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콸은 소녀를 그린다. 그림 속 소녀는 가로로 길고 끝이 올라간 눈,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 창백한 얼굴과 대비되는 붉은 입술 하고서는 어떤 대상을 집요하게 바라본다. 언뜻 작가 본인처럼 보이기도 하는 소녀는 때론 똑같은 모습으로 여러 번 복제되기도, 때론 정체를 알 수 없는 낯선 오브제와 함께 배치되기도, 때론 나체로 등장하기도 하기도 한다.

 

‘Wave’, 116x91cm, 2016, Painting on Korean Paper ©장콸
‘Boo’ 2017, Natural Mineral Pigment on Hemp Paper ©장콸

장콸은 수채화, 유화, 아크릴, 컴퓨터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데, 그중에서도 동양화 기법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한지 위에 색을 여러 번 덧바르고 쌓아 올려 작품을 완성한다. 수정이 어렵다는 단점은 있지만, 특유의 질감과 색채를 완벽에 가깝게 표현해낼 수 있기 때문에 작가가 선호하는 기법이다.

 

‘Summer in Seoul’, 2017, Natural Mineral Pigment on Hemp Paper ©장콸

“그림 속 소녀들은 호기심이 많고 탐구하길 좋아한다.” 첫 개인전 <걸 스카우트(Gril Scouts)>를 열었을 당시 장콸이 한 말이다. ‘탐사하다(Scouting)’라는 의미를 지닌 전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작가는 탐구하길 좋아하고 망설임 없이 행동하는 소녀를 작품의 대상으로 삼는다. 행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진취적인 태도를 가진 그림 속 소녀는 작가 자신을 상징하는 표상과도 같은 존재가 아닐까.

 

Jangkoal Says,

“그림은 나만의 발할라(Valhalla)를 창조하는 방법의 하나다. 내게 ‘그린다’는 행위는, 나를 잠재의식에서 의식의 세계로 이끌어주고, 진정한 소통의 길로 다가서게 해주며,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 더 행복하고 다정한 곳으로 이끌어준다는 뜻이다. 아름다운 영상을 찾아보거나 음악을 듣는 것 또한 작업과 마찬가지로 내가 눈으로 쓰는 일기이자, 잠깐이나마 찾아가 쉴 수 있는 도피처다.”

 

1. Adicolor ‘Pink’ (Dir. by Charlie White)

포토그래퍼이자 필름메이커인 찰리 화이트(Charlie White)는 2006년, 아디다스에서 출시한 7가지 색상의 운동화를 주제로 작업했다. 그중 나는 핑크색 버전을 가장 좋아한다. 틴에이저 모델 포스터, 바닥에 흩어져 있는 옷들, 분홍색 카펫, 커튼과 전화기가 있는 방은 미국 10대 소녀의 방을 연상케 한다. 분홍색 수화기를 붙잡고 머리카락을 배배 꼬며 통화를 하던 소녀는 어느새 분홍색 물질로 뒤덮인다. 배경 음악으로 흐르는 그렉 윅스(Greg Weeks)의 ‘Made’는 사춘기 소녀에 관한 메타포를 더욱 극대화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2. Triadisches Ballett von Oskar Schlemmer ‘Bauhaus’

3년 전이던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바우하우스의 전시를 보러 간 적이 있었다. 전시 작품으로 본 무용수들은 보기엔 균형 있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직접 입기엔 너무나도 불편해 보이는 의상을 착용한 채였다. 정확한 계산과 계량에 따라 기하학적으로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이 신비롭고 환상적으로 느껴졌다. 전시를 보고 돌아온 후 바로 유튜브를 검색해 이 영상을 찾았다. 그 이후 나는 무기력한 기분이 들 때 종종 영상을 꺼내어보곤 한다.

 

3. <Pina> Best Scene ‘Love’

무용수 피나 바우쉬(Pina Bausch)의 다큐멘터리인 <피나>(Pina, 2011)의 한 장면이다. 이미 마음이 떠난 남자를 잡으려 발악하는 여자 무용수의 몸짓, 그런 여자에 맞서는 남자 무용수의 태도는 폐부를 찌르면서도 동시에 벅찬 감정을 들게 한다. 격정적인 음악으로 흐르는 시퀀스의 백미는 마지막 장면이다. 여자 무용수의 끈질긴 설득과 애원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그런 여자를 끝내 뿌리치고 문밖으로 뛰어나가면서 ‘Love’는 끝이 난다.

 

4. FuturePerfect Productions: Between Music / AquaSonic ‘Breaking the Surface’

덴마크 아티스트 라일라 스코브만(Laila Skovman)과 로버트 칼슨(Robert Karlsoon)이 함께 협력하여 만든 프로젝트다. 다섯 명의 아티스트가 유리로 된 수조 안에서 수중용으로 제작된 악기로 연주하고 노래한다. 물속에서 울리는 타악기 소리를 눈감고 듣다 보면 우주에서 다이빙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 역시 현실과는 동떨어진 생경함이 가득하다. 이 영상은 꼭 이어폰이나 헤드셋을 사용해서 볼 것을 권한다.

 

화가 장콸은?

장콸은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화풍으로 주목받아 온 화가다.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소녀들은 언뜻 차가운 인상을 풍기지만, 그 내면에는 악의나 냉정함이 아닌 뜨거운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인간의 가장 순수한 마음인 ‘호기심’을 주제로 한 개인전 <걸 스카우트>를 열었고 디지털 작업, 앨범 아트워크 작업, 소품 작업 등 여러 작업에 두루 참여했다.

 

장콸 홈페이지 

장콸 인스타그램 

장콸 페이스북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