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Claire Marie Vogel 출처- RAC 페이스북

디제잉, 리믹스뿐 아니라 송라이팅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재능을 뽐내온 리믹스 아티스트 RAC(Remix Artist Collective)가 2년 만에 정규 <EGO>를 발표했다. 푹푹 찌는 무더위를 가셔줄 청량한 일렉트로닉 팝 14곡을 모은 앨범이다. 얼터너티브 록 밴드 Weezer(위저)의 보컬 리버스 쿠오모(Rivers Cuomo)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타이틀곡 ‘I Still Wanna Know’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달콤쌉싸름한 내음이 그득한 RAC의 일렉트로닉 팝 사운드를 느껴보자.

RAC 'I Still Wanna Know'(ft. Rivers Cuomo) MV

RAC는 포르투갈 출신 리믹스 아티스트, Andre Allen Anjos를 주축으로 결성된 프로젝트다. 순수하게 리믹스에 몰입하던 시절에는 여러 명의 아티스트를 둔 그룹으로 활동했으나, 2014년 발표한 솔로 앨범 <Strangers>를 기점으로 Andre Allen Anjos 1인 체제로 방향을 굳혀갔다.

<Strangers> 앨범 커버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곡을 만들기 시작해 <Hollywood>(2012), <Don't Talk To>(2013), <Let Go>(2013) 등 여러 장의 싱글과 EP를 선보였으며, 2014년 첫 정규를 발표하며 작곡가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했다. St. Lucia, Yacht 등 인디 록과 신스팝, 일렉트로니카 신의 떠오르는 아티스트들의 피처링 참여로 완성된 앨범 <Strangers>다. 특히 곡마다 보컬이 서로 달라 산만한 느낌을 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퍽 정돈된 톤을 유지하는데, 경쾌하게 쪼개지는 드럼 비트나, 시원하게 퍼지는 신디 사운드를 가미한 일관성 있는 편곡 때문이다.

+추천 트랙 ‘Ready For It’(feat. St. Lucia)

RAC 'Ready For It' (feat. St. Lucia)

사실, 리믹스 작업을 빼놓고 RAC의 음악적 커리어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RAC가 지금까지 들려준 리믹스는 약 200곡으로, 실로 방대한 작업량을 자랑하는데, 라나 델 레이, 피닉스, 포스터 더 피플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곡은 물론, 록, 일렉트로닉, 신스팝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흥미로운 편곡 실력을 선보였다. 그중 두 곡은 작년과 올해, 총 두 차례 걸쳐 그래미 어워드에 이름을 올렸는데 각각 2017년 제59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베스트 리믹스 부문을 수상한 Bob Moses의 'Tearing Me Up' 리믹스와 제58회 그래미에서 리믹스로 베스트 리믹스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ODESZA의 'Say My Name' 리믹스다.

미국 시애틀 출신의 일렉트로닉 팝 듀오 ODESZA의 정규 2집 <In Return>(2014)에 수록한 ‘Say My Name’은 유난히 다른 아티스트들로부터 리믹스가 많이 된 트랙이다. 수많은 버전 중에서도 RAC의 리믹스는 원곡의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RAC만의 통통 튀는 사운드 질감을 잘 살린 곡으로 사랑받는다. 처음에는 RAC이 ODESZA의 곡을, 뒤이어 RAC가 발표한 싱글 <We Belong>(2015)에서는 ODESZA가 리믹스 작업을 맡았다.

정규 2집의 발매에 앞서, 5월부터 7월까지 선공개한 5장의 싱글. 모두 합치면 맨 오른쪽 정규 앨범 커버의 모습이 완성된다
RAC 'This Song'(ft. Rostam) MV

다시 새 앨범 이야기로 넘어와, 2년만에 선보이는 정규 2집 <EGO>는 인, 아웃트로를 포함 총 14곡의 감각적이면서도 댄서블한 팝 사운드로 꾸려진 완성도 있는 앨범이다. 누가 보컬로 등장하든, 전반적으로 맑고 경쾌한 톤을 유지하는 아기자기한 편곡 또한 제 몫을 한다. 앨범 커버에 쓰인 다채로운 색감처럼 내용물들도 화사해서 귀에 편안하게 흡수된다.

RAC 'The Beautiful Game'(ft. St. Lucia)

Scavenger Hunt, Chaos Chaos 등 저마다 또렷한 개성을 지닌 인디 뮤지션들의 목소리를 듣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남아공 출신으로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디 팝 뮤지션 St. Lucia는 첫 정규에 이어 이번에도 피처링에 참여해 반가움을 더한다. 1980년대 파티장을 복구해놓은 듯 복고적인 무드를 컨셉으로 한 St. Lucia의 음악은 흥겨운 전자음을 전면에 배치해 리스너들을 흥겹게 만든다는 점에서 RAC와 공통점을 지녔다.

2017년 상반기에 RAC는 일본,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을 돌며 순회공연을 펼쳤고, 8월부터 10월까지 캐나다와 미국의 각 주에서 공연을 하며 팬들과 만났다. 머지않아 RAC의 공연을 한국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RAC 페이스북

 

(메인이미지 출처= RAC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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