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남쪽으로 불과 2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안양은 고려 시대(918-1392) 이곳에 세워진 안양사(安養寺)에서 그 지명이 유래한다. 불교에서 안양은 극락을 뜻하며, 곧 누구라도 다시 태어나고 싶은 이상향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관악산, 삼성산, 수리산, 청계산, 모락산에 둘러싸여 있고, 여덟 개의 강과 지류가 흐르는 안양은 현재에도 강한 영성을 지닌 도시다.” – APAP 5 홈페이지 발췌

지금 경기도 안양시에서는 퍼블릭아트(Public Art), 즉 공공예술을 만끽할 수 있는 축제가 열리고 있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nyang Public Art Project, 이하 APAP)’는 ‘안양예술공원’을 중심으로 안양시 일대에서 열리는 국내 유일 ‘공공예술트리엔날레(triennale, 3년마다 열리는 국제적 미술 행사)’다. 2005년에 시작해 어느덧 5회를 맞았고, 올해는 10월 15일부터 12월 15일까지 약 두 달간 열린다.

APAP를 소개하려면 한때 ‘안양유원지’로 불렸던 안양예술공원의 변천사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철마다 보랏빛으로 물드는 포도밭 산지였던 경기도의 작은 도시 안양이 수도 서울의 팽창으로 위성 도시화 하는 사이, 관악산과 삼성산 자락에 일제강점기부터 자리하던 안양유원지에는 주택과 음식점들이 무질서하게 들어섰다. 산업화는 안양천을 비롯한 자연을 훼손했고, 유원지의 시설 또한 낙후해 정비가 절실해졌다. 안양시는 주거환경개선사업을 거쳐 2005년 안양유원지를 안양예술공원으로 탈바꿈시킨다. 이 모든 과정이 곧 ‘제1회 APAP(APAP 1)’다.

안양파빌리온 내외부

APAP 1을 통해 안양예술공원엔 포르투갈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인 알바로 시자(Alvaro Siza)가 설계한 공공예술도서관 '안양파빌리온'이 지어졌고, 지난 11년간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공공예술 작품 140여 점이 도시 전체에 설치됐다. 공공예술의 개념조차 희박했던 때, 안양 시민들은 쇠락한 유원지의 음침한 환락 대신 기발하고 때로는 철학적인, 보는 것을 넘어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공공예술 작품을 얻은 것이다. 안양의 지형, 문화, 역사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어 도시 곳곳에서 미술, 조각, 건축, 영상, 디자인, 퍼포먼스 같은 다양한 공공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프로젝트 APAP의 다섯 번째 얼굴을 들여다보자. 안양은 지금 도시 자체가 하나의 갤러리다.

 

APAP 5 트레일러

미술가이자, 친형인 박찬욱과 함께 만든 스마트폰 단편영화 [파란만장], 만신 김금화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만신]의 감독 박찬경이 연출했다. 헬리캠으로 안양예술공원의 풍경을 찍었다.

 

APAP 5 주목할 만한 참여작가

바이런 김, <하늘색 깃발(안양)>(2016)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건축사무소 MVRDV가 안양예술공원에 2005년 설치한 작품 <전망대>의 꼭대기 깃발 게양대에 바이런 김의 <하늘색 깃발>이 꽂혔다. 깃발은 보통 조직화한 세력을 드러내기 위해 쓰이나, 바이런 김의 깃발은 하늘을 상징해 하늘을 향해 설치되어 있다. 앞서 바이런 김은 ‘샤르자비엔날레12’(2015) 출품작으로 <하늘색 깃발>을 만들어 샤르자 코니쉬 항구의 해안도로를 따라 깃발을 설치한 바 있다. 안양의 산 위에 설치한 작가의 깃발은 이곳을 바깥의 드넓은 세상과 연결하기 위해 다시 한 번 하늘에 가 닿는다.

