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노운드레스 '멀어져만 가네' MV 스틸컷

자신이 ‘사내’인 것에 유독 자부심을 느끼던 남자와 씩씩하고 쾌활하며 사랑에 솔직한 한 여자가 미친 듯 질투하고 애정을 구걸하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끝났다. <질투의 화신>은 많은 사랑을 받았고, 동시에 많은 것을 주었다. 재미는 물론이다. 더불어 유방암 수술을 하고 불임 판정을 받는 ‘남자’, 남자 둘과 여자 하나의 미묘한 동거 같은 기존 드라마의 클리셰를 산산이 부수는 설정과, 방송국 내 비정규직 기상캐스터와 정규직 아나운서, 앵커 사이 미묘한 계급 차 같은 묵직한 문제를 코미디로 포장해 영리하게 보여주는 등 드라마가 진보할 수 있는 다양한 해법을 제시해 시청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겼다.

탄탄한 연기력의 배우와 매력적 서사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이 드라마를 더욱 보고 싶게 만든 건 OST다. 다양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음악을 맡아 기가 막힌 선곡, 뛰어난 신진 뮤지션 발굴로 호평 받는 남혜승 음악감독이 <질투의 화신>에도 합류했다. 그가 감독한 OST 트랙을 보면 유독 뮤지션들의 이름이 눈에 띈다. TV에선 쉽게 볼 수 없었던 이름들이지만 인디신에선 나름의 팬을 거느린 뮤지션들이다. 방영 기간 동안 총 13파트로 나뉘어 한 곡씩 공개해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던 목소리의 주인공들을 확인해볼 차례다. 드라마의 여운을 더욱 연장해주기도, 어쩌면 듣는 사람의 실제 로맨스에 배경음악으로 스며들지도 모를 곡들이 여기에 있다.

 

수란(SURAN) ‘Step Step’

여주인공 ‘나리’(공효진)의 테마곡인 'Step Step'은 일찌감치 정식 음원을 공개하기 전부터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쓸쓸하면서도 몽환적인 수란 특유의 목소리가 분명 그 이유일 터. 지코, 빈지노, 프라이머리 같은 대세 힙합 뮤지션들의 피처링 보컬리스트로도 활약해온 수란은 클래식, 소울, 포크, 일렉트로니카, 록을 넘나드는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다. 2014년 첫 싱글 <I Feel>을 시작으로 꾸준히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고 있다. 듣는 순간 상상력과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독특한 목소리는 수란이 가진 장점이자, 그가 연주하는 가장 매력적인 악기다.

<질투의 화신 OST Part 3> 수란 'Step Step' MV

 

솔튼페이퍼(Saltnpaper) ‘Bye, Autumn’

'Bye, Autumn’은 극 중 '화신'(조정석)의 감정과 상황에 꼭 어울리는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로 마치 기존 팝송을 듣는 듯한 기시감과 자연스러움을 자아낸 곡이다. 남혜승 음악감독과 김희진 작곡가가 고심 끝에 찾아낸 솔튼페이퍼의 음색 또한 곡과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솔튼페이퍼는 에픽하이 제4의 멤버라 불렸던 래퍼 MYK의 새로운 이름이다. 그는 MYK로서 들려줬던 힙합 장르에서 벗어나, 2013년 첫 싱글 <LoveStrong>을 시작으로 아날로그 모던 락으로의 노선 변경에 성공했다. 올해 발표한 EP 앨범 <Spin>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짙은 감성을 노래한 OST에서는 장르를 넘나드는 비정형 뮤지션으로서의 솔튼페이퍼를 느껴볼 수 있다.

