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차오동가(草东街)에서 나고 자란 밴드 멤버들은 대학 시절 함께 어울려 다니며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이름 없는 밴드를 결성해 음악을 만들었다. ‘차오동’을 접점으로 자신들만의 소소한 ‘파티’를 꾸려 나가던 이들은 2012년 무렵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하고자 마음먹었고 ‘No Party For Cao Dong(草東沒有派對)’이라 밴드 이름을 지었다. 그렇게 타이베이에는 여전히 차오동가가 있지만, 파티는 ‘없게’ 되었다.
No Party For Cao Dong은 특히 멤버교체가 많았던 밴드인데, 특히나 베이스와 드럼 세션이 자주 바뀌었다. 2015년, 베이시스트 Shi Xuan이 합류하고 정규앨범을 발매하면서 이대로 멤버가 굳혀지나 싶었지만, 얼마 안 가 드러머가 또 한 번 교체되며 위 사진 속 멤버구성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래도 밴드 초창기부터 함께하며 뿌리를 지켜온 멤버가 있는데, 기타 겸 보컬을 맡고 있는 Zhu Zhu와 밴드의 정체성과 색채가 젖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는 메인 보컬 Wu Du다.
2012년부터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본격적으로 공연무대에 서고 자작곡을 들려주기 시작한 건 2014년부터였다. '老張', '醜', '五十' 같은 곡들을 만들고 부르며 정식 음원 발매 없이도, 타이베이의 공연장을 다분히 누볐다. 그들의 에너지를 쉬이 잊지 못하고 공연마다 찾아주는 음악 팬들이 하나둘 늘고, 인디 신에서 점차 굵직한 존재감을 새길 무렵, 밴드는 처음으로 음원 사이트에 디지털 싱글 <大風吹(강풍이 부네)>를 공개했다. 미리 말하지만, 2016골든인디뮤직어워즈(GIMA) ‘최우수록싱글상’, 2017골든멜로디어워즈(GMA) ‘최우수음악상’을 줄줄이 꿰찬, 밴드에게는 ‘효자’ 같은 곡이다.
강풍이 누굴 향해 불면 누가 재수가 없는 거지
누구나 귀신(醜)이 되고 싶어 해
다들 비열한 건 똑같아
엄마한테 장난감이나 사달라고 해
학교에 가져가서 자랑질이나 하라고
니 손에 들려있는 게 뭔지 똑바로 봐
우린 진작에 그걸 시시하게 여겼어
No Party For Cao Dong의 음악에서 가장 도드라진 점이라 하면 아무래도 가식 없는 노랫말과 독특한 보컬의 창법이 아닐까. 여기서 말하는 독특한 보컬의 창법이란 두 가지인데 하나는 로우와 하이를 급격하게 넘나드는 ‘살벌한’ 에너지의 보컬, 또 하나는 발음이다. 일반적으로 대만 발음이라 하면 권설음, 즉 혀를 구부리는 발음을 잘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인데 No Party For Cao Dong는 자칫 대만밴드임을 눈치채기 힘들만큼 표준적인 중국어 발음을 구사한다. 이는 결국 ‘기왕 부를 거면 정확히 불러야 한다’는 밴드의 철칙 때문, 더욱이는 중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얼터너티브 록밴드 ‘万能青年旅店(만능청년여점)’의 음악에서 짙은 영향을 받은 보컬 Wu Du의 ‘고집’에서 비롯된 특징이다.
2015년 말, 밴드는 공연을 잠시 미뤄두고 앨범 제작에 몰두해, 이듬해인 2016년 4월 첫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길어야 네 자를 초과하지 않는, 심플한 제목의 트랙 열 곡을 모은 <醜奴兒(추노아)>다. 앨범 발매와 함께 유튜브에 공개한 '山海(산해)' 뮤직비디오를 보자. 조명에 붉게 물든 스테이지와 한 남자의 광기 어린 살인, 공허한 눈빛이 억지스럽지 않게 교차하며 가라앉은 화면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나지막하고 담담하게 흐르는 인트로에서 폭발적인 드럼이 가세하며 이내 거친 록 사운드로 분위기를 압도하는 밴드 특유의 음악적 색깔도 변함없다. 첫 정규음반 <醜奴兒>는 발매 3일 만에 초판 2천 장을 전부 매진하며, 그해 말 2016골든인디뮤직어워즈 ‘최우수앨범상’와 ‘최우수록앨범상’을 동시에 안았다.
한편 밴드는 올해 초까지 대만, 보스턴, LA, 뉴욕을 돌며 순회공연을 펼쳤다. 현재 메인 보컬 Wu Du와 베이시스트 Shi Xuan의 입대로 인해, 잠정적인 휴식기를 갖는 중이다.
그토록 아름다운 마음은
왜 더러운 진흙탕이 되었나
그토록 순수한 시는
왜 조롱하는 언어가 되었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앞사람이 다 해버렸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돈 있는 사람들이 다 해버렸어
내가 원하던 공평은 전부 허구일 뿐이야
부정적인 언어들을 목구멍으로 집어삼키기 바쁜 세상이다. 인생이 고통스럽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힘들다는 외침은 번번이 뜻 모를 내면으로 다시 꼬꾸라진다. 그래서 밴드 No Party For Cao Dong의 음악은 더욱 소중하다. 그들의 말마따나, ‘No Party For Cao Dong의 음악을 들으면서, 억눌려 있던 감정과 부정적인 언어들을 마음껏 토해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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