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을 전후로 막 날개를 단 밴드부터 결국 해체한 밴드까지, 비슷한 시기 여러 인디 밴드의 모습이 카메라에 찍혔다. 아래 다큐멘터리 영화들은 얼마 지나지 않은 과거에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이 어떻게 음악을 했는지 단번에 보여준다. 물론 현재라고 다를 건 없다.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의
갤럭시 익스프레스, 타바코 쥬스

Turn It Up To 11ㅣ2009ㅣ감독 백승화ㅣ출연 갤럭시 익스프레스, 타바코 쥬스

영화의 시작, 아니 루비살롱의 시작은 이러하다. 1990년대 크라잉넛, 노브레인과 함께 펑크 레이블 ‘문화사기단’의 중심인물이었던 이규영은 갑작스럽게 가장이 되어 고향인 인천에서 지낸다. 그러다 뜬금없이 부평의 모텔촌 한가운데 인디레이블 ‘루비살롱(현 루비레코드)’을 열고, 밴드를 불러 모은다. 반드시 크게 들어야 하는 음악을 하는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타바코 쥬스’는 그렇게 루비살롱과 만났다. 지금 보면 국내 최정상 록밴드가 된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추억으로 남은 밴드 타바코 쥬스로 상반된 미래를 맞았지만, 당시 두 밴드의 모습은 어딘가 닮았다. 그들은 모두 하고 싶은 음악에 열정을 쏟아붓고, 그 자체에서 더 큰 에너지를 얻는 뮤지션이었다.

<반드시 크게 들을 것> MV - 갤럭시 익스프레스 '개구쟁이' 

2006년 박종현(기타, 보컬), 이주현(베이스, 보컬), 김희권(드럼)이 결성한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펑크, 그런지, 싸이키델릭, 개러지 같은 장르를 쥐락펴락하는 전방위 록을 들려준다. 영화 제작 이후 팀은 루비살롱에서 탈퇴하고 자체 레이블 '러브락'에서 활동 중이다. 무대에서 가장 정력적인 이들은 지금도 여전히 ‘온 우주의 기운’을 모은 듯한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갤럭시 익스프레스 '진짜 너를 원해'

루비살롱의 1호 밴드, 2004년 결성한 타바코 쥬스는 펑크와 레게 리듬을 누비며 자유분방하게 노래한다. '담배를 끊어요'를 부르며 정작 본인들은 담배를 피우듯, 해학적인 이미지로 인기를 얻었다. 특히 영화에서 권기욱이 남긴 "우린 안 될거야 아마"라는 명언 아닌 명언은 계속 회자됐다. 권기욱(보컬), 권영욱(기타, 보컬), 성호림(기타), 백승화(드럼), 조퐈니(베이스)로 구성된 타바코 쥬스는 2009년 영화 촬영 후 조퐈니가 탈퇴하고, 송학운(베이스)을 영입했으나 2011년 해체한다.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의 감독이자 드러머였던 백승화는 이 영화를 시작으로 본격 영화감독으로 데뷔, 최근 <걷기왕>을 찍었다.

타바코 쥬스 '담배를 끊어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Sogyumo Acacia Band's Storyㅣ2009ㅣ감독 민환기ㅣ출연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요조, 오진호, 정주영, 김관영

민환기 감독이 인디 밴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이하 '소규모밴드’)와 1년 동안 교류하며 제작한 생활 밀착형 다큐멘터리. 특유의 서정성과 독자적인 스타일을 갖춘 소규모밴드는 2006년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 수상으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김민홍(기타, 보컬), 송은지(기타, 보컬) 두 멤버는 3집 앨범을 준비하면서 더 나은 사운드를 위해 객원 멤버들을 영입하지만, 그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다. 그렇게 여섯 명이 되었다가, 다시 두 명으로 돌아온 소규모밴드의 여정이 곧 영화의 서사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with 요조 '낮잠'

소규모밴드는 2007년 객원 멤버 요조와 작업한 앨범 <My Name is Yozoh With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를 발매한 바 있다. 영화는 당시 소규모밴드와 객원 멤버 간의 갈등과 생각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여느 밴드들도 겪었을 법한 과정을 밟아오며, 소규모밴드 두 멤버는 10년 넘게 변치 않는 감성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영화에서 보여준 진솔한 모습처럼, 그들의 음악은 여전히 거침없고 솔직하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다녀온 이야기’

 

<좋아서 만든 영화>의 좋아서 하는 밴드

What Do You Do?ㅣ2009ㅣ감독 고달우, 김모모ㅣ출연 좋아서 하는 밴드(조준호, 손현, 안복진, 황수정)

좋아서 시작한 일은 마냥 행복하기만 할까? 어쩌면 모든 젊은이의 고민이기도 할 이 질문을 영화 속 '좋아서 하는 밴드'는 몸소 묻고 답한다. 밴드 이름이 뭐냐는 질문에 “그냥 저흰 좋아서 하는 건데요”라고 대답하는 네 명이 모여 좋아서 하는 밴드(이하 ‘좋아밴’)가 됐다. 여타 인디 밴드의 시작과 다를 것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좋아밴은 전국의 길거리 순회 공연을 자처하며 스스로를 알리기 시작했다.

<좋아서 만든 영화> 길거리 공연으로 만든 MV

수많은 사람을 직접 만나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음악과 이야기를 나누며 깊은 공감대를 형성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한 좋아밴은 점차 길거리에서 무대로 올라왔다. 2009년 그랜드민트페스티벌 최고의 루키로 선정된 것을 발판으로 이제는 각지의 공연장을 누빈다. 현재 조준호(퍼커션, 우쿨렐레), 손현(기타), 안복진(아코디언) 세 명의 멤버로 형태를 갖춘 좋아밴은 일 년 전 '자랑'이라는 주제로 관객들과 함께 꾸몄던 공연을 계기로 만든 곡을 최근 싱글 앨범으로 정식 발매했다. 사람들과 소통하기 ‘좋아하는’ 밴드의 성격은 8년째 변함이 없다.

좋아서 하는 밴드 '자랑'

 

(메인이미지=<반드시 크게 들을 것>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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