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섬해적단은 2인조 밴드다. 주로 북한, 김정일을 장난삼아 노래한다. 친구들은 열광하고 사람들은 웃는다. 그런데 밤섬해적단의 매니저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그들의 1집 앨범 <서울불바다>는 증거자료가 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아주 진지하고 웃긴, 예상 밖의 다큐멘터리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에서 그 진상을 파헤쳐보자.

 

밤섬해적단은 누구인가

영화 <파티51> 스틸컷. 공연 중인 밤섬해적단

'밤섬에서, 경제와 자본의 중심지인 여의도를 습격하다'는 뜻. 밤섬해적단은 드러머 권용만, 보컬과 베이스의 장성건으로 구성된 2인조 밴드다. 장르는 그라인드 코어. 주로 파격적인 가사를 쓰고 거친 그로울링 창법으로 노래하는 음악이다. 밤섬해적단은 진정 소음에 가까운 노래를 발산하며 전위적인 퍼포먼스를 펼친다. 그들의 노래는 적어 놓고 듣지 않으면 무슨 내용인지조차 알아듣기 힘들지만(그들은 공연장에서 종종 파워포인트에 가사를 띄워 놓았다), 적어도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는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밥섬해적단 서울불바다> 시사회에서 정윤석 감독

그들은 주로 한국을 관통하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소재로 노래한다. 그 음악적 활동 중 하나가 자립음악생산조합이다. 홍대 앞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음악가들이 만든 자립음악생산조합은 궁극적으로 인디 밴드들이 자본에 종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음악 활동하기 위한 방법을 궁리하기 위해 결성됐다. 음악가들은 일명 ‘비정규직 음악 노동자’를 양산하는 불합리한 사회적 구조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연대에 밤섬해적단이 빠질 리 없었다. 앞서 자립음악생산조합의 결성과 성장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파티51>(2013) 출연진에 밤섬해적단의 이름이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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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불바다

북괴의 지령이 내려졌다!
복지예산 확충하라!
북괴의 지령이 내려졌다!
노동 3권 보장하라!
북괴의 지령이 내려졌다!
등록금을 인하하라!
북괴의 지령이 내려졌다!
민주당에 투표하라!
- <서울불바다> 수록곡 '북괴의 지령' 노랫말 중

 

이번 다큐멘터리는 뮤지션 밤섬해적단의 두 번째 영화인 셈이다. <파티51>이 주로 홍대 인디 신을 주제로 한 음악적 영역에서 이야기했다면,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는 좀 더 나아가 사회적 범위로 나아간다. 밤섬해적단은 한 개만 공격하지 않는다. 낡고 더럽고 억울하고 분노에 찬 이것저것을 겨냥한다. 그 도구가 바로 ‘북한’이다. 밤섬해적단이 ‘북한적’인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어둡고 쎈 하드록을 지향했던 두 청년은 남들보다 더 '쎈' 걸 부르고 싶어했다. 그래서 북한이었다. 과거 한국에서 ‘빨갱이’라는 낙인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문제가 아닌 언제나 공포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밤섬해적단에게 '북한'이란 현재 남한에 팽배한 권위주의를 비롯해 온갖 부조리를 조롱하기 위한 아주 기발한 계략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며, 그들이 ‘빨갱이’이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누가 그걸 모르냐고? 글쎄 말이다.

 

넘치는 관심

밤섬해적단은 여의도의 시위현장에서,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서울대 앞에서 한결같이 소리 질렀다. 상대를 가리지 않는 비판과 유쾌한 조롱을 일삼은 덕에 그들은 여러 집단의 주목을 받았다. 대한민국 검찰은 남다른 관심을 표했다. 2012년에는 사진가이자 밤섬해적단의 매니저로 활동한 박정근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검찰에 회부됐다. 북한에서 운영하는 트위터 계정의 글들을 리트윗하고, “김정일 장군님 빼빼로 주세요” 같은 트윗을 남김으로써 북한 체제를 찬양,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였다. 그는 밤섬해적단과 1집 앨범 <서울불바다>의 수록곡 ‘김정일 만세’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결국 밤섬해적단의 멤버 권용만은 박정근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했고, <서울불바다>는 증거로 채택됐다. 그들의 행위는 정말 친북 활동일까, 아니면 새빨간 조롱극일까. 영화에서 이 웃지 못할 촌극을 확인해볼 일이다.

 

웃기고 진지한 논픽션

당시 외신들의 주목을 모았던 트위터 재판 사건과 그 중심에 나란히 서 있는 밤섬해적단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아낸 영화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는 이제 전 세계 영화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영화가 공개된 후 영어권 문화 매체 <Vice>는 이례적으로 정윤석 감독, 출연진과 인터뷰를 진행해 깊은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데뷔작 <논픽션 다이어리>(2013)로 평단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정윤석 감독은 미술과 영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시도의 다큐멘터리를 보여준다. 밴드 밤섬해적단의 시끄러운 음악에 맞춰 재치있는 자막과 이미지가 영화를 가득 채운다. 감독은 단연 밤섬해적단의 음악에 꼭 어울리는 파격적인 편집을 통해 색다른 비디오아트를 완성했다. 6년간의 제작 기간에 걸쳐 담긴 이야기의 조각들은 마치 잘 짜인 드라마처럼 매끄럽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러나 이것은 진정한 논픽션,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의 연속. 형식을 벗어난 예상 밖의 음악과 영화,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는 웃기고 진지한 지금 한국 사회를 제대로 은유한다.

다큐멘터리 <밤섬 해적단, 서울 불바다>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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