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닉 음악 레이블 영기획 대표, 프리랜서 칼럼니스트, 인터넷 방송인. 모두 하박국을 지칭하는 단어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하박국다운’ 직함을 하나 고른다면 영기획 대표가 맞을 것이다. 2012년 등장 이래 일렉트로닉 음악의 다양한 결을 보여주며 국내 전자음악 신의 생태계를 일구는 일에 지긋이 힘써온 레이블. 그 레이블을 이끄는 대표로서 하박국의 행보는 한 문화를 형성하는 데 일조하거나, 때론 창조하기에 이른다. 인디 신이라는 복잡하고 드넓은 미로 속, 관찰자가 아닌 주체의 일부로 존재하며, 자신만의 또렷한 영역을 구축해온 그에게 지극히 개인적인 시청각을 얻어냈다. 

 

HAVAQQUQ Says,

“처음 ‘커뮤니티에 속하지 않고 취미 생활에 몰두하는 아저씨’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캠핑 장비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다. 검색어를 치면 포털의 첫 페이지에는 항상 내 전체 캠핑 예산을 뛰어넘는 가격의 텐트를 소개하는 블로거만 뜬다. 원하는 가격대의 제품을 찾기 위해 다음 페이지를 클릭하다 보면 어느새 아저씨 블로거라는 종착지에 도착한다. 이들은 자신의 취미를 미감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보통 헤더에 자신이 직접 찍은 일출 사진을 올려놓고 가격과 성능을 기준으로 꼼꼼하게 제품을 소개하고 체험기를 남긴다. 아저씨 예능이 넘쳐나는 시대 유튜브에서까지 아저씨를 봐야 할까. 예능과 달리 유튜브에서 아저씨는 마이너한 존재다. 아무리 영상을 올려도 구독자는 일정 이상 넘기지 못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신나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관한 영상을 올린다. 가끔 짜증 나는 ‘아재 개그’나 젠더 의식의 부족함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그르르 술자리에서 서열과 라인을 만드는 아저씨보다 자신이 알고 있는 걸 말하고 싶어 못 견뎌 시간과 노동력을 들여 유튜브 영상을 만드는 아저씨가 좀 더 무해하지 않을까. 이제 나도 거역할 수 없는 ‘아저씨’다. 무작정 젊어 보이려고 하기보다 이들의 영상을 보며 무해한 아저씨를 꿈꿔 본다.”

 

1. 쇼핑중독 영태형

중국 제조업과 유통업의 발달은 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제품을 상상 이하의 가격에 무료로 배송받을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새로운 기기를 만지길 좋아하는 이에게는 대쇼핑시대가 열렸다고 할 만하다. 나 역시 여기에 몸을 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태블릿만 7대다. 쇼핑중독 영태형은 이 시대의 콜럼버스다. 다른 IT 리뷰어가 갤럭시S8를 리뷰할 때 영태형은 순수한 호기심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스마트폰 ‘멜로즈 S8’을 5만 원에 사 직접 써 본다. 비싼 제품 하나를 사는 대신 저렴한 제품 여러 개를 사 직접 쓰고 비교한 후 상황에 따라 어떻게 쓰면 좋을지 고민한다. 휴대용 마우스 12종, LED 촛불 6종, 셀 수도 없는 피젯스피너 등. 추천하는 영상은 블루투스 스피커 비교 영상이다. Harman/Kardon ONYX STUDIO1, BOSE Sound Link MINI 등 내로라하는 제품을 누르고 제조사도 없는 중국 저가 스피커가 1위를 차지하는 과정이 제법 드라마틱하다.

2018년 4월 쇼핑중독 영태형 채널이 종료되었다. 현재는 ‘영태형TV’에서 영태형의 콘텐츠를 볼 수 있으며, 위의 영상은 영태형TV의 음향기기 리뷰 콘텐츠다 

 

 

2. 모험왕 별이

유튜브에서 눈에 띄는 카테고리 중 하나는 여행이다. 대부분 EDM이나 인디 가요를 BGM으로 깔고 딩고 같은 곳에서 제공하는 팁에 따라 영상을 편집해 올린다. 별이는 여행 유튜버가 아니다. 그는 ‘모험’ 유튜버다. 그는 로드바이크를 타고 단돈 200만 원으로 캠핑(이라 쓰고 노숙이라 읽는다)하며 84일간 일본을 여행한 후 여기에 모놀로그를 얹어 수십 편의 영상을 제작한다. 선풍기를 에어컨으로 만드는 실험을 하고 이때 사용한 구리 호스로 웨어러블 에어컨을 만들어 동네를 산책한다. 모험하다 낯선 이를 만나면 거리낌 없이 말을 건다. 언뜻 보면 궁상맞고 이상한 아저씨로 보일지 모른다. 그에게 모험은 또렷한 삶의 태도다. 그는 행복의 가치는 물질적인 것에 있지 않으며 요트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다 그 위에서 죽는 게 꿈인 아저씨다. 20분으로 편집한 그의 인생 여행 20년을 보면 모험을 사랑하는 순수함에 적지 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거다.

 

3. 케이시 네이스탯(Casey Neistat)

케이시 네이스탯을 여기에 적는 게 적당할지 모르겠다. 그는 760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유튜버이자 영상 제작자다. 아울러 나와 생일이 11일 차이 나는 아저씨다. 그가 제작하는 영상은 주로 브이로그(Vlog)다. 크리에이터의 매력과 라이프스타일, 특별하거나 공감 가는 일상이 주 콘텐츠인 분야다. 그는 여기에 또렷한 메시지와 창의적인 영상기법을 더한다. 자신의 작업실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그냥 쓰지 않고 하나하나 자신에 맞게 커스텀해 쓰는 그는 자신의 일상 또한 작업실로 여기는 듯하다. 그가 유명세를 치른 작품 중 하나는 ‘Bike Lanes’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아닌 곳에서 자전거를 탔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소환장을 받은 그가 자전거 전용도로에 세워진 여러 설치물에 부딪히는 장면을 찍은 영상이다. 이 영상은 마지막에 경찰차에 부딪히며 끝난다. 그의 영상 중 추천하는 건 ‘SNOWBOARDING WITH THE NYPD’다. 국내 뉴스에서도 소개된 이 영상은 폭설이 내린 뉴욕에서 경찰차와 함께 스노보드를 타는 그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담고 있다.

 

하박국은?

인터넷 방송인. 매주 일요일 V LIVE 캐스퍼 라디오에서 정통 뮤직토크쇼 ‘하박국의 박국박국해’를 진행하고 있다. 음악 레이블 영기획(YOUNG,GIFTED&WACK Records)를 운영하며 가끔 지큐, 루엘, 아레나 같은 패션지에 글을 기고하기도 한다.

하박국 홈페이지
하박국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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