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터 카토 쿠니오(加藤久仁生)에 의해 제작된 2008년 애니메이션 <つみきのいえ(작은 벽돌로 쌓은 집)>은 일본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지만 유럽에서 오래전에 제작된 명작 같은 화풍이나 음악을 보여준다. 프랑스에서 <La Maison en Petits Cubes>라는 제목으로 감동을 주었고, 영어로는 직역하면 <The House of Small Cubes>가 된다. 이 작품은 히로시마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프랑스 안시(Annecy)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인 안시 크리스털상을 받으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이듬해 일본 작품으로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 상을 안았다.

이유는 모르지만 갈수록 높아지는 해수면 때문에 한층 한층 벽돌로 집을 쌓아 올리면서 살아가는 고독한 할아버지. 어느 날 아래층으로 떨어진 파이프를 주우러 한층 한층 아래로 내려가는 과정에 추억어린 자신의 인생을 회고한다. 바로 아래층에는 아픈 아내가 누워있던 침대가 있고, 그 아래층에는 성년이 된 자식들과 사진을 찍던 소파가 있다. 추억어린 과거로의 여행을 끝내고 맨 위층으로 돌아온 할아버지는 테이블에 와인 두 잔을 따라 마시는데, 그의 깊은 향수와 고독감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이 작품은 화려하거나 긴박감이 넘치거나 친절한 애니메이션은 아니다. 왜 물이 차오르는지, 할아버지는 왜 이사를 가지 않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대사는 전혀 없고 할아버지의 느릿느릿한 동작처럼 이야기를 천천히 끌어가며 특별할 것 없는 결말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하지만 12분의 긴 러닝타임이 끝나면 곧 진한 여운이 남게 되며, 벽돌을 한층 한층 쌓아 올리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인생행로를 투영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카토 쿠니오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