<질투의 화신 OST Part 5> 솔튼페이퍼 'Bye, Autumn'

 

에이프릴 세컨드(April 2nd) ‘녹아내린다’

‘녹아내린다’는 극 중 ‘정원’(고경표)의 테마곡으로, 나리에게 푹 빠져 설레는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곡이다. 밴드 '에이프릴 세컨드'의 보컬 김경희는 직접 곡 작업에 참여함과 동시에 감미로운 목소리도 더했다. 김경희(보컬), 문대광(기타), 문우건(베이스)이 모여 2010년 4월 2일에 결성한 밴드다. 대전을 중심으로 클럽, 거리 등지에서 공연하며 탄탄한 기본기를 쌓아온 이들은 2010년 EP 앨범 <시부야 34℃>를 통해 데뷔했고, 4년 만에 정규 앨범 <Plastic Heart>를 발표했다. 그 사이 EBS <스페이스공감> 헬로루키에 선정되고, 홍대거리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증명했다. 에이프릴 세컨드는 드라마 <한 번 더 해피엔딩>의 중독성 넘치는 '독보적으로 아름답소', 단막극 <빨간 선생님>의 ‘그리워하네’에 이어 <질투의 화신>에서 두 곡을 부르며 드라마 OST의 대세 밴드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질투의 화신 OST Part 6> 에이프릴 세컨드 '녹아 내린다'

 

제이레빗(J Rabbit) ‘월화수목금토일’

극 중 유쾌한 장면마다 어김없이 흘러나와 등장 인물들의 '웃픈’ 상황을 극대화한 감초 같은 곡이다. 흥겨운 멜로디와 재치 있는 가사는 자연스레 드라마 장면들을 떠올리게 해 마치 뮤지컬 넘버 같은 느낌도 자아낸다. 토끼띠 동갑내기 친구가 뭉친 여성 2인조 '제이레빗'의 발랄함이 고스란히 담긴 덕이다. 피아노, 마림바, 아코디언, 퍼커션 같은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정다운과 청량한 목소리의 보컬 정혜선으로 이루어진 제이레빗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인디신에 인상을 남기고 있다. 데뷔 싱글 앨범 <Take One>에서는 별도의 보정을 거치지 않은 원 테이크 녹음 방식을 선보였고, 올봄엔 더욱 완성도를 꾀한 싱글 앨범 <Growing Everyday> 발매 등 OST 외에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질투의 화신 OST Part 9> 제이레빗 '월화수목금토일'

 

언노운드레스(Unknown Dress) ‘멀어져만 간다’

‘멀어져만 간다’는 극 중 회상 또는 감정 신에 삽입되며 애틋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OST 시장에서 꾸준히 러브콜을 받아온 언노운드레스의 역량 담긴 목소리가 아련함을 더했다. 2008년 성악을 기반으로 한 팝페라 크로스오버 앨범을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언노운드레스는 다양한 영화 음악에도 참여해 온 저력의 뮤지션이다. 이후 드라마 OST로 더 많이 만날 수 있었던 언노운드레스는 그동안 세 개로 나누어 발표한 싱글 앨범을 모아 드디어 올해 두 번째 정규 앨범 <그녀의 앨범>을 완성했다. 팝, 클래식, 영화 OST를 아우르는 언노운드레스의 음악적 도전은 아직 국내 팬들에겐 낯설지만, 고품격 음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비상함을 드러내고 있다.

<질투의 화신 OST Part.10> 언노운드레스 ‘멀어져만 간다’ MV

 

OST 외 남혜승 음악감독의 탁월한 선곡, ‘잘못된 만남’

최근 <로맨스가 필요해 2012>(2012),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2013), <연애의 발견>(2014) 같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잊지 못할 음악을 선보이며 제작진이 아닌 일반 드라마 팬들에게까지 이름을 알린 남혜승 음악감독. <질투의 화신>에서도 능력을 부족함 없이 발휘했다. 그는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선을 표현하기 위해 OST 외에도 여러 곡을 작업해 드라마에 실었다. 특히 상황에 따라 원곡, 느린 버전, 클래식 버전 등 여러가지 스타일로 편곡, 삽입되어 시청자를 포복절도하게 만든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은 남혜승 음악감독의 남다른 센스를 여실히 증명한 선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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