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2013), <인터스텔라>(2014) 같은 영화는 물론 <예능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에서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는 버려진 행성처럼 비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준 아이슬란드. 누군가는 ‘신이 세상을 만들기 전에 연습 삼아 만들어본 나라’라고 할 만큼 태초의 자연경관을 오롯이 간직한 곳이다. 인구 약 32만 명이 사는 아이슬란드에서도 장편 영화가 1년에 10편 정도 꾸준히 만들어지는 사실을 아는가? 화려한 액션과 자극적인 볼거리에서 눈을 돌려 잠시 쉬고 싶다면, 아래 영화들을 주목하자.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아이슬란드다운 영화 4편을 소개한다.

 

<램스>

Rams│2015│감독 그리머 해커나르손│출연 시구르더 시거르존슨, 테오도르 줄리어슨

양을 모두 죽이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자식처럼 키워온 양들을 한순간에 잃을 상황에 부닥친 형제는 마침내 오랜 침묵을 깨고 비밀리에 의기투합하는데. 동성애자 레슬링 선수 커플의 이야기를 다룬 <레슬링>(2008)으로 ‘제60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프리미어 상영과 수상을 동시에 거머쥔 그리무르 하코나르슨 감독의 작품. 그는 외부인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외딴 협곡 마을 ‘바우르달다르’로 찾아가 촬영을 진행했다. 깨끗한 자연경관의 아름다움, 더불어 은근한 유머코드가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하는 영화 <램스>는 ‘제68회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대상)을 받았다.

<램스>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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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고고>

Mamma Gogo│2010│감독 프리드릭 토르 프리드릭슨│출연 크리스보그 켈드, 할미르 스나에르 구오나손

어느 날 고고의 평온했던 삶이 알츠하이머병으로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어머니의 예측 불가한 행동 때문에 집안엔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아들은 이웃의 압박과 재정난에 시달리다 결국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낸다. 한편 외딴곳에 갇힌 고고는 젊은 날의 아름다운 기억 속을 헤매며 몇 번이나 요양원 탈출을 시도하는데. <마마고고>는 ‘치매’와 ‘부양’이라는 부모와 자식 간의 현실적인 고민을 다룬다. 영화는 무거운 소재를 아름다운 음악과 영상, 적절한 유머와 재치 있는 대사로 풀어내며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

<마마고고>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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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케이노: 삶의 전환점에 선 남자>

Volcano│2011│감독 루나 루나슨│출연 테오도르 줄리어슨, 마그렛 헬가 요한스토디어

37년 전, 화산폭발로 어부였던 천직을 버리고 고향 섬을 떠난 ‘하네스’(테오도르 줄리어슨)는 오랫동안 학교 수위로 일하다가 은퇴식까지 마쳤다. 그의 가슴에는 지나온 세월의 무상함과 남은 삶에 대한 공허함이 가득하다. <볼케이노: 삶의 전환점에 선 남자>는 무뚝뚝한 성격 탓에 가족들과 어색하게 지낸 한 가장이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삶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루나 루나슨 감독이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공들여 완성한 시나리오는 아이슬란드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륜이 묻어나는 연기, 심플한 비주얼과 사운드, 느린 호흡과 최소한의 대사로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감정의 진폭을 강렬하게 전한다. <램스>에서 키디 역을 맡은 테오도르 줄리어슨이 고독한 가장의 모습부터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헌신하는 다정한 남편의 모습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루나 루나슨 감독은 대학시절에 만든 단편영화(<마지막 농장>(2004), <투 버드>(2008), <안나>(2009))으로 칸 국제영화제, 아카데미 영화제, 유럽영화제를 단번에 휩쓸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는 최근 열여섯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참새(Sparrows)>(2015)로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 시카고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세계 유수영화제 5곳에서 상을 받았다. <마마고고>의 주인공인 여배우 크리스보그 켈드가 출연했다.

<볼케이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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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 알비노이>

Noi The Albino│2003│감독 다구르 카리│출연 토마스 레마르퀴스, 드로스터 레오 구나슨

선천성 색소 결핍증에 걸린 십 대 소년 ‘노이’(토마스 레마르퀴스)는 험악한 산과 눈으로 둘러싸인 아이슬란드 시골 마을 피오르드에 살고 있다. 그는 동네 주유소에서 일하는 소녀 ‘아이리스’(엘린 한스도터)를 데리고 하얀 벽의 감옥에서 탈출하기를 꿈꾼다. 이상향은 따사로운 태양 빛과 야자수로 가득한 하와이.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진 노이의 실수투성이 탈출 시도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졸업작품 <잃어버린 주말>(1999)로 전 세계 영화제에서 11개 상을 받은 다구르 카리 감독의 데뷔작. 끝없이 펼쳐지는 설원과 빙하로 둘러싸인 배경, 엉뚱한 유머와 일면 냉소적인 캐릭터는 흔한 청춘 성장영화의 한계로부터 이 영화를 좀 더 자유롭게 만든다. 감독은 본인이 활동하는 밴드 슬로블로(slowblow)의 음악을 사운드 트랙으로 넣어 쓸쓸하고 감상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노이 알비노이>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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