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지에서 당신은 어떤 음악을 듣습니까? 평소에 즐겨듣는 자신만의 익숙한 플레이리스트도 좋지만, 새로운 곳에선 새로운 노래를 듣는 것도 상당히 기분 좋은 일입니다. 소리 없는 풍경에 생생한 색깔을 입혀주는 낭만 넘치는 음악들을 소개합니다.

 

잠시 쉬어가도 좋은, 우산 그늘 Payung teduh

Via last.fm

우산 그늘이란 뜻의 payung teduh는 2007년 자카르타에서 결성된 인도네시아 밴드입니다. 멤버는 모하마드 (기타, 보컬), 코미 아지즈 카리코(베이스), 이바나 펜 위인(기타), 알레한드로 사크 사카 메(드럼)이며, 재즈와 인디를 기반으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하는 팀입니다. 인도네시아 음악을 전혀 모르던 때 선물 받은 CD <Dunia Batas>(2012)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이 앨범을 듣자마자 저는 완전히 매료 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키린지(Kirinji)라고 해야 할까요. 이 후로 여름만 되면 주구장창 듣는 앨범이 되었습니다. 한번은 휴가지에서 이 앨범을 튼 적이 있었는데,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고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다함께 들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적당한 바람과 노을, 야자수가 있는 곳이라면 반드시 어울리는 노래입니다.

Payung Teduh 'Berdua Saja'

 

왕가위 감독의 영화처럼 몽환적인, Jakob Ogawa

이미지- Jakob Ogawa 페이스북

제이콥 오자와. 이 낯선 이름의 뮤지션은 2017년 데뷔한 노르웨이 오슬로 출신의 인디 뮤지션입니다. 저 역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SNS를 통해 본 제이콥 오자와는 아마도 이런 것들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여름밤의 수영장, 맥주, 스쿠터, 나른하고 습기를 가득 머금은 느낌들.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왕가위 감독의 영화가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처럼 몽환적인 사운드가 돋보이는 ‘You Might Be Sleeping’과 ‘All Your Love’는 특히나 휴가지에서 많이 들어본 적 없는 노래일 것 같네요.

Jakob Ogawa 'You Might Be Sleeping'
Jakob Ogawa 'All Your Love'

 

보사노바 풍의 살랑거림, Port of Notes

포트 오브 노츠(Port of Notes)는 1996년에 결성된 일본의 혼성 듀오 입니다. 미유키 하타케 야마(보컬), 고지마 다이스게(기타)로 구성된 이들은 주로 팝과 재즈를 편안하고 고급스럽게 풀어냅니다.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를 가진 보사노바 풍의 ‘(You Are) More Than Paradise’는 1999년 발매된 곡입니다. 어릴 적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암리타>를 읽으며 가본적 없는 이국적인 풍경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기만 했을 때, 이 노래를 들으며 실제로 그곳에 있는 듯 한 착각에 빠지곤 했습니다.

Port of Notes '(You Are) More Than Paradise'

 

지중해의 따스한 햇살을 머금은, Erlend Øye

지인이 제게 그랬습니다. 유럽을 가게 되면 무조건 남쪽으로 가라고. 남부 유럽에 갔을 때 이 곡보다 완벽한 노래가 있을까요? 바로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와 더 화이티스트 보이 얼라이브(The Whitest Boy Alive)의 얼렌드 오여(Erlend Øye)가 2013년 솔로로 발표한 첫 싱글 ‘La Prima Estate’입니다. 노르웨이 출신인 얼렌드 오여가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어 그곳으로 이주하여 만든 노래라고 하네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며 새로운 감정과 기분으로 만든 음악. ‘La Prima Estate’는 밝고, 유쾌합니다. 경쾌한 리듬과 도입부의 플루트 연주는 모두에게 기분 좋은 감정을 선사합니다. 눈을 감고 멜로디를 흥얼거리다 보면 따뜻한 햇살과 아름다운 지중해의 풍광들이 자연스럽게 펼쳐집니다. 지금 남부 유럽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Erlend Øye 'La Prima Estate'

 

서퍼들이 사랑하는 뮤지션, Jack Johnson

하와이 출신인 잭 존슨은 2001년 데뷔한 이후, 6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한 싱어송라이터이자 전직 서퍼 선수 입니다. 2005년 발매한 3집 <In Between Dreams>의 상업적 성공(전 세계적으로 1500만장 이상 판매한) 이후로 다큐멘터리 제작, 배우, 프로듀서 등 다방면에서 활동 하는 다재다능한 뮤지션 입니다. 그는 서퍼들이 사랑하는 뮤지션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어쿠스틱 기타와 중저음의 목소리로 편안하게 연주하는 것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입니다. 그의 음악에는 어두운 구석이 없습니다. 삶을 긍정적으로 대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음악에도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이렇듯 잭 존슨의 노래는 소박하지만 여유가 흘러 넘칩니다. 하와이의 푸른 바다를 닮은, 그의 음악을 들어보실까요?

Jack Johnson 'I Got You'

 

Writer

지큐, 아레나, 더블유, 블링, 맵스 등 패션 매거진 모델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 개러지 록밴드 이스턴 사이드킥(Eastern Sidekick)과 포크밴드 스몰오(Small O)를 거쳐 2016년 초 밴드 아도이(ADOY)를 결성, 팀 내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다. 최근 첫 에세이집 <잘 살고 싶은 마음>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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