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페스티벌 시즌이 다가왔다. 매년 이때가 되면 몰아치는 음악 페스티벌에서 가장 기대되는 건, 국내에서 본 적 없었던 해외 뮤지션의 내한 소식이다. 라이브 공연이 끝나면 절로 “앙코르”를 외치게 될 다섯 팀을 소개한다.
썬더캣(Thundercat)
썬더캣이 베이스 연주자로만 남았다면? 퍼렐 윌리엄스와 앤더슨 팩이 그에게 존경을 표할 일도 없었을 테다. 이 두 사람은 물론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스눕 독, 에리카 바두 같은 뮤지션들이 그 가치를 인정한 사람이 바로 썬더캣이다. 미국 LA 출신인 스테판 브루너는 베이시스트와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다 지난 2011년, ‘썬더캣’이란 이름으로 솔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데뷔 앨범 <The Golden Age of Apocalypse>부터 올 2월 발표한 세 번째 앨범 <Drunken>에 이르기까지, 재즈, 소울, 훵크, 인디 록, 일렉트로니카가 뒤범벅된 음악으로 그 역량을 증명하고 있다. 썬더캣의 부드러운 팔세토 창법과 화려한 베이스 선율을 직접 눈과 귀로 담게 될 순간이 진작부터 기다려진다.
레이니(Lany)
레이니는 기본적으론 밴드 구성이지만, 거기에 전자음악을 덧입혀 록과는 다른 스타일리시한 사운드를 뽑아내는 그룹이다. 모델과 보컬 활동을 겸하던 폴 클라인이 드럼의 제이크 고스와 키보드의 레스 프리스트를 영입하면서 그룹이 완성됐다. 사운드클라우드에 공유한 초기 곡들이 차츰 인기를 얻게 되면서, 결성한 지 3년 만에 첫번째 앨범인 <Lany>를 발매했다. 레이니 음악의 멜로디 라인은 캐치한 팝에, 보컬은 R&B 스타일에 가깝다. 특히 리드 보컬과 서브 보컬의 조화로움은 레이니가 가진 장점 중 하나다. 겹겹이 쌓아 올린 듯한 느낌으로 레코딩한 보컬이 라이브 공연에선 또 어떤 질감으로 표현될지 주목할 만하다.
오 원더(Oh Wonder)
오 원더는 자신들의 장기를 적재적소에 활용할 줄 아는 그룹이다. 한번 들으면 귀에 박히지만, 결코 단순하거나 가볍지만은 않은 멜로디 라인으로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기 때문이다. 오 원더의 탁월한 송라이팅 실력은 두 보컬의 목소리를 통해 제대로 빛을 발한다. 음역대를 달리하며 멜로디를 타는 조세핀 밴더 구츠와 앤서니 웨스트의 목소리는 리버브를 심은 듯한 공명감과 묘한 여운을 남긴다. 신시사이저와 기타가 이끄는 선율, 그 위를 수놓을 혼성 보컬의 무대는 뜨거운 여름날에 낭만적인 청량함을 가득 안겨줄 테다.
에디 슐레이먼(Ady Suleiman)
에디 슐레이먼은 영국 노팅엄 출신의 싱어송라이터다. 2015년 데뷔한 후, 레게와 소울을 중심으로 여러 장르의 특성을 가미한 음악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음악을 ‘Raw and Honest(날 것그대로 이면서 정직한)’라고 표현한 것처럼, 그 자신은 어디까지나 꾸밈없는 아날로그를 지향한다. 복잡한 음계 진행이나 기교를 앞세운 창법은 배제하고, 투박한 듯 정교한 보컬로 담담하게 노래한다. 레게와 소울이 자아내는 복고적 기풍과 소울풀한 팝 멜로디가 매력적인 에디 슐레이먼의 무대는 올 8월에 만날 수 있다.
고릴라즈(Gorillaz)
고릴라즈는 그들이 내세우는 ‘2D’ 세계 때문에, 음악은 물론 뮤직비디오와 공연 영상까지 찾아 보게 되는 밴드다. 멤버 각자에게 부여한 ‘캐릭터’가 뮤직비디오에선 어떤 이야기를 갖고 등장하는지, 그리고 무대위에선 또 어떻게 가공되어 나오는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블러(Blur)의 보컬 데이먼 알반과 만화가 제이미 휴렛을 중심으로 결성된 고릴라즈는 얼터너티브 록, 팝, 디스코, 일렉트로니카, 힙합이 뒤섞인 음악을 선보여 온 ‘가상 밴드’다. 올 4월엔 무려 6년 만에 신보 <Humanz>를 발표하기도 했다. 고릴라즈의 이번 내한은 꽤 오랜만에 발표한 신곡들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