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닭>

The Chicken of Wuzuhㅣ2015ㅣ감독 변성빈ㅣ출연 송소현, 신재훈

다운증후군을 가진 소녀 우주는 선생님을 좋아한다. 어느 날, 선생님에게 머리핀을 선물 받은 우주는 같은 반 친구에게서 똑같은 머리핀을 발견한다. 배신감을 느낀 우주는 선생님께 드리려고 키우던 닭을 교실로 들고 가 난동 부리기 시작한다. 그때, 한 소년이 조심스레 우주에게 다가간다. 그렇게 우주의 소동이 잠잠해지는 사이, 사랑에 관한 작은 마음들이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교실 안을 가득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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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선생님이 내준 숙제. 각자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느낀 점을 써오라는 것이다. 단, 상대방이 받고 싶어 하는 선물을 해야 하는데 그건 곧 상대에게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임을 일러준다. 살아있는 닭을 잡아 온 우주는 곧 선생님을 향한 마음을 드러내지만, 그 표현과 방법은 서툴기만 하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우주에게 닭은 자신의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이었을 것이다. 한편, 우주 앞을 가로막은 점박이 소년은 우주의 마음에 꼭 드는 선물을 건넨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좋아하는 이를 유심히 관찰해온 점박이 소년의 마음이 고스란히 깃든 선물은 보는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단편영화 <우주의 닭>은 특히 다운증후군을 가진 소녀, 점박이 소년 같은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보편은 결국 사랑이라는 점을 얘기하고 있다. 사회 소수자이든 아니든 모든 사람은 사랑을 받고 사랑하는 것에 가장 큰 가치를 느끼기 때문이다. 한편, 우주 역을 연기한 실제 다운증후군을 지닌 소녀, 송소현을 더욱 주목할 만하다. 변성빈 감독이 지역 장애인복지관에서 직접 캐스팅한 배우로, 당시 연기를 해보고 싶어 도전하게 된 송소현은 제작진과 함께 꾸준히 연습하며 촬영을 진행했다고 한다. 오랜 시간 집중하기 힘들어하는 다운증후군 소녀를 향한 배려와 또 송소현 배우 자신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뜻깊은 작품이다.

단편영화 <뿔> 포스터

성균관대학교에서 영상학과 동양철학을 전공한 변성빈 감독은 <우주의 닭>을 통해 수많은 단편 영화제로부터 주목받았다. 이 작품은 2016년 약 30여 곳의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고, 국내에서는 여러 장애인 인권 영화제에서 상영되었을 뿐만 아니라, 제6회 고양스마트영화제 최우수상, 제6회 충무로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제11회 대한민국 대학 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으며 명실공히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외에도 <뿔>(2014), <미행토끼>(2009) 같은 단편영화들로 매번 수상 이력을 새겨왔다. 현재 또 다른 영화를 작업 중이라는 변성빈 감독의 다음 작품을 마땅히 기대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