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슈바르보바(Maria Svarbova)는 대학에서 고고학 및 유적보존학을 전공했지만, 2010년 포토그래퍼로 전향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었다. 슬로바키아를 기반으로 활동을 시작해, 오래된 수영장에서 영감을 얻은 ‘In the Swimming Pool’ 시리즈를 찍으며 유명해졌다. 배경과 인물을 따로 분리하지 않으면서 하나의 완전한 피사체로 응시하는 태도는 그의 사진들에 일관되게 차용되는 법칙이다.

본격적으로 수영장 사진을 찍기 시작한 건 2014년부터였다. 기발하고 재미있는 촬영장소를 물색하던 중 오래된 공공 수영장을 발견했고, 낡고 바랜 듯한 분위기를 흘리는 공간에 반해 셔터를 누른 것이 오늘날까지 시리즈 작업으로 이어졌다. 마리아 슈바르보바의 사진 속 인물들은 대부분 작고 무표정한 모습으로 화면 속 각자의 위치에 존재한다. 자세는 하나같이 찰나의 순간에 얼어붙은 듯 뻣뻣하다. 물을 거울삼아 인물을 중첩해 보여주는 사진 효과나 캐비닛 속에 몸을 구겨 넣는 인물의 경직된 포즈, 수영장의 푸른 빛과 대비되는 붉은 색의 배치 등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정교하게 계산된 이미지는 실사가 아닌 그림을 보는 것 같이 몽롱하다.

수영장 시리즈 외에도 다양한 사진들을 찍었으나, 눈에 보이는 피사체를 마구잡이로 찍거나 일순간의 포착으로 셔터를 누르지 않았다. 앵글을 흔들며 흐릿하게 찍는 기교도 부리지 않는다. 마리아 슈바르보바는 늘 그렇듯 정해진 구성 안에서 철저하게 계산된 찰나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선명하게 담았다. 일상적인 공간 속에 다양한 양상으로 늘어서 있는 엇비슷한 사진들은 저마다 하나의 일관된 메시지를 풍긴다. 삶에서 이미 결정된 각자의 역할을 바꾸려는 무의미한 시도(‘Plastic World’)를 안타까워하는 것도, 중력을 잃은 듯 공중에 부유하는 공허한 심상(‘Human Space’)을 채집하는 것도 모두 사진가의 몫이다.

마리아 슈바르보바는 최근 다양한 벽에, 다양한 인물을 세워 두고 사진을 찍었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여전히 색감, 그리고 피사체와 일정한 ‘거리 두기’다. 온통 화사한 파스텔 톤으로 뒤덮고 있지만, 그의 사진을 마냥 산뜻하고 아기자기하다고 표현할 수 없는 것은 사진 속 인물들의 감정을 읽을 수 없는 건조한 표정과 어김없이 절제된 움직임이 주는 묘한 긴장감 때문이다. 전투적일 정도의 정교함으로 무장한 마리아 슈바르보바의 이미지는 늘 그렇듯 일상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양가감정을 도출한다. 사실 그의 사진을 설명하는 데는, 그리 많은 수식이 필요하지 않다. 그저 치밀하게 계산된 찰나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면 된다.

위에 소개한 작품들은 지극히 일부분일 뿐이고, 마리아 슈바르보바의 푸르고 청명한 이미지를 담은 사진들은 그의 인스타그램과 홈페이지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다.

Maria Svarbova 홈페이지
Maria Svarbova 인스타그램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