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에서 조금 이야기를 꺼냈지만, 서니 데이 서비스(サニーデイ・サービス)의 열한 번째 앨범 <Popcorn Ballads>(2017)는 전체 22곡에 85분으로 되어 있으며 애플 뮤직과 스포티파이에서 스트리밍으로만 발표하였습니다. 앨범 발매 하루 전에 공개한 ‘青い戦車(파란 전차)’ 뮤직 비디오의 감독은 카와하라 야스오미(川原康臣)인데요, 이전에 골든두들이 소개해드렸던 서니 데이 서비스의 노래 ‘セツナ(찰나)’와 소카베의 솔로 곡 ‘バカばっかり(바보들 밖에)의 뮤직 비디오도 감독한 바 있습니다. 모두 인상적인 작품들이니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을 한 번 보시기를 권해드려요.

서니 데이 서비스 ‘青い戦車(파란 전차)’ MV

그리고 이 앨범에서 소개해드릴 여름 노래는 ‘summer baby’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 8월에 태어난 여름 남자 소카베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겠죠. 이렇게 개인적인 노래에 어울리는 뮤직 비디오는 본인이 직접 감독하였는데요. 카가와 현에 있는 본가에 놀러가는 여정을 담은 영상입니다. 집에서 나와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타고 타카마츠에 내려, 고향집에 가서 빨래도 걷고 꽃밭에 나비도 구경하고 옛날 사진도 보고 부모님과 우동도 먹고 자기 방에서 기타도 쳐보는 내용인데요. 느긋하면서도 향기가 살아있는 화면은 8mm 필름으로 촬영했다고 합니다. 골든두들도 언젠가 이런 느낌의 뮤직 비디오를 만들어 보고 싶네요.

서니 데이 서비스 ‘summer baby’ MV

다음으로 소개해드릴 여름 노래는 골든두들의 박태성 씨가 아주 좋아하는 곡입니다. 솔로 앨범 <超越的漫画(초월적만화)>(2013)에 수록한 ‘6月の歌(6월의 노래)’는 소카베가 보여주는 넓은 스펙트럼에서 가장 부드럽고 서정적인 영역에 자리하고 있는데요. 여러가지를 나열하는 가사는 소카베의 다른 곡에서도 종종 나오는 편이지만 여기서 불러 일으키는 여름의 감정은 꽤 각별합니다. “천사와 바다와 바람과 새 셔츠와 기타와 문고본과 차가운 밀크 커피와 꿈과 영화와 전차와 몇 개의 약속과 그리고 너와 나만의 노래 (天使と 海と 風と 新しいシャツと ギターと 文庫本と 冷たいミルクコーヒーと 夢と 映画と 電車と いくつかの約束と そして 君と僕だけの歌)” 그리고 뮤직비디오에는 일본의 여기저기를 다니며 공연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담았네요. 열정적인 모습과 차분한 노래의 낙차에서는 어쩐지 피로감도 배어납니다만, 역시 이 노래는 자신에게 보내는 위로일까요.

낯선 마을의 작은 방에서도 너는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
익숙하지 않은 일이나 싫어하는 일도 너는 정말 잘 하고 있어
때때로 걱정이 되네
너의 눈동자가 흐려지지 않기를

소카베 케이이치 ‘6月の歌(6월의 노래)’ MV

서니 데이 서비스의 앨범 <Sunny>는 2014년에 나왔습니다. 소카베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시에는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서 밴드는 잠시 생각하지 않기로 했고 드러머인 마루야마 하루시게(丸山晴茂)로부터는 이제 그만하자고 메일도 왔다고 합니다만, 원래 그런 사람이라 그냥 해보는 소리였던 모양인지 몇 달 뒤에는 슬슬 작업을 시작하자고 다시 메일이 왔다고 하네요. 그래서 조금 어이 없는 기분으로 셋이 함께 스튜디오에 들어갔더니 막힘 없이 술술 녹음이 되었더라고 합니다. 뭐, 해산했던 시기의 8년이 짧은 시간은 아니겠습니다만 그래도 그 앞뒤로 함께 했었던 기간이 더 길기도 하고, 게다가 결국 재결성을 할 정도면 서로 떨어지기는 어려웠겠죠. 그리하여, 연주에서 들려오는 세 사람의 합은 역시 좋군요. 소카베 케이이치 솔로 시절의 밴드 멤버 구성도 꽤 좋았다고 생각합니다만 서니 데이 서비스 멤버 세 사람의 조화에서는 오리지널리티가 느껴진달까요. 앨범의 수록곡 ‘夏は行ってしまった(여름은 가버렸다)’의 뮤직비디오는 밴드의 예전 뮤직 비디오와 라이브 영상을 편집하여 만들었습니다.

서니 데이 서비스 ‘夏は行ってしまった(여름은 가버렸다)’ MV

현재 드러머 마루야마는 건강이 좋지 않아 밴드를 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밴드는 여러가지를 들려주고, 또 보여주고 싶은 욕심과 에너지로 가득 차 있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요. 꽤 많은 트랙이 담긴 이번 앨범을 발매하고 나서 뮤직 비디오도 계속 제작하여 발표하고 있으며, 단독 공연과 함께 후지 록을 비롯한 여러 페스티벌의 무대에도 계속 오른다고 합니다.

인터뷰 도서 <青春狂走曲(청춘광주곡)> 표지

한편 결성 25주년을 맞아 멤버 세 사람의 인터뷰를 담은 책 <青春狂走曲(청춘광주곡)>도 발간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표지가 과하게 귀엽다보니 멤버들의 실제 모습을 생각해 보면 도대체 누가 누구라고 하고 싶은 건지 어처구니가 없기는 합니다만. ‘청춘광주곡’은 1996년에 나온 앨범 <東京(도쿄)>에 수록한 서니 데이 서비스 초기의 대표곡 중 하나이기도 하지요. 2017년 3월에 있었던 이 노래의 공연 영상을 소개하며 마치겠습니다.

서니 데이 서비스 ‘青春狂走曲(청춘광주곡)’ LIVE

 

Writer

골든 리트리버 + 스탠다드 푸들 = 골든두들. 우민은 '에레나'로 활동하며 2006년 'Say Hello To Every Summer'를 발표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2012년 IRMA JAPAN 레이블에서 'tender tender trigger' 앨범을 발표하였다. 태성은 '페일 슈', '플라스틱 피플', '전자양'에서 베이스 플레이어로, 연극 무대에서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였다. 최근에 여름과 바다와 알파카를 담은 노래와 소설, ‘해변의 알파카’를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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