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공쿠르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맨부커상. 영국에서 출간된 영문 소설을 기준으로 영국 최고 권위를 부여하는 문학상이다. 맨부커상을 받은 문학 작품은 단연 세계적인 권위와 영예를 획득한다. 그렇다면, 맨부커상을 받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어떨까? 맨부커상을 둘러싼 다양한 영화들을 살펴보았다.

 

1. <채식주의자>

소설 <채식주의자> 원작과 번역본 표지

2016년 국내 문학계를 뜨겁게 달군 작품이라면 단연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다. 이미 국내에선 2007년에 단행본으로 발간되었지만, 영국에서는 2015년에 번역본으로 출판됐다. 영국 발간 당시 단숨에 현지 평단의 주목을 받은 작품은 결과적으로 2016년 맨부커 국제상을 거머쥐었다. 참고로 맨부커 국제상은 맨부커상의 한 부문으로, 영미권 작가의 작품이 아니더라도 영어로 출간된 모든 소설을 대상으로 한다. 또한 2016년부터는 원작자와 번역가가 공동 수상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여 한강 작가와 영국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Deborah Smith)가 공동 수상했다.

영화 <채식주의자> 스틸컷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자로 이름을 떨친 한강 작가, 그리고 그의 소설은 이미 국내 문학계에선 명성이 자자하다. 그걸 먼저 알아본 건 영국 출판계가 아닌 국내 영화계다. 2009년 제작한 영화 <채식주의자>는 이름 그대로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덕분에 영화는 제작 단계부터 많은 화제와 기대를 모았다. 신예 임우성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배우 채민서, 현성, 김여진이 원작소설 속 주요 인물을 그대로 맡았다. 영화는 소설의 뼈대를 고스란히 가지고 간다. 다만, 소설의 메시지를 명확히 담지 못했다거나,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연출했다는 식의 아쉬운 평을 듣기도 했다. 섬뜩하리만큼 놀라운 한강 작가의 상상력이 독자들의 머릿속을 비집고 나와 스크린에 적나라하게 펼쳐졌기 때문일까? 책과 영화를 각각 보고 판단해 볼 일이다.

<채식주의자> 하이라이트

 

2. <라이프 오브 파이>

소설 <Life of Pi> 원작과 번역본 표지

2001년 출간된 얀 마텔의 소설 <파이 이야기>(원제: Life of Pi)는 2002년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특히 수상작 중에서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이 작품은 쟁쟁한 고전 문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소위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책’으로도 꼽힌다. 2002년 맨부커상 후보 공개 당시, 거의 모든 출판인이 예측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논하며 <파이 이야기> 수상을 점쳤다고 한다. 이후 전 세계 40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국내에는 2004년경 출간됐다.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스틸컷

그로부터 약 10년 후, 소설은 <색, 계>(2007), <브로크백 마운틴>(2005), <와호장룡>(2000) 같은 영화를 만들어온 명감독 이안의 카메라를 통해 세계적인 영화로 재탄생했다. 원제를 그대로 붙인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는 2012년 공개되어 소설 못지않은 대대적인 흥행기록을 세웠다. 열여섯 살 인도 소년 ‘파이’가 사나운 벵골 호랑이와 함께 구명보트에 몸을 싣고 227일 동안 태평양을 표류한다는 이야기 구조는 똑같다. 다만, 글자로 쓰였던 호랑이와 바다의 풍광,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파이의 여정이 수려한 3D 그래픽으로 구현되어 관객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소설의 작품성, 감독의 연출력, 영화라는 장르가 지닌 시각적인 효과, 이 삼박자가 훌륭하게 맞아 떨어진 셈이다.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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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소설 <The Sense of an Ending> 원작과 번역본 표지

그렇다면 올여름, 영화로 찾아오는 맨부커 수상작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원제: The Sense of an Ending)는 과연 어떨까. 영국의 국민 작가라 불리는 줄리언 반스의 작품으로, 2011년 맨부커상을 받으며 영국 문학계에 열풍을 일으켰다. 영미권의 수많은 매체는 이 소설을 가리켜 ‘기억과 윤리의 스릴러’라 소개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국내에는 2012년에 출간됐다. 자연스레 많은 제작자가 소설의 영화화에 관심을 보였다. 2017년, 마침내 국내 극장가로 찾아온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덕분에 남다른 기대를 받고 있다.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스틸컷

이야기는 주인공 ‘토니 웹스터’로부터 시작한다. 대학교에 진학한 후 ‘베로니카’라는 여자친구를 사귀게 된 토니는 여러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베로니카와 헤어진다. 그 후 40년의 세월이 흐르고, 어느 날 토니에게 베로니카 어머니의 부고가 담긴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40년 전 자살한 친구 ‘아드리안’의 일기장을 언급하는 유언장을 받고 의문을 품게 된 토니는 베로니카를 찾아 나선다. 마침내 베로니카를 만난 토니는 또 다른 편지 한 통을 건네받고 자신의 기억과 전혀 다른 과거를 마주하며 혼란에 빠진다.

영화는 인도 출신 감독 리테쉬 바트라가 맡았다. 앞서 감독은 직접 쓰고 연출한 첫 장편영화 <런치박스>(2013)로 잔잔한 감동을 전하며 호평을 받았다. 실제로 작가 줄리언 반스의 팬이자 원작을 향한 애정이 깊다고 밝힌 감독은 소설의 내용에도 충실하고 영화로서도 완성도가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각본가와 함께 영화적인 구상을 더했고, 결과적으로 원작의 메시지를 잃지 않은 채 입체감은 더욱 살렸다. 과거의 기억이라는 소재로 인간의 내면을 진지하면서도 흥미롭게 들여다본 작품.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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