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일본이나, 대만의 ‘인디 음악’을 얘기할 때면 얼핏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지만, 멕시코의 인디 음악이라면 조금 낯설다. 멕시코 음악 신에도 다수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독보적인 음악 스타일을 구축해가는 감각적인 인디 뮤지션들이 많이 있으며, 그중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인디 신을 빛내는 밴드 4팀을 추려 소개한다. 듣는 즐거움과 보는 재미를 모두 충족하는 감각적인 뮤직비디오는 덤이다.

 

1. La Garfield

이미지- La Garfield 홈페이지

La Garfield는 멕시코 제2의 도시이자 문화의 중심지인 과달라하라(Guadalajara) 출신의 퓨전 재즈 밴드다. 키보드, 기타, 드럼, 베이스, 보컬 등 일반적인 밴드를 구성하는 멤버 다섯 명에 트럼펫과 색소폰, 봉고 세션이 합세해 8인조 밴드의 완전체를 이뤘다. 퓨전 재즈 밴드라고는 하지만, 멤버 자신들은 정작 장르를 한가지로 한정하지 않고 화려한 연주 세션을 십분 활용해 여러 음악적 스타일을 다양하게 시도한다. 일찍이 2007년, 보컬 없이 7인 밴드를 결성했으나 첫 앨범을 내기까지는 꼬박 6년이 걸렸다. 2013년 늦은 데뷔 앨범 <Sin Miedo>를 발표하고 2016년 두 번째 정규 <Love Paraíso>와 몇 장의 싱글을 더 내놓으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La Garfield 'Love' MV

2016년 8월경 유튜브에 공개한 ‘Love’ 뮤직비디오. 키보드, 기타, 드럼, 베이스가 묵직하게 바탕을 깔고, 트럼펫과 색소폰이 빈 부분을 촘촘히 채운다. 여성 보컬의 풍성한 소울 보이스와 멤버들의 적당히 신나면서 리드미컬한 화음이 멜로디 위에 얹혀지고 봉고 소리와 박수 소리가 잘게 부서지며 입체감을 더한다. 볼링장, 구형의 카세트 플레이어, 불이 들어오는 롤러스케이트 같은 복고적인 장치를 심어 보는 재미를 더했다.

 

2. Clubz

이미지- Clubz 페이스북

멕시코 누에보레온주의 주도 몬테레이(Monterrey) 출신의 듀오. 미끈하고 감각적인 사운드로 주목받는 젊은 감성의 일렉트로닉 팝 밴드다. 호주 어쿠스틱 밴드 허스키(Husky)에서 각각 드럼과 기타를 연주하던 멤버, 코코(Coco)와 올란도(Orlando)로 이뤄진 듀오 프로젝트로, 2013년부터 고향인 멕시코 몬테레이를 기반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새로운 밴드를 하기로 뜻을 모으자마자 번뜩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수집해 즉석에서 자작곡 세 곡을 뚝딱 만들어내고, 곧이어 첫 EP <Texturas>(2014)를 발표했다. 이듬해인 2015년부터는 전자음을 사운드 전면에 배치해 음악의 결을 달리하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물로 같은 해 발표한 싱글 <Épocas>가 대표적이다. 전작이 주로 1970, 80년대 펑크, 디스코, 팝을 적절히 믹스한 발랄하고 통통 튀는 느낌의 음악이었다면 'Épocas'는 청량한 기타 리프와 신스 사운드가 돋보이는 일렉트로닉 팝 장르에 한층 다가섰다. Clubz의 사운드클라우드 계정에서 두 앨범의 수록곡을 모두 들어볼 수 있다.

