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이조차 추억할 수 있는 장소다. 홍콩영화가 국내 시장을 압도하던 90년대가 있었기 때문일까. 레인코트와 선글라스, 찐득한 담배 냄새, 낡고 이국적인 골목…. 멜로와 무협이 매혹적으로 교차하는 ‘홍콩영화스러운’ 이미지는 궁극의 센티멘탈을 선사한다. 그 시절 홍콩 뒷골목에 대한 향수와 회한이 깃든 서울의 술집 3곳을 모았다.

 

1. 춘광사설

출처 - ‘춘광사설’ 인스타그램 

춘광사설은 ‘서울집’을 운영했던 서율 대표가 홍콩에서 비롯된 모든 사심을 모아 완성한 공간이다. 가게 이름은 왕가위 대표작 <해피투게더>의 원제이다. 구름 사이로 잠시 비치는 봄 햇살이라는 뜻처럼, 이곳은 해방촌의 깊은 어둠 속에서 은근하게 빛을 밝히고 있다. 고즈넉한 네온 간판, 화려한 꽃무늬 벽지, 붉은 조명들도 충분히 홍콩스럽지만 주인장의 취향이 가장 잘 드러나는 오브제는 곳곳에 놓인 장국영과 양조위의 스틸 컷들이다. 홍콩식 파스타, 홍콩식 라면, 홍콩식 볶음밥 등 ‘홍콩식’ 음식들이 주된 메뉴로, 홍콩에 대한 주인장의 애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가히 짐작 가능하다. 10석 남짓의 소규모 바이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 11-20
전화 010-8933-8784
영업시간 예약 후 방문
인스타그램 @seoyool

 

2. 몽중인

몽중인은 샤로수길 인근 뒷골목에 자리한다. 빼곡히 늘어선 다세대 주택들 사이, 편안한 동네 술집 같은 느낌이다. ‘홍콩 느낌 Kitchen & Pup’을 슬로건으로, 8평 남짓한 공간에서 테이블 3개를 놓고 늦은 밤까지 장사하는 곳이다. 주인장의 요리 경력은 전무하지만 마라탕과 꿔바로우 같은 중국요리를 캐주얼하게, 고량주 칵테일을 독특하게 내어놓는다. 사실 몽중인은 크랜베리즈(Cranberries)의 ‘Dreams’를 번안한 노래로, 영화 <중경삼림>에서 왕페이가 불렀다. 몽중인의 흐릿한 아트네온과 측은하게 흐르는 음악이 <중경삼림>의 분위기를 기막히게 재현해낸다.

주소 서울시 관악구 관악로14가길 13
전화 010-7167-6659
영업시간 매일 18:00 ~03:00, 일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mongpp

 

3. 성광대도

홍콩 스타의 거리(Avenue of Stars)에서 이름을 딴 술집으로, 특별한 꾸밈없이 조명과 음악만으로 조성된 분위기가 일품이다. 로맨틱하면서도 퇴폐적인 분위기가 그야말로 홍콩영화처럼 마음을 촉촉하게 해준다. 해방촌의 오르막길에서 붉은 간판으로 눈길을 사로잡으며, 바 한편에도 성광대도라는 문구가 역시나 붉게 적혀있다. 무심하게 흐르는 실내의 빛은 홍콩의 컬러가 ‘붉은 네온’임을 일러준다. 홍콩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술집이지만 뜻밖에도 안주로는 일식 다이닝을 제공한다. 술은 위스키부터 칵테일, 와인 그리고 사케까지 준비되어 있지만, 음식이 너무 맛있어 술은 하지 않고 식사만 하고 가는 손님이 제법 많다는 후문이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 63
전화 070-8862-7716
영업시간 매일 18:00 ~03:00
인스타그램 @seonggwangdaedo

 

Writer

잡지사 기자. 잡지보다는 음악을, 음악보다는 술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