위치 안양예술공원(경기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산21)

 

김진주, <이소(異素)>(2016)

안양대교 아래에선 주로 인생의 한 시점을 넘긴 사람들이 모여 장기를 두곤 한다. 안양천 주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는 안양대교 주변의 인물들을 관찰하고 이들과 소통할 방법을 고안하고자 했다. 작가는 안양대교 아래에 마주 보고 장기를 둘 수 있는 긴 느티나무 의자, 구경하는 이들이 앉을 통나무 의자, 눈에 익숙한 색온도의 조명, 강 건너를 바라보며 수를 둘 수 있는 너른 돌계단을 설치하고, 상반되는 의미인 ‘목적 없음(異)’과 ‘완수(素)’를 의미하는 여러 단어를 새긴 돌 장기알을 놓았다. 이는 일상적 풍경의 귀퉁이에 개입하고 이를 향상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크리스티나 김, <돌베개 정원>(2016)

안양파빌리온에 천연 재료로 염색한 유기농 무명천과 수작업 직물 기술로 만든 다양한 크기의 쿠션이 놓였다. 작품은 작가가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안양에서 시간을 보낸 경험과 그가 유기적 형태에 대해 느끼는 매력을 바탕으로 했다. 자투리 천으로 만든 조각들을 사용한 네 개의 거대한 바닥 쿠션은 안양 주변의 암석 지형들을 상기시킨다. 작가는 이 밖에도 APAP 도슨트들을 위한 유니폼 조끼와 APAP 5 토트백을 한정판으로 제작했다.

위치 안양예술공원 내 안양파빌리온(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1351)

 

박보나, <패러다이스 시티>(2016)

<패러다이스 시티> 제작 장면 (사진 정명수)

안양에 사는 아마추어 음악 연주자 네 명이 미국 록밴드 ‘건즈 앤 로지스’가 발표한 동명의 곡을 연주하는 퍼포먼스를 안양의 네 장소에서 촬영하고, 이 비디오를 안양역과 김중업박물관에서 상영하는 작업이다. 건즈 앤 로지스의 노래는 경쟁과 편법이 난무하는 세계를 떠나 고향으로 상징되는 이상적 장소(패러다이스)로 가고 싶다는 가사로 이루어져 있다. 안양(安養)이라는 지명이 자유롭고 아늑한 이상향인 극락정토(패러다이스)를 의미하는 만큼, 작가는 이 곡을 연주하고 상영함으로써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고민하고 이상적 미래를 상상하려 한다.

위치 안양역(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88-1), 김중업박물관(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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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AP 5를 위한 미술가이자 영화감독의 영상들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좌), <려행>(우) 포스터

 

박찬경,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2010/2016)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안양의 한 봉제 공장에 불이 나 젊은 여성 노동자 22명이 공장 기숙사에 갇혀 모두 질식사했다. 이 사고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런 불쾌한 기억만큼이나, 천국의 기억 또한 어슴푸레 남아 있다. 약 천 년 전 안양사라는 큰 사찰이 있었다. 불교에서 안양은 극락을 의미하는데, 안양사는 오늘날까지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는 서로 다른 시공간이 부상하기 위해 투쟁하는 장소들을 탐색한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는 천당과 지옥 사이를 유영한다. 박찬경의 카메라는 거리를 두고 도시를 관찰하기보다 한 마리 야생동물처럼 사냥하고, 휴식을 취하고, 놀이를 하면서 도시 경관에 반응하고 춤춘다. APAP 3을 위해 처음 제작한 이 작업은 2010년에는 설치 형태로 보여졌고, APAP 5에는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 안양아트센터에서 매주 상영을 진행한다. 더불어 영화에서 보여주는, 시간을 초월한 정서를 전할 옛날식 영화 입간판을 제작하였다.

