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센스8>(Sense8)은 워쇼스키 자매와 배두나가 감독과 배우로 만난 세 번째 작품이다. 명감독 워쇼스키 자매와 작업한 전작 <클라우드 아틀라스>(2012), <주피터 어센딩>(2015) 모두 흥행은 신통치 않았지만,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센스8>에 다시 배두나를 낙점했다. <센스8>은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던 8명의 ‘센세이트(sensate)’가 어느 날 서로의 감정과 능력을 공유하게 되면서 거대한 비밀집단과 맞서 싸운다는 SF 드라마다. 배두나는 동아시아의 서울에서 살고 있는 센세이트로 등장하여, 워쇼스키 작품 특유의 동양 무술 연기를 선보이며 잠깐 출연한 마동석을 간단히 제압한다.

<센스8> 크리스마스 특별편(2016) 예고편

여러 나라 배우들이 출연하는 드라마 스토리 구조상 촬영은 13개국 16개 도시에서 진행되었다. 서울을 비롯해 베를린, 나이로비, 시카고, 런던, 샌프란시스코, 멕시코시티, 뭄바이, 그리고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까지 오가며 촬영을 해야 하는 탓에 제작비는 편당 9백만 달러(약 1백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제작비 절감을 위해 오리지널 드라마 조기 종료를 진행 중이던 넷플릭스는 시즌 2가 종영한 지 얼마 안 된 6월 1일 <센스8> 시리즈의 추가제작 중단을 발표했다.

<센세이트> 시즌 2 예고편

라나와 릴리로 성전환한 워쇼스키 자매의 작품답게, 이 드라마에는 LGBTQ 캐릭터들과 그들의 로맨스가 가감 없이 나온다. 2016년엔 LGBT 영화제인 GLAAD(Gay and Lesbian Alliance Against Defamation) 어워드에서 최우수 드라마상을 받기도 했다. 또한, 세계 유명도시의 풍광, 압도적인 폭력 장면이나 동양 무술 액션 같은 화려한 요소를 보여주면서도, 정치와 종교에 대한 조소와 성 소수자의 인권 이슈 같은 메시지도 놓치지 않는다. 이같은 <센스8>의 매력에 따라 형성된 강한 팬덤은 드라마 제작 중단 소식에 조직적으로 반발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청원 서명자 수가 수십 만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며, 넷플릭스 해지 화면을 캡처해 공유하기도 하고, ‘#BringBackSense8’이라는 해시태그를 온라인에 배포했다.

<센스8> 추가 제작을 요구하며 피케팅 시위에 나선 팬들

넷플릭스가 제작 중단 발표를 한 지 한 달도 안 된 6월 29일, 라나 워쇼스키는 페이스북을 통해 새로운 소식을 발표했다. 팬들의 사랑 덕분에 2시간 분량의 특집 방송을 제작하여 시리즈를 마무리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아마 지난해 선보인 크리스마스 특별판과 같은 형식으로 내년 말에 온라인 상영될 것으로 보인다. 스토리라인은 애초 계획보다 대폭 축소되고 제작비 절감을 위한 시나리오 재작업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최근에는 미국 최대 포르노 사이트 '엑스햄스터'(xhamster)에서 <센스8> 시즌 3의 제작 투자 의사를 밝혀 화제다. 이미 다른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여러 드라마를 제작한 바 있는 엑스햄스터의 제안을 제작진이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어찌 됐든, 서울의 멋진 배경이나 센세이트 배두나의 카리스마를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센스8>의 메이킹 영상. 빨간 머리로 염색한 라나 워쇼스키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