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곰 세 마리가 스크린으로 찾아온다. 넉살 좋은 맏형 ‘그리즐리’, 귀여운 막내동생 같은 ‘판다’, 차가운 도시의 북극곰 ‘아이스베어’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에 사는 곰 브라더스는 야생성 따위 잊은 지 오래인, 도시 생활이 훨씬 더 익숙한 동물들이다. 쿠키 한 통을 한꺼번에 다 먹는 주제에 다이어트를 걱정하고, SNS 좋아요 수가 적어 시무룩해 하고, 장 보러 마트 가고 요리하는 게 일상인, 사는 모습이 우리와 다를 바 없는 곰들을 만나 보자.

 

<극장판 위 베어 베어스: 곰 브라더스>

We Bare Bearsㅣ2017ㅣ감독 매니 에르난데스

<위 베어 베어스>는 2015년, 미국의 카툰네트워크에서 방영되기 시작한 애니메이션이다. 현재 시즌 3까지 나왔으며, 한 편당 십 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을 갖고 있다. 8월 24일 개봉하는 <위 베어 베어스: 곰 브라더스>는 원작의 극장판이다. 텔레비전 만화 주인공으로 시작해 스크린까지 진출한 곰들은 새로운 모험을 찾아 떠날 것을 예고한다. 곰들이 행차하는 곳은 늘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또 어떤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영화를 보기 전, 이전 시리즈를 통해 곰 브라더스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자.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곰 브라더스의 24시

곰 브라더스의 일상은 우리와 다를 게 없다. 그리즐리가 욕실에서 양치하는 동안 막 잠에서 깨어난 판다가 들어와 콘택트렌즈를 찾고, 아이스베어는 욕조에 물을 받는다. 분주한 아침을 보낸 후에는 각자의 생활에 충실한다. 사교성 좋은 그리즐리는 공원에서 만난 사람들과 원반던지기 놀이를 하고, 판다는 평소 좋아하는 SNS를 뒤적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아이스베어는 집 청소와 고장 난 기계 수리에 여념이 없다. <위 베어 베어스>는 이렇게 회마다 곰 브라더스의 일상을 보여주며 진행된다. 그 일상은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하루로 진행되기도, 상상하지 못할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로 흐르기도 한다.

 

바닥 곰, 중간 곰, 꼭대기 곰의 독특한 보행방식

삼층 ‘곰’탑

곰들은 이동할 때면 탑처럼 몸을 포개어 다닌다. 쌓는 순서도 절대 바뀌지 않는다. 셋 중 덩치가 제일 큰 아이스베어가 맨 아래, 판다가 중간, 그리즐리가 꼭대기를 차지하고선 아이스베어의 네 발에 의지한 채 거리를 활보한다. 만년 바닥 차지인 아이스베어한텐 나름 큰 고충이 있을 것 같지만, 정작 당사자는 “나 자체가 바퀴다”라고 말할 정도로 제 역할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곰들이 탑을 쌓아 이동하는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마 ‘효율성의 극대화’가 목적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원래 두 발 또는 네 발로 이동하는 동물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서로 간의 우애가 좋지 못하면 절대 하지 못할 행동임은 분명하다.

이 오프닝 영상을 보면 삼층곰탑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 알 수 있다.

 

에피소드로 보는 곰 브라더스 캐릭터 분석

1. 그리즐리(Grizzly) 

그리즐리는 동생들이 자기 털을 깎고 장난을 치건 말건 게임에 집중한다.

갈색 곰 그리즐리는 셋 중 맏형으로, 가장 넉살 좋고 가장 무난한 성격이다. 좋아하는 건 먹는 것과 게임하기. 사교성이 좋아서 처음 만난 사람과도 잘 어울린다. 정리정돈에는 완벽히 문외한이라는 게 단점이지만, 푸근하고 털털한 매력이 그런 사소한 단점을 모두 가려버린다. 동생들이 자기 털을 깎다 실수로 쥐 파먹은 듯한 자국을 내고, 깎은 털을 머리에 얹고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사진을 찍어도, 혼내기는커녕 알아채지도 못하는 둔한 면도 좀 있다.

그리즐리는 어느 날 ‘곰은 겨울잠을 잔다’는 뜻밖의 정보(?)를 책으로 얻는다. 곰이라면 절대 모를 리 없는 습성이겠지만, 야생성을 잊고 산 그리즐리에겐 완전 생소한 이야기다. 늦게나마 겨울잠을 자겠다고 결심한 그리즐리는 잠 잘 동안 쓸 영양분을 비축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정도가 굉장히 지나치다. 자기 몫의 음식도 모자라 아이스베어와 판다의 식사까지 탐을 내는 등 눈 앞에 보이는 모든 음식을 위장으로 쓸어 넣을 기세다. 사실 그리즐리는 살기 위해 먹는 곰이 아니라 먹기 위해 사는 곰에 가깝다. 겨울잠 역시 핑계가 아니었을까? 항상 식탐이 넘쳐나는 그리즐리가 음식을 마음껏 먹기 위해 만든 귀여운 핑계 말이다.

