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임무가 있다면, 그저 가만히 있어주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르르 녹이는 것! 그래서 고양이와 함께하는 영화들은 우리들의 마음을 잔잔하게 어루만진다. 말없이 행복을 전해주는 고양이들을 영화로 마음껏 불러내 보자.

 

<구구는 고양이다>

Gou Gou, The Catㅣ2008ㅣ감독 이누도 잇신ㅣ출연 코이즈미 쿄코, 우에노 쥬리, 카세 료

유명 만화가 ‘아사코’(코이즈미 쿄코)는 오랜 시간 함께 지낸 고양이 ‘사바’를 잃자 단숨에 슬픔에 빠지고 급기야 만화 연재를 중단한다. 그렇게 우울한 삶을 이어가던 아사코는 어느 날 운명처럼 만나게 된 새끼 고양이 ‘구구’를 통해 활기를 되찾기 시작한다. 한편, 사바와 사뭇 다른 고양이 구구의 행동은 지난날의 삶을 자꾸만 되돌아보게 하고,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일까지 겪게 된 아사코에게 더 큰 의미를 전해준다. 고양이 구구로 인해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고, 삶에 대한 소소한 용기를 얻는 아사코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특히 미혼 여성에 관한 사회적 시선과 고양이의 중성화 수술 같은 화두를 나란히 엮어내어 편안한 감동을 남긴다.

영화 <구구는 고양이다> 예고편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Rent-a-Catㅣ2012ㅣ감독 오기가미 나오코ㅣ출연 이치카와 미카코, 쿠사무라 레이코

주변에 따라오는 인간 남자는 한 명도 없지만, 따라오는 고양이는 가득한 마성의 ‘묘’인 ‘사요코’(이치카와 미카코). 어딜 가든 함께하는 다재다능한 고양이들 덕분에 생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외로운 사람에게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라고 외치며 리어카 가득 고양이를 싣고 다니는 사요코는 다양한 사연을 지닌 외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고양이를 빌려주면서 행복감을 느낀다. 그렇게 고양이들은 존재만으로 여러 사람에게 포근한 위로를 안겨준다. 귀여운 매력을 지닌 열일곱 마리 고양이들은 당연히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도 참을 수 없는 미소와 행복을 전한다. 당장 ‘힐링’이 필요하다면, 이 영화를 빌려 보는 것이 바로 묘안이다.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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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불러도 오지 않는다>

Cats Don't Come When You Callㅣ2015ㅣ감독 야마모토 토루ㅣ출연 카자마 슌스케, 츠루노 타케시

부상 때문에 하루아침에 전직 복서가 된 ‘미츠오’(카자마 슌스케)는 백수로 빈둥대는 중이다. 어느 날 형이 길에서 데려온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게 된 미츠오는 백수에서 초보 ‘집사’가 된다. 작은 고양이는 ‘친’, 검은 고양이는 ‘쿠로’라 부르며 친해지려 노력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고양이는 불러도 오지 않는다! 부를 때는 안 오고 안 부를 땐 껌딱지처럼 다가오는 고양이들과의 만만치 않은 동고동락. 그러나 차츰 쌓아가는 고양이들과의 교감은 어느새 청년 미츠오의 삶에 유쾌한 위로가 되어준다. 고양이의 사랑스러운 매력이 고스란히 묻어난 영화. 진정 고양이를, 그리고 애묘인을 위한 영화다.

영화 <고양이는 불러도 오지 않는다>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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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If Cats Disappeared From the Worldㅣ2016ㅣ감독 나가이 아키라ㅣ출연 사토 타케루, 미야자키 아오이

시한부 판정을 받은 서른 살의 ‘나’(사토 타케루). 어느 날 나와 똑같은 모습을 한 일명 ‘악마’(사토 타케루)가 나타나 기묘한 제안을 한다. 하루밖에 남지 않은 나의 수명을 하루씩 늘려줄 테니 그 대신 세상에서 무언가 한 가지를 없애겠다는 것. 이후 전화, 영화, 시계 같은 것들이 나의 수명과 맞바꿔 사라지고, 그것과 얽힌 모든 추억 또한 사라지고 만다. 그 다음 악마가 선택한 건 다름 아닌 고양이. 엄마와의 추억이 깃든 고양이가 사라지는 것을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나는 결국 자신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한다.

<기생수>, <악인>, <늑대아이> 같은 일본영화의 프로듀서이자, 영화의 원작 소설 작가 가와무라 겐키가 처음 생각했던 소설의 제목이 사실 ‘세상에서 내가 사라진다면’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영화의 메시지를 조금 더 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 한편, 영화 속 두 마리 고양이 ‘양상추’와 ‘양배추’는 바로 10년 연기 경력의 베테랑 고양이가 1묘 2역을 맡은 것! 연기 천재 고양이는 곁에서 말없이 인생과 존재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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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헤어질까>

How to Break up with My Catㅣ2016ㅣ감독 조성규ㅣ출연 서준영, 박규리

공교롭게도 고양이를 따뜻한 시각으로 풀어낸 영화 대부분은 일본 영화다.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종종 공포의 소재로 그려지거나, 환영받지 못하는 길고양이들의 현실을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가 많았다. 그런 가운데 작년에 개봉한 <어떻게 헤어질까>는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고양이를 소재로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낸 영화다. 고양이 ‘얌마’를 키우는 ‘이정’(박규리)의 옆집에 살게 된 남자 ‘나비’(서준영). 그는 고양이 얌마 안에 살고 있는 중년의 아줌마 영혼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얌마와도, 이정과도 가까워진다. 뻔하게 전개되는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관계에서 시작만큼 중요한 끝, 그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고양이 얌마가 넌지시 던져준다. 반려묘든, 애인이든, 가족이든, 사랑하는 존재와 함께하는 이들에게 보여주고픈 영화.

영화 <어떻게 헤어질까>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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