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스트레인지>

Doctor Strangeㅣ2016ㅣ감독 스콧 데릭슨ㅣ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레이첼 맥아담스, 틸다 스윈튼, 매즈 미켈슨, 치웨텔 에지오포, 베네딕트 웡

역시 마블, 역시 닥터 스트레인지. 마블 팬들이 기대해 마지않던 히어로답다. 영화는 2016년 개봉하여 전 세계 극장가에 흥행 신드롬을 일으키며, 특히 국내에서 흥행수익 1위를 기록하였다. 덕분에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대한 예상치 못한 반응으로 적잖은 고민에 빠졌을 DC 코믹스를 향한 조롱이 좀 더 늘었다.

여타 마블 히어로들과의 숙명적 비교 앞에서도 이 낯설고 이상한 영웅은 기죽지 않고 스크린에서 첫인상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과연 모든 것을 초월하는 마블 최강의 영웅이라는 말이 맞는 듯하다. 그러나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제 막 시작한 상태. 이제 겨우 마블 영화의 세계관인 ‘마블 유니버스’에서 다른 차원의 세계인 ‘마블 멀티버스’로의 확장을 예고했을 뿐이다. 그런데 ‘마블 유니버스’가 뭔지 모른다고? 상관없다. 심지어 마블 코믹스나 마블 스튜디오의 전작인 <어벤져스> 시리즈를 모르더라도 <닥터 스트레인지> 보는 것을 망설이지 말자. 익숙한 얼굴의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느 관객에게나 기존 마블의 세계를 초월하는 인상을 안겨줄 것이다. 그 근거는 바로 <닥터 스트레인지>, 영화 안에서 오롯이 확인할 수 있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예고편

오만하고 까칠한 성격의 ‘스티븐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천재라 불릴 만큼 뛰어난 수술 실력으로 잘 나가는 신경외과 전문의다. 그러다 불의의 사고로 크게 다쳐 두 손의 감각을 잃고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손을 치유하기 위해 전 재산을 털어 네팔로 떠난 그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에인션트 원’(틸다 스윈튼)을 만난다. 이후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깨닫고, 수련을 통해 강력한 능력을 얻게 된다. 한편, 어둠의 존재는 현실 세계를 위협해오고, 닥터 스트레인지는 모든 것을 초월하는 히어로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1. 캐릭터를 알고 보면 더 즐겁다

 

미스터… 아니, 닥터 ‘베네딕트’ 스트레인지

까칠한 신경외과 전문의가 가진 천부적인 재능이라면 뛰어난 암기력과 손기술일 테고, 생명을 살린다는 사명감과 자부심 또한 의사로서 자연스레 생기는 감정일 것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불의의 사고로 의사로서의 생명을 잃지만, 희망을 안고 간 네팔에서 신비한 능력을 터득하는 데에 자신의 재능을 발휘한다. 될 사람은 뭘 해도 된다고 했던가.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던 의사는 단숨에 전 세계인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히어로의 위치로 올라간다. 그야말로 자수성가형 영웅이다.

세계적인 팬덤을 거느린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캐스팅하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제작진은 연극 <햄릿>과 TV 드라마 <셜록> 촬영으로 일정이 맞지 않는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섭외하기 위해 촬영 일정을 변경하기도 했다. 소위 '잘생김을 연기'한다고 알려진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똑똑하고 까칠하면서도 ‘잘생긴’ 닥터 스트레인지 캐릭터를 그대로 연기했다.

 

신비로운 그, 에인션트 원

'에인션트 원'은 유체이탈, 공간과 차원 이동 같은 비범한 능력을 가진 존재 '소서러 수프림'이다. 다친 손을 치유하기 위해 자신을 찾아온 닥터 스트레인지를 새로운 차원의 세계로 안내하며 신비한 능력을 가르쳐 슈퍼 히어로로 거듭나게 하는 스승이다. 사실 원작 캐릭터는 동양인 남자인데, 영화에선 서양인 여자로 바뀌었다. 그것에 대한 논란의 여지도 잠시, 틸다 스윈튼 캐스팅은 모든 것을 일축했다. 어떤 연기든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변신의 귀재답게 틸다 스윈튼은 신비로운 이미지를 그대로 살려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한다.