 

2. 판다(Panda) 

판다는 귀엽다. 반박 불가.

판다는 서열상 2위이지만, 외모부터 하는 짓까지 몽땅 막내 같은 구석이 있다. 셋 중 몸집도 제일 작고 마음도 가장 여린 편이다. 평소 SNS를 즐겨하는데, 실은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중독 수준에 가깝다. 온라인으로 맺은 친구 숫자에 목을 매고, 때론 ‘좋아요’에 연연하는 모습도 보인다. SNS뿐만 아니라 유튜브도 즐겨한다. 그리즐리와 함께 귀여운 동물 영상을 찾아보며 즐거워하는 것이 인생의 낙이다.

판다에겐 낭만적인 구석도 있다. 견과류 알레르기로 쓰러진 자신을 치료해준 루시에게 첫눈에 반한 판다는, 루시와 단둘이 데이트할 계획을 세운다. 루시는 곰 브라더스 모두를 식당으로 초대하지만, 판다는 형제들을 옷장에 가둬 놓은 후 혼자 루시를 만나러 간다. 긴장과 즐거움 속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판다는, 옷장을 부수고 따라온 형제들을 발견하고 당황한 나머지 또 실수로 견과류를 먹고 만다. 정신을 잃고 깨어나 보니 루시는 온데간데없고 눈 앞엔 형제들만 보인다. 판다가 루시를 좋아한다는 걸 알아챈 그리즐리는 그를 위로해주면서도, “어차피 넌 루시하고 안 돼”라며 현실을 직시하라 조언한다.

 

3. 아이스베어(Ice Bear) 

아이스베어는 침대가 아닌 냉동실에서 잔다. 이름값 하는 곰이다.

아이스베어는 셋 중 가장 독특한 캐릭터다. 우선 제일 특이한 건 화법이다. 아이스베어는 말할 때 항상 자신을 주어로 넣는다. 가령,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라고 하면 될 것을 “아이스베어는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자신을 타자화시켜 말한다. 말의 높낮이도 없고, 툭 하면 흥분하는 그리즐리나 판다와 달리 흥분하는 일도 거의 없다. 냉동실에서 먹고 자고 하기 때문인지 성격마저도 나머지 둘에 비해 조금 차가운 면이 있다.   

사실 아이스베어의 성격은 차갑다기보단 의연한 쪽에 가깝다. 형제들을 위해 헌신을 다하며 인격적으로 훌륭한 모습도 보여준다. 부지런히 청소도 하고, 맛있는 요리도 준비하고,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는 물건도 뚝딱 만들어낼 정도로 다재다능하다. 곰 계의 마이더스 손인 셈이다. 아이스베어의 이런 캐릭터는 ‘아이스 나이츠(Ice Nights)’ 에피소드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어느 날 아이스베어는 직접 만든 전용차를 타고 장을 보러 간다. 그때 마트 주변을 서성이던 불량배들에게 전용차를 뺏기며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는다. 고군분투 끝에 자신의 차를 되찾고서 집으로 돌아온다. “왜 이렇게 늦었냐”고 푸념하는 형제들에게 사건을 말해줄 법도 하지만, 아이스 베어는 그저 “(마트) 줄이 길었다”로 일축하고는 곧장 방으로 가 차를 수리한다. 사실 이 에피소드는 배우 라이언 고슬링이 드라이버로 나오는 영화 <드라이브>(Drive, 2010)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영화 속 라이언 고슬링과 만화 속 아이스베어는 말수 적고 다재다능한 드라이버라는 공통점이 있다.

 

곰 브라더스 주변을 함께하는 사람들

한국인 친구 클로이와 가족

<위 베어 베어스>엔 다양한 조연이 등장한다. 곰 브라더스 같은 동물들은 물론, 국적도 연령도 다양한 사람들이 이들과 함께 에피소드를 만들어 간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조연은 한국인 친구 클로이다. 이 영상에는 곰들이 클로이의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등장한다. 영어로 인사하는 형제들과는 달리, 아이스베어는 한국말로 공손하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대화를 나눈 후 집으로 돌아갈 땐 “부디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라고 절까지 하며 예의를 갖추는 모습도 보인다. <위 베어 베어스>는 이렇게 사소한 이야기만으로도 웃음과 흥미를 유발하는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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