Clubz ‘Popscuro’ MV

2017년 2월에 발표한 싱글 ‘Popscuro’의 뮤직비디오. Clubz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은근하게 흥을 돋우는 댄서블한 멜로디와 기분 좋게 뿅뿅 거리는 건반 소리는 여전히 건재하고 매력적인 비디오가 더해져 오감을 자극한다. 알록달록한 색감이 골고루 퍼진 슈퍼와 스테이지의 화려한 조명을 연결하는 흐름도 자연스럽다. 최근 싱글 <Áfrika>를 발표하고 멕시코주의 크고 작은 공연장을 돌며 부지런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3. Lawall

이미지- Lawall 페이스북

멕시코 남서부에 위치한 작은 주, 콜리마(Colima) 출신의 인디팝 밴드. 팀 내 보컬 겸 기타를 맡고 있는 프런트맨 Tavo Borja와 드러머 Enzo Borja, 두 형제와 그의 친구들이 모여 4인조 밴드를 결성했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해 틴에이지의 풋풋하고 재기발랄한 감성이 도드라진 싱글 <140>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데뷔를 알렸다. 생뚱맞게 꿈틀거리는 베이스 라인과 제멋대로 붙이고 잘라 편집한 자유분방한 비디오는 90년대생 멤버들의 순수성과 천재성을 동시에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후 한 명의 기타리스트를 더 영입해 오늘날의 5인체제를 완성하고 첫 정규 <La playa de los 90>(2015)를 발표했다.

Lawall 'Señorita' MV

2016년 3월 유튜브에 공개한 'Señorita’ 뮤직비디오. 첫 정규앨범의 두 번째 트랙에 수록한 곡으로, 다른 곡들과는 달리, 영어 가사로 쓰였다. 과감하고 묵직한 신시사이저가 몽롱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경쾌한 드럼 사운드가 뒤를 받치며 지루할 틈 없는 곡 전개가 이뤄진다.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또래 친구들을 불러모아 한바탕 파티를 벌이는 내용으로, 상상과 현실을 오가는 무심한 컷편집과 함께 밴드 Lawall 특유의 재기발랄함이 돋보이는 뮤직비디오를 완성했다.

 

4. Technicolor Fabrics

이미지- Technicolor Fabrics 페이스북

위에 소개한 La Garfield와 같이 과달라하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5인조 록밴드다. 2007년 밴드를 결성해 더 화이티스트 보이 얼라이브(The Whitest Boy Alive), 피닉스(phoenix), 패션 피트(Passion Pit) 같은 뮤지션들의 오프닝 무대에 서며 유명해졌다. 멕시코 인디 신을 대표하는 밴드로 반드시 거론되는 이름이지만, ‘단순한 것이 더 아름답다(Less is more)’는 모토 아래 최대한 미니멀하고 산뜻한 사운드를 구현하는 데 집중한다. 2009년, 거추장스러움을 걷어낸 명료하고 직관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는 앨범 <Run... The Sun Is Burning All Your Hopes>를 발매하며 본격적으로 데뷔했다. 오늘날까지 다수의 EP, 싱글, 정규를 발표하고 과달라하라를 비롯한 몬테레이, 케레타로, 티후아나 등 멕시코의 다양한 주와 도시를 돌며 공연을 펼쳤다.

Technicolor Fabrics 'Tiernos' MV

최근 밴드는 반가운 싱글 <Tiernos>를 발표했다. 정교한 멜로디 라인과 쫄깃한 리듬, 여전히 빈틈없이 깔끔한 연주가 돋보이는 신보다. 한층 감각적이고 세련된 무드로 완성된 음악에 꼭 어울리는 뮤직비디오도 빠지면 서운하다. 파스텔톤과 옅은 모랫빛으로 나른하게 채색된 색감의 배치와 연기자 세 명의 잘 차려입은 빈티지 패션이 과하지 않게 조화하며 마치 한편의 패션 필름을 보는 듯 깔끔하고 우아한 느낌을 준다. 어느덧 데뷔 10년을 맞은 밴드 Technicolor Fabrics의 여전히 건재한 사운드를 끝으로, 멕시코 인디 신의 이채로운 면면을 훑어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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