관람방법 무료입장
상영장소 안양아트센터 수리홀(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8동 550)
상영일정 11월 13일(일), 11월 20일(일), 12월 11일(일) 모두 16:00

 

임흥순, <려행>(2016)

<위로공단>으로 알려진 감독이자 미술작가 임흥순이 APAP 5를 통해 신작 <려행>을 공개했다. 남과 북 체제를 모두 경험한 새터민 여성 10명의 인터뷰와 퍼포먼스, 픽션을 결합한 83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를 통해 북한과 분단 이전 사람들의 모습을 재해석하는 한편, 냉전으로 대립하는 세계정세와 이념 갈등 속 상처받는 이들에 대한 애도와 기원을 표하고자 한다. 롯데시네마 평촌점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관람방법 상영관 입구 앞 티켓 부스에서 선착순 티켓 현장 배포(100석)
상영장소 롯데시네마 평촌점(경기 안양시 호계동 지스퀘어 8층)
상영일정 12월 10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평촌 롯데시네마(11월 12일은 상영 후 아티스트 토크)

▶ APAP 5 참여작가 리스트 및 작품 내용 [바로가기]



APAP5 아트페스티벌 & 워크숍

오픈극장 미밈, ‘제1회 안양 비디오 아트 페스티벌’

‘오픈극장 미밈’이 주최하는 첫 번째 ‘안양 비디오 아트 페스티벌’은 ‘변화’를 주제로 기억, 공간, 정체성, 세대의 변화라는 각각의 고민을 담은 15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상업영화의 틀에서 벗어나 작가만의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다양한 장르의 영상들은 APAP 5 기간 동안 안양 곳곳에서 상영된다. ‘블랙 마켓’이 벌어지는 석수시장의 스톤앤워터, 안양아트센터, 작은도서관 이야기, 스펑키엘 디자인 랩 같은 다양한 성격을 가진 곳들이다. 이를 통해 공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재발견하고, 다양한 영상 작품을 삶의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상영일정 및 장소
11월 20일(일) 스크리닝 6: 안양아트센터
14:00 박영임, [이름없는 자들의 이름](2016), 64m
18:00 손경화, [의자가 되는 법](2014) 80m

12월 3일(토) 스크리닝 7: 작은 도서관 이야기
17:00 김혜정, [왕자가 된 소녀들](2012), 79m
19:00 홍효은, [아무도 꾸지 않은 꿈](2012), 109m

12월 10일(토) 스크리닝 8: 스펑키엘 디자인랩
17:30 스튜디오 요그, [도시](2010), 6m 28s
  스튜디오 요그, [산책가](2009), 8m 57s
  김혜련, [워크맨](2016), 12m
  이현지, [남양주는 모른다](2012), 21m
  강유가람, [진주머리방](2015), 6m
19:00 강유가람, [모래](2011), 49m



하우스 오브 내추럴 파이버, ‘안양 퍼블릭 랩(APL)’(2016)

▲ APL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안양 요리과학 실험실' 워크숍

2016년 11월 11일부터 19일 사이, APAP 5 참여 작가인 하우스 오브 내추럴 파이버가 안양파빌리온과 석수시장에서 20여 개가 넘는 워크숍을 진행한다. APL의 목적은 안양시뿐만 아니라 이웃 도시들의 지역사회와 풀뿌리 활동가들의 창의력과 기술력을 키우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국경을 초월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경험, 지식, 문화를 공유하고자 하며, 전 지구적 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자 한다. 우주과학부터 DIY 램프, 라디오 만들기, 로봇 워크숍, 요리 만들기, 음악 감상에 이르는 다양한 활동이 벌어질 예정.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참가비 및 재료비는 무료다.

▶ APL 프로그램 일정 및 예약 안내 [바로가기]

기간 2016년 11월 11일(금)~11월 19일(토)
장소 안양파빌리온, 석수시장(스톤앤워터 ‘불나방’)
문의 031-687-0924, 0548 / info@apap.or.kr


APAP 5(제5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일시 2016.10.15~2016.12.15
장소 안양예술공원 및 안양 일대
문의 031-687-0548
홈페이지 www.apap.or.kr
페이스북 www.facebook.com/AnyangPublicArtProject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apap_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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