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녀>는 살인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김옥빈)가 자신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깨닫고 복수에 나서는 강렬한 액션 영화다. 세계적인 권위의 칸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상영되며 개봉 전부터 이목을 끌었던 <악녀>는 지난 6월 8일 국내에 정식으로 개봉하며 누적 관객 수 120만 명을 기록했다. 그리고 극장에서 막을 내린 지금, 남은 건 영화에 대한 가타부타의 말들과 바로 ‘영화’ 그 자체다. 무언보다 나쁠 리 없는 호평과 혹평을 잔뜩 짊어진 영화는 어쨌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애초에 호불호에 대해 가타부타 말 많을 수밖에 없는 게 영화의 숙명이라면, 일단 보고 얘기할 일이다. 보기 전에 하나 일러주자면, <악녀>는 끝내 웃었다는 것. 영화 속 키워드 5가지를 먼저 살펴보자. <악녀>의 매력 포인트이자, <악녀>를 한결 편하게 볼 수 있는 도움말이기도 하다.

 

1. 슈팅게임

슈팅게임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고? 이번 기회에 그 경험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1인칭 시점으로 펼쳐지는 오프닝 시퀀스는 그야말로 슈팅게임이다. 카메라 앵글이 쉴 새 없이 360도로 뒤집어진다. 주인공 숙희가 360도로 날아다니고 있다는 뜻이다. 10분도 채 안 되어 100명 가까운 상대를 쓰러뜨린다. 다소 어지러울 수도 있다. 그만큼 강렬한 첫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멋진 부분 이기도 하다.

 

2. Action!

온갖 액션으로 점철된 살인 장면들은 유독 적나라하다. 하지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액션 영화를 찾아보는 이들에겐 그것이 가장 큰 묘미일 터. 한국 영화에서 본 적 없던 여성 킬러의 액션은 생각보다, 절대 시시하지 않다. 서울액션스쿨 출신의 정병길 감독은 앞서 <우린 액션배우다>(2008), <내가 살인범이다>(2012) 같은 영화로 액션 연출력을 증명했다. 살벌한 쾌감을 선사하는 <악녀>의 액션은 한국의 액션 마스터 정병길 감독의 연출력, 게다가 실제 합기도, 태권도 유단자인 김옥빈의 차진 열정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지는 액션은 좋은 의미로 ‘킬링 타임’ 한다. 

 

3. 女

‘여성 원톱’ 자체가 없는 요즘 영화계에서 보란 듯이 등장한 <악녀>는 대외적으로 '여성 영화'의 프레임을 썼다. 특히 여성 액션 영화는 별로일 것이라는 인식을 뒤집으며, 결국 악당으로 대변되는 남성을 통쾌하게 이기는 여성 주인공임을 암시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영화 속의 여성적 프레임은 조금 아쉬움도 남겼다. 극 중 ‘숙희’에게 부과하는 갈등들은 대부분 모성애를 이용하고, 남성을 향한 수동적인 여성의 관점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악녀’는 제멋대로 나쁜 성질을 부려야 하겠지만, ‘숙희’는 ‘여성’ 킬러의 약점을 이용하는 악한 사람들로부터 굴복해버린다. 다만, 우려했던 것만큼 착한 악녀는 아니다. 어쨌거나 <악녀>는 멜로가 아닌 복수극. ‘숙희’는 그 누구보다 더 잘 쏘고 잘 죽인다.

 

4. 드라마틱한 캐릭터

영화 <악녀>는 드라마의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래도 <악녀>를 끝까지 끌고 가는 것이 드라마다. 그 복잡다단한 스토리는 영화로 직접 확인하기로 하고, 드라마를 내포하는 인물들을 살펴보자. 신하균이 맡은 ‘중상’은 숙희와 처음부터 함께 등장하며 숙희의 과거를 알고 있는 인물로 나온다. 숙희를 킬러로 키워낸 ‘중상’은 영웅인지, 혹은 악당인지 모를 표정을 지으며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김서형이 맡은 '권숙'은 숙희에게 임무를 내리는 국가 비밀조직 간부다. 그는 숙희에게 10년간 임무를 수행하면 평범한 삶을 주겠다고 약속하지만, 점점 숙희의 삶을 흔든다. 성준이 맡은 ‘현수’는 숙희의 주변을 맴도는 의문의 남자. 비밀을 숨긴 채 접근하는 현수의 양면성을 주목해보자.

 

5. 무엇보다, 김옥빈

영화 촬영 스틸컷

화려한 액션도 액션이지만, 그것을 오롯이 다 해낸 김옥빈을 잊을 수 없다. 처절한 상황에 내몰릴 때마다 울부짖는 표정도, 분노에 가득 차 이글거리는 눈빛도, 칼과 도끼를 격렬하게 휘두르는 몸짓도 모두 대단했다. 단연 김옥빈이 아닌 ‘숙희’는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박찬욱 감독의 <박쥐>(2009) 이후 다시 한 번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김옥빈에겐 스스로 감회가 남달랐을 테다. 인터뷰에서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고 말한 김옥빈은 정말 후회 없이 다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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