿠코란 이름은 어릴 적 어머니가 스페인어로 항상 부르던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9살 때 처음 기타를 잡고, 16살 때부터 장비를 구입하여 작곡과 녹음을 시작한 쿠코는 18살이 되던 해 마침내 앨범을 발표하며 LA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합니다. 2016년<Wannabewithu>, 2017년 <Songs4u>에 수록된 곡들은 로맨틱한 분위기가 잘 살아있습니다. 멕시코계인 쿠코는 영어와 스페인어로 노래하며 문화의 다양함을 음악에 녹여내고 싶었다고 합니다. 테임 임팔라(Tame Impala)의 케빈 파커(Kevin Parker)를 가장 좋아한다는 쿠코의 노래를 함께 들어보실까요.

Cuco 'Lover Is a Day'
Cuco 'Lava Lamp'

 

재즈와 모타운의 요소를 결합시킨, 마일드 하이 클럽 (Mild High Club)

이미지- Mild High Club 페이스북

마일드 하이 클럽(Mild High Club)은 시카고 출신의 재즈 전공자 알렉산더 브레틴(Alexander Brettin)이 이끄는 밴드입니다. 알렉산더 브레틴은 2012년부터 시카고, 볼티모어, 로스앤젤레스를 오가며 라이브 멤버를 구하고, 4트랙 릴테잎 레코더를 이용해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2014년 인디 레이블 ‘Stones Throw’와 계약한 이들은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로 기반을 옮기고, 2015년 1집 <Timeline>, 2016년 2집 <Skiptracing>, 그리고 최근 King Gizzard & the Lizard Wizard와 함께 작업한 <Sketches of Brunswick East>(2017)을 발표했습니다. 사설탐정의 미스테리함을 주제로 야심 차게 만든 2집<Skiptracing>은 모호한 가사로 편안한 음악을 부각시켰던 전작보다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인디 록과 재즈 그리고 모타운의 요소를 훌륭하게 결합시킨 <Skiptracing>의 수록곡 ‘Kokopelli’ 와 ‘Skiptracing’를 함께 들어보시죠.

Mild High Club 'Kokopelli'
Mild High Club 'Skiptracing'

 

뉴욕 출신의 새로운 너드(Nerd), 거스 데퍼튼(Gus Dapperton)

거스 데퍼튼(Gus Dapperton)은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워릭(Warwick) 출신의 신인 아티스트입니다. Beshken과 함께 작업한 ‘Faceless’로 이름을 알린 스무 살의 거스 데퍼톤은 자신이 직접 제작한 첫 번째 EP 앨범 <Yellow and such>을 지난 8월에 발표했습니다. 4곡이 담긴 이 EP 앨범은 나오자마자 음악 팬들과 패션 피플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습니다. 비틀즈(The Beatles), 비치보이스(The Beach Boy), 매드립(Madlib), 스미스(The Smiths)와 같은 뮤지션들과 해변의 소년들에게서 음악적 영감을 받는다고 하는 거스 데퍼튼은 전형적인 DIY 뮤지션입니다. 침대 위에서 모든 음악을 만든다고 해서(혹은 침대 위에서 듣는다 해서) 붙여진 베드룸 팝(Bedroom pop)이란 이름이 잘 어울리는 아티스트입니다.

Gus Dapperton 'I'm Just Snacking'
Gus Dapperton 'Moodna, Once With Grace'

 

혜성처럼 등장한, 스푸키 블랙(Spooky Black)

본명은 코빈 스미지크(Corbin Smidzik), 스푸키 블랙(Spooky Black)은 1998년 2월 20일생으로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 폴 출신의 힙합/R&B 가수입니다. 2013년 16살에 발표한 믹스테잎 <Forest>과 2014년 <Black Silk>로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아직 스무 살도 안된 스푸키 블랙은 2017년 새 앨범 <Mourn>을 발매 후, 동료 뮤지션들과 미국 투어를 진행하며, 자신의 커리어를 착실하게 쌓아 올리는 중입니다. 저 역시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서 스푸키 블랙을 처음 알았는데,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깊은 음색과 독특한 바이브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스푸키 블랙은 The Stand4rd라는 크루를 결성하고, 그 자신이 랩을 하는 등 확실히 힙합 베이스의 뮤지션이라 볼 수 있지만, ‘Reason’, ‘Pull’, ‘Without You’ 같은 곡들을 듣다 보면 어쩐지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나 본 이베어(Bon Iver)가 떠오르기도 하고, 힙합적인 요소가 결합된 칠 웨이브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혜성처럼 등장한 뮤지션 스푸키 블랙의 음악을 들어보실까요.

Spooky Black 'Reason'
Spooky Black 'Without You'

 

Writer

지큐, 아레나, 더블유, 블링, 맵스 등 패션 매거진 모델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 개러지 록밴드 이스턴 사이드킥(Eastern Sidekick)과 포크밴드 스몰오(Small O)를 거쳐 2016년 초 밴드 아도이(ADOY)를 결성, 팀 내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다. 최근 첫 에세이집 <잘 살고 싶은 마음>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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