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6일 개봉하는 <가려진 시간>은 벌써 입소문이 파다하다. 강동원의 등장만으로도 뭇 여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겠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독립영화 <잉투기>(2013)로 주목받은 감독 엄태화가 메가폰을 잡았고, 연기 경력이 전혀 없는 아역 배우 신은수가 강동원의 상대 역으로 출연했다. 촬영, 미술, 음악, 편집 등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스태프들의 참여도 빼놓을 수 없다. <가려진 시간>은 의문의 실종사건 후, 시공간이 멈춘 세계에 갇혀 있다가 며칠 만에 어른이 되어 나타난 '성민'(강동원, 아역 이효제)과 유일하게 그를 믿어준 소녀 '수린'(신은수)의 이야기를 다룬다.

 

#강동원, 아역 배우 신은수와 이효제

신은수와 강동원(위), 이효제(아래)

올 초 개봉한 영화 <검사외전>(2016)에서 미워할 수 없는 사기꾼 역할을 맡았던 강동원은 이번 영화로 새로운 연기를 감행했다. 몸은 어른이지만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13살 성민 역으로 분한 것. 그는 이제껏 본 적 없는 독특한 캐릭터 성민을 통해 홀로 어른이 된 인물의 미묘한 특징과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해냈다. ‘가려진 시간’에 갇혀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한 외로움, 다시 세상으로 돌아왔을 때의 두려움, 자신을 믿고 보살펴주는 수린을 통해 조금씩 웃음을 되찾는 과정, 용의자로 의심받고 쫓기는 위태로운 심경까지, 소년 같은 눈망울을 가진 강동원의 연기는 인물에 대한 공감대와 감정이입의 폭을 넓힌다.

수린 역은 300: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신인 신은수가 맡았다. 2002년생, 올해로 열 다섯살인 그는 연기 경력이 전혀 없음에도 강동원의 최연소 파트너가 됐다. 엄태화 감독은 신은수를 두고 "오디션 때 일부러 본인을 어필하려고 하지 않는 모습이 좋아 보였고, 귀여운 모습 안에 대범함이 숨겨져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말마따나 신은수는 현장에서 주눅드는 법 없이 매 순간 놀라운 집중력으로 감정 연기와 대사를 소화했다. 어린 성민 역은 <사도>(2014)에서 ‘세손’ 역으로 주목받은 아역 배우 이효제가 맡았다. 그는 <검은 사제들>(2015)에서 강동원의 아역으로 분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숲>, <잉투기>로 주목받은 엄태화 감독

<가려진 시간> 촬영 현장의 엄태화 감독

엄태화 감독은 이미 영화계와 관객들의 이목을 한 몸에 받은 이력이 있다. 단편 <숲>(2012)으로 ‘제11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대상을 거머쥐었고, 독립 장편 <잉투기>(2012)로 최동훈, 박찬욱 같은 명감독들이 연출력을 인정하기도 했다. <밀정>에서 악역 하시모토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 엄태구의 형이기도 하다. 그는 큰 파도 앞에 남자와 소녀가 나란히 선 모습이 담긴 그림 한 장에서 영감을 받아 <가려진 시간>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 흡입력 있는 스토리텔링과 섬세한 감정묘사, 신선한 소재에 현실성을 더해 보편적 공감대를 전하는 엄태화 감독. 그의 새로운 시도를 기대해보자.

 

#베테랑 스태프들의 면면

1. 촬영감독 고낙선
촬영감독 고낙선은 본래 조명감독 출신이다. <세 친구>(1996),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 조명부를 거쳐 <바람난 가족>(2003) 조명감독으로 데뷔했다. 10년이 넘는 조명 경력만큼 촬영에 있어서도 빛에 대한 이해와 활용도가 뛰어난 편. 앞서 <비스티 보이즈>(2008),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1), <내부자들>(2015)로 묵직하고 강렬한 영상을 선보인 바 있는 그는 <가려진 시간>에서 판타지물다운 신비롭고 감각적인 영상미를 보여줄 예정이다. ‘화노도’라는 가상의 섬을 배경으로 녹음이 짙은 숲은 옐로우 필터로 더욱 선명하고 따스하게, 바다는 블루 필터를 사용하여 푸른 색감을 더욱 강조했다. 자연경관과 더불어 인물들의 모습도 보다 부드러운 색감으로 처리하는 데 주력했다.

2. 미술감독 조화성
<친절한 금자씨>(200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잉투기>(2013), <베테랑>(2015), <대호>(2015)의 미적 요소는 모두 미술감독 조화성이 담당했다. 얼마전에는 근대화 시기의 조선을 다룬 <밀정>(2016)과 <덕혜옹주>(2016) 작업을 했다. 그는 <가려진 시간>에 리얼리티를 불어넣기 위해 지극히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미장센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두 사람이 교감하고 마음을 나누는 공간과 소품들은 영화를 이끄는 주요한 오브제이기 때문에 가장 공들인 부분. 특히 둘만의 아지트는 ‘외국에 유학 갔던 누군가가 고향에 돌아와 조각을 위한 공방으로 썼던 공간’을 컨셉으로 세트를 꾸며 스토리가 묻어나는 특별한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3. 음악감독 달파란
밴드 ‘시나위’, ‘H2O’, ‘삐삐밴드’에서 활약한 달파란은 장선우 감독의 영화 <나쁜 영화>(1997) 음악감독으로 데뷔했고, <달콤한 인생>(2005)으로 ‘제25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음악상을 받았다. <도둑들>(2012), <암살>(2015), <곡성>(2016) 등에 참여한 달파란은 <가려진 시간>에서 클래식 악기와 현대적인 악기의 사운드를 혼합하여 소년과 소녀의 세밀한 감정선을 좇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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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편집감독 김창주
김창주 감독은 <최종병기 활>(2011), <더 테러 라이브>(2013), <명량>(2014) 등으로 최근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편집기사로 등극했다. <설국열차>(2013)로 ‘제50회 대종상영화제’ 편집상, <끝까지 간다>(2014)로 ‘제35회 청룡영화상’과 ‘제1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편집상을 받았다. 그는 <가려진 시간>에서 극 중 리얼리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인물 내면의 세계와 현실을 매끄럽게 다듬는 데 주력했다.

 

<가려진 시간>

VANISHING TIME: A BOY WHO RETURNED│2015│감독 엄태화│출연 강동원, 신은수, 이효제

엄마를 잃고 새아빠(김희원)를 따라 화노도로 이사 온 ‘수린’(신은수)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던 중 자신에게 먼저 손 내민 ‘성민’(강동원, 아역 이효제)과 가까워진다. 이후 둘만의 비밀, 둘만의 장소를 공유하며 추억을 쌓아가던 두 사람. 어느 날 수린은 공사장 발파 현장을 구경하려는 성민과 그 일행을 따라 산으로 올라가고, 모두가 실종된 채 수린만 집으로 돌아온다. 며칠 뒤, 낯선 남자가 수린 앞에 나타난다. 그는 자신이 성민이라며 그동안 ‘멈춰진 시간’에 갇혀 어른이 되었다는 말을 전한다. 수린만이 그를 믿어주는 가운데, 경찰과 마을 사람들은 낯선 존재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성민은 이들에게 쫓기는 상황에 처하는데.

<가려진 시간>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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