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나이트> 3부작, <인셉션>, <인터스텔라>로 연이어 영화계를 강타하며 최고의 박스오피스 감독으로 등극한 크리스토퍼 놀란(이하 ‘놀란’) 감독이 이번에는 전쟁 영화에 도전했다. 2017년 7월 개봉한 <덩케르크>(2017)는 2차 세계대전 초반인 1940년 프랑스의 덩케르크 해변에서 독일군에 포위된 연합군 33만 8천 명을 영국으로 철수시킨 다이나모 작전을 배경으로 한 실화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데뷔 이래 슈퍼 히어로, 가상현실, 우주 SF를 주요 소재로 한 영화들을 놀라운 상상력과 짜임새 있는 구도로 표현하며 주목받았다. 그런 그가 처음 도전하는 전쟁 실화를 어떻게 해석했을지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덩케르크> 예고편

다이나모 작전은 2차 세계대전 중에 발생한 중요한 사건 임에도 불구하고, 1958년 영국에서 한 차례 제작된 후에는 영화화된 적이 없었다. 조 라이트 감독의 멜로영화 <어톤먼트>(2007)에서 전쟁에 참전한 제임스 맥어보이의 배경 신으로 잠깐 등장했을 뿐이다. 소위 할리우드의 전쟁영화 승리 방정식이라 불리는 연합군 승전, 전쟁 영웅, 미국의 역할, 이 세 가지가 없기 때문에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선뜻 나서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워너 브라더스는 놀란 감독의 재능과 명성을 믿고 거액의 투자에 나섰다. 그만큼 개봉 전부터 흥행 수익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를 몇 가지 짚어 보았다.

 

오래 전부터 <덩케르크> 영화를 마음을 두고 있었다

지금도 프랑스 덩케르크 해변에는 당시 잔해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영국인에게 덩케르크는 누구나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알고 있던 전설이나 동화 속 장소였다. 놀란 감독은 1998년 데뷔작 <미행>(Following, 1998)을 제작할 당시, 영화 작업을 같이해온 동생 토마스, 현재의 부인이 된 엠마와 함께 작은 요트 하나를 타고 영국해협을 건너갔다가 덩케르크 해변을 둘러본 적이 있다. 당시 그는 덩케르크가 실제로 어떤 곳이고, 기후 변화나 조수의 변화에 따라 작은 배로 영국해협을 건너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실감했다. 감독은 그때부터 폭탄이 비 오듯이 떨어지는 전쟁 상황이라면 그곳의 병사들은 어떤 공포심을 느꼈을까 하는 창작 동기를 가지게 되었다.

 

철저하게 병사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감독은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부인 엠마 토마스와 함께 스크립트를 직접 썼다. 이전 영화들보다 대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스크립트는 75쪽으로 짧아졌고 결과적으로 러닝타임도 1시간 46분밖에 안된다. 극 중 인물은 모두 감독의 상상력에서 나온 가상 인물이고, 특히 주요 인물은 대단한 영웅이 아닌 일반 병사들이다. 어리고 경험 없는 병사들인 점을 감안하여 6천 명의 엑스트라를 선발했고,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출연진은 모두 영국 배우들로 구성했다. “이 영화는 전쟁영화가 아니라 생존 이야기이고 무엇보다 서스펜스 영화”라고 감독은 말한다.

영화 관련 인터뷰 중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세 가지 시각으로 현장감 있게 사건을 구성하다

놀란 감독의 영화는 정교하고 수학적인 구조로 유명하다. 이번 영화는 지상, 공중, 바다의 세 가지 구조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공중에서는 영국 전투기 스핏파이어가 독일이 자랑하는 전투기 메서슈미트와 전투를 벌인다. CG로 표현한 다른 공중전 장면과는 달리, 당시에 실제로 사용되었던 비행기를 구해서 직접 촬영했다. 바다에서도 역시 실제로 사용되었던 민간 선박을 구하여 촬영했다. 지상에서는 전투 중 해변의 모래가 튀는 장면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관객들에게 그때 그 장소에서 병사의 긴장과 공포심을 그대로 체험하게 하기 위한 감독의 계산된 의도다.

다이나모 작전 당시의 기록 영상

놀란 감독은 <덩케르크> 이전 9개의 장편 영화로 42억 달러(약 4조8천억 원)의 극장 수입을 벌어들였고,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모두 26개 부문에서 후보로 올라 7개를 수상하며 어느덧 전 세계영화계가 가장 주목하는 인물이 되었다. 대부분의 영화감독이 일생에 한번은 도전하고 싶어하는 전쟁 영화에 도전하여 5억 2천만 달러의 극장 수입으로 또 다시 흥행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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