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미의 ‘가시나’, 위너의 ‘Island’ 그리고 악동뮤지션의 ‘Dinosaur’. 세 곡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신시사이저의 매끄러운 운용이 돋보이는 따끈따끈한 신보라는 점이다. 묘하게 어울리는 ‘아이돌 음악’과 신스팝 장르의 기분 좋은 합을 알록달록한 뮤직비디오와 함께 감상하자.

 

선미(Sunmi)

‘가시나’ 2017.08.22

‘그’ 가시나 말고, “예쁜 날 두고 가시나”의 ‘가시나’, 아름다운 꽃의 무리라는 뜻을 지닌 순우리말, 동시에 꽃에 돋아 난 ‘가시’를 뜻하는 중의적이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곡 제목이다. 2013년 솔로 데뷔 이후 독보적인 분위기와 음악적 색깔을 드러내며 그룹이 아닌, 솔로 아티스트로서 전혀 부족함이 없는 단단한 에너지를 꾸려온 선미의 3년 만의 컴백이라 더욱 반갑다. JYP 엔터테인먼트를 떠나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로 둥지를 옮긴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업물로, 테디가 수장으로 있는 ‘더 블랙 레이블(The Black Label)'과의 공동 작업을 통해 완성됐다. 리드미컬한 베이스 라인과 독특한 신스의 반복으로 사운드를 풍부하게 채워주는 동시에, 후렴구의 절묘한 전조로 반전감을 안기는 ‘YG 식’ 편곡이 유려하게 살아난 곡. 선미는 이전에 발표한 ‘24시간이 모자라’나, ‘보름달’에서 선보였던, 맑고 청초하면서도 오묘한 느낌을 한 겹 벗겨내고 한 치의 망설임과 거침이 없는 목소리로 노래를 하고 카메라를 응시한다. 이는 곧 솔로 아티스트로서 한층 무르익은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쳐내 보이고 말겠다는 선전포고 같은 것이다.

 

위너(WINNER)

‘Island’ 2017.08.04

2013년 서바이벌 프로그램 <윈>을 통해 우승을 차지했지만, 정작 이들의 행보를 ‘위너(winner)’라 보기는 힘들었다. 데뷔 4년 차 그룹이지만 지난해까지 발표한 앨범은 고작 두 장. 올해에 와서야 몰아치듯 활동을 재개해, 이제서야 네 장의 앨범을 쌓아 올리게 됐다. 긴 공백기와 그간의 ‘부진’을 깨고 올해 상반기, 귀에 쫄깃하게 감기는 트로피컬 장르의 곡 ‘Really really’로 음원차트를 휩쓸더니 8월 새로운 앨범 <Our twenty for>로 YG에서 ‘이례적으로 빠르게’ 4개월 만에 컴백했다. ‘Island’는 그 두 번째 타이틀곡으로, 청명한 플럭 신스와 캐치한 브라스 리드로 이뤄진 멜로디와 그 위를 수놓는 멤버들의 깔끔한 보컬이 돋보이는 트랙이다. 벌스, 코러스, 후렴 구간에서 각각 변주하는 드라마틱한 편곡과 흥겨운 사운드 소스를 적절히 가미해 듣는 재미를 더했다. 무엇보다, ‘위너’의 이름을 걸고 발표하는 대부분 곡의 작곡 크레딧에 모두 멤버 강승윤의 이름이 있을 정도로, 자체적 작곡 능력이 십분 빛을 발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본인들의 컬러를 완연히 드러내는 음악으로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난 위너의 가파른 성장세를 죽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악동뮤지션(AKMU)

‘Dinosaur’ 2017.07.20

악동뮤지션(이하 ‘악뮤’)의 음악은 늘 의심할 여지 없이 매끄럽고 닦은 듯 반질반질했지만, 이번 앨범은 조금 다르다. 쉬운 멜로디에 아기자기한 가사를 얹어냈던 전작들과는 다르게, 이번 앨범에서는 퍽 대범해진 악뮤의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 제목도 신선한 ‘Dinosaur’은 악뮤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일렉트로닉 장르의 곡으로, 어쿠스틱 기타가 흐르는 인트로에서 예고 없이 전환되는 플럭 신스 사운드가 반전을 안긴다. 멤버 이찬혁이 어린 시절 꾸었던, 집 유리 창문을 얼굴로 깨부수고 가족에게 포효하던 거대한 공룡 꿈에서 소스를 얻어 만든 곡으로, YG 엔터테인먼트 소속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로빈의 EDM 편곡을 거쳐 완성됐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악뮤의 EDM은 가사에 남겨놓은 동심 때문인지 이질감 없이 다가오는데, 어쿠스틱 계열의 곡들에서 잘 활용하지 않는 신시사이저 사운드 소스를 적재적소에 가미한 센스는 그래서 더욱 유니크한 매력을 뽐낸다. 여기에 후렴구를 청아하게 수놓는 이수현의 목소리는 악뮤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고유한 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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