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베 타다시(矢部直)는 어릴 때부터 틈만 나면 아키하바라의 레코드 상점을 상점을 드나들던, 소위 음악 꽤나 듣던 학생이었다. 졸업 후 자연히 DJ 일을 하기 시작했고 일본의 클럽 킹이라 불리던 모이치 쿠와하라(桑原茂一)의 조수로 일하면서 클럽 오픈, DJ 섭외, 음악 선곡, 홍보와 수금 일을 하면서 음악 비즈니스에 발을 들였다. 그러다 25세가 되던 해에 자립하여 자신의 회사를 설립했고, 회사 이름을 ‘United Future One Nation’이라 지었다. 함께 일하면서 친해진 동료 DJ 토쉬오 마츠우라(松浦俊夫), 프랑스인 라파엘 세바그(Raphael Sebbag)와 함께 직접 음악을 만들자고 뜻을 모았다. 이들 세 명이 ‘UFO(United Future Organization)’라는 이름으로 낸 첫 싱글 <Loud Minority>(1991)는 일본에서만 10만 카피 이상이 팔리며, 첫 시도부터 대박을 터트렸다.

UFO의 첫 싱글. 아트 블레키(Art Blakey)의 ‘Close Your Eyes’(1959)에서 영감을 얻었다

UFO 멤버 모두 뮤지션 경력이 없는 DJ 출신이었다. 그들은 악보를 읽거나 쓸 줄 모르며 악기를 수준급으로 연주할 순 없었지만, 전 세계 수많은 장르의 음악을 알고 있었으며 이를 골라내는 능력은 탁월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십분 활용하여 음악을 만들기로 하였고, 음악 엔지니어를 고용하여 기술적 지원을 받았다. 이들 트리오가 아이디어를 내고 음악의 컨셉을 잡으면 음악 엔지니어가 실물 음악을 만든 셈이다. 마치 공대 출신이 아닌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하이테크 제품을 만드는 과정과 유사할지도 모른다.

UFO의 인기곡인 두 번째 싱글 ‘Loud Minority’(1992)
UFO의 ‘Loud Minority’는 프랭크 포스터(Frank Foster)의 'The Loud Minority'(1974)를 샘플링 했다

야베 타다시는 이전에 일본 DJ 협회 일을 하면서 전 세계 클럽 DJ들과의 친분이 두터웠다. 그는 UFO의 싱글이 나올 때마다 전 세계 DJ들에게 보냈으며, 전 세계 클럽에서 그들의 경쾌한 음악이 나오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러다 세계 음악인들의 AIDS 자선단체인 Red Hot Organization이 발표한 1994년 컴필레이션 앨범 <Stolen Moments: Red Hot + Cool>(1994)에 UFO의 ‘Stolen Moments’가 수록되었는데, 이 앨범이 그 해 타임스지의 ‘올해의 앨범’으로 선정되면서 이들도 세계적인 밴드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올리버 넬슨(Oliver Nelson)의 명곡을 샘플링한 ‘Stolen Moments’(1994)

UFO는 1990년대 정규 음반 여섯 장을 발표하며 승승장구했다. 기존에 나왔던 재즈곡을 샘플링하여 클럽에 맞는 댄스곡으로 편곡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서양 음악을 따라하는 거 아니냐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지만, 어려운 재즈를 시부야 클럽에 맞는 경쾌한 곡으로 바꿨다는 의미에서 ‘클럽 재즈’의 원조가 되었다. 영국의 애시드 재즈 밴드처럼 여성 가수를 피처링한 곡도 자주 발표했고, 뮤직비디오는 흑백 화면으로 처리하여 자신들의 색깔을 가져갔다.

일본의 혼혈 가수 먼데이 미치루(Monday Michiru)가 피처링한 ‘My Foolish Dream’
재즈 가수 디디 브릿지워터(Dee Dee Bridgewater)가 피처링한 ‘Flying Saucer’

이들의 활동은 2002년 토시오가 트리오를 떠나면서 뜸해지기 시작했다. 한동안 듀오로 클럽 활동을 하기도 하고 개별적으로 음반을 내기도 했으나, 3명의 완전체로 발표하는 새로운 싱글이나 음반은 나오지 않았다. 이들 세 사람 모두 현재 시부야에서 클럽 관련 사업을 하고 있으며 가끔 현업 DJ 일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뮤지션이라면 반드시 작곡을 하고 악기를 다룰 줄 알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 부호를 남긴 채, 시부야 클럽 신의 컬트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