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소개하는 악인들에겐 동정과 연민을 가져도 좋다. ‘가상 인물’에 불과하니까!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 
로한의 왕 세오덴과 간신 그리마

‘세오덴’(버나드 리)은 원래 용맹한 왕이었다. 그러나 간달프 일행이 동맹을 청하러 갔을 때, 그는 어둠의 군주 사우론의 힘을 등에 업은 간신 ‘그리마’(브래드 듀리프)의 책략에 빠져 영혼이 증발한 폐인의 모습으로 왕좌에 앉아 있다. 그냥 앉아만 있는데 그치지 않고, 그리마가 귀에 소곤대는 말을 필터링 없이 반복한다. 그 바람에 주인공의 동맹 요청을 무시하고, 애지중지하던 조카딸을 악당의 마수에 넘기려는 등 굉장한 민폐를 저지른다. 마법사 간달프와 호빗들의 도움으로 천만다행 제정신으로 돌아오지만, 온전한 정신이 아니었다고 하여 폭정의 과오가 씻겨나가는 것은 아니다. 이 와중에 ‘비선 실세’ 그리마는 절대 악 사우론과 마법사 사루만의 비호에도 불구하고 멍청하고 무능력한 탓에 힘들게(?) 얻은 기회를 놓치는 한심한 모습을 보인다.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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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게임: 판엠의 불꽃> 
쇼의 사회자 시저 플리커만

총 12구역에서 무작위로 뽑은 소년소녀 한 쌍씩을 차출, 총 24명의 아이들이 마지막 1인이 남을 때까지 서로 죽고 죽이는 과정을 생중계하는 진짜 서바이벌 쇼, ‘헝거 게임’의 사회자 ‘시저 플리커만’(스탠리 투치). 그저 방송인에 불과하지 않냐고? ‘헝거 게임’이 판엠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는 타고난 선동꾼인 그가 있었다. 카메라 앞에서 과장된 표정과 목소리로 울고 웃으며 대중을 홀리는 그의 선동 테크닉은 권력이 유지되는 데에 크게 일조했다.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말을 대본 그대로 읊조리는 시저 플리커만은 미디어를 독재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스노우 대통령의 가장 효과적인 ‘살아있는 도구’다.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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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버스터즈> 
‘블론디’ 케빈

안경알 닦는 것이 귀찮아 렌즈 없는 안경테를 쓰고 다니고, 완벽한 금발에 근육미 넘치는 섹시한 몸을 가졌지만, 지성만은 찾아볼 수가 없는 ‘고스트버스터즈’의 비서 ‘케빈’(크리스 헴스워스). 그런 그에게 지식은 있으나 피해 의식으로 똘똘 뭉쳐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지질한 남자 ‘로완’(닐 케이시)의 유령이 빙의된다. 근육질 꽃미남 케빈은 빙의된 로완의 영혼이 생전 꿈도 못 꿔 본 격투며 드럼통 번쩍 들기 따위를 해내고,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그의 계획에 일조한다. 아마 케빈이 아니었다면 로완의 영혼은 하이라이트에 도달하기도 전에 고스트버스터즈에게 잡혀 통에 갇히고 말았을 것이다.

<고스트버스터즈>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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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
악령이 쓰인 영신

악령에 씌어 퇴마사들과 대치하게 된 소녀 영신은 순수함의 탈을 쓰고 두 퇴마사 사이를 이간질한다. 최부제의 믿음에 의심을 심고, 결국 같은 팀인 김 신부의 힘을 무력화시키도록 유인한 것. 때문에 두 퇴마사는 큰 위기에 빠진다. 사실 영신을 ‘악당’이라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는 그저 다른 퇴마사들이 낸 교통사고의 무고한 피해자고, 설상가상 악령까지 쓰이는 고통을 겪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여타 권력과 재물에의 욕심으로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멍청한 악당 같은 캐릭터는 아니란 말. 만에 하나 감독이 영신을 고등학생이 아니라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설정했다면 이야기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더욱 광범위한 피해와 파괴력을 미쳤을 테지만, 이미 우리 모두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얘기이니 이쯤 해두자.

<검은 사제들>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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