 

히어로보다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크리스틴 팔머

닥터 스트레인지의 동료이자 친구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과거에 닥터 스트레인지와 사귀었던 사이다. 수술복을 입은 크리스틴과 이상한 복장의 스트레인지가 함께 있는 모습은 묘한 이질감을 유발하면서도 신선하다. 마법이 난무하는 상황 속에 유일한 일반인인 크리스틴의 역할이 더욱 궁금해지는 가운데, 역을 맡은 레이첼 맥아담스의 여전한 미모는 보는 즐거움에 한몫한다. <노트북>, <어바웃타임> 같은 멜로 영화에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던 레이첼 맥아담스가 선택한 첫 번째 히어로 영화이기에 더욱 주목을 모은다.

 

압도적인 연기가 빚어낸, 케실리우스

원작에서 케실리우스는 다른 악당들의 부하 역할이나 하는 굉장히 비중이 적은 캐릭터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닥터 스트레인지에 대적하는 강력한 악역으로 바뀌어 일찍이 마블 원작 팬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여기에 연기파 배우 매즈 미켈슨이 기대를 더했다. <더 헌트>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인기 드라마 <한니발>에서 폭발적인 연기력을 선보여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는 그는 단연 가공할 만한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또 다른 주연, 모르도 & 웡

모르도(치웨텔 에지오프)(좌), 웡(베네딕트 웡)(우)

에인션트 원의 제자인 모르도와 웡. 모르도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겪는 시련의 과정을 그보다 먼저 경험한 인물로, 닥터 스트레인지의 조력자다. 그러나 보조하는 역할 그 이상을 기대해도 좋다. <노예 12년>으로 영국 아카데미와 런던 비평가협회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실력파 배우 치웨텔 에지오프는 그가 맡은 캐릭터처럼 다음이 기대되는 배우다.

웡은 에인션트 원의 거대한 서고를 지키며 과묵하고 충직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에서 웡의 역할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묵직한 외모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말을 해두고 싶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프로메테우스>와 <마션>, 대니 보일 감독의 <선샤인> 같은 거장 감독들의 영화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고 있는 배우 베니딕트 웡이 현실감 있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2. 시각을 압도하는 영상미

닥터 스트레인지의 현실조작 및 포탈 생성, 유체이탈, 차원이동 같은 화려한 마법들을 볼 수 있게해 준 시각효과팀의 노고가 고마울 정도다. 몹시 자연스럽고 압도적이어서 보는 내내 영화의 세계에 사는 양 빠져든다. 뉴욕 도시 전체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여러 차원의 세계가 펼쳐지는 장면은 마치 <인셉션>과 <매트릭스>, <인터스텔라>를 섞은 듯한 현란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제작진은 초기 코믹스 원작의 아트를 그대로 적용하면서도 최첨단 시각효과를 더해 이제껏 보지 못한 체험을 선사할 것이라며 비주얼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IMAX 촬영 장면을 1시간 이상 포함시켜 3D에 가장 적합한 영화로 제작했는데, 3D 영화관 흥행 기세가 이를 증명한다.

 

#3. 마블식 유머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여유롭게 던져지는 마블식 유머는 화려한 액션만큼이나 영화의 쾌감을 더한다. 예고편에서 보여준 ‘와이파이 패스워드’ 유머는 약과다. <닥터 스트레인지>에는 와이파이 패스워드를 가뿐히 넘기는 유머가 곳곳에 숨어있다. 힌트를 주자면, 마법이 난무하는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다름 아닌 현대임을 기억할 것.

 

#4. 두 명의 신스틸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에 출연한 '스탠 리'

닥터 스트레인지를 포함해 스파이더맨, 엑스맨, 아이언맨, 헐크 같은 슈퍼 히어로물의 원작자이자, 현재 마블 코믹스의 명예 회장인 ‘스탠 리’의 카메오 등장은 한두 번이 아니다. 스탠 리는 자신의 원작 영화엔 거의 빠지지 않고 카메오로 출연하는데, 마블 팬들은 영화에서 스탠 리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놓치지 않는다. <닥터 스트레인지>에선 과연 어떤 역할로 등장했을지, 짧게 스쳐 가는 할아버지를 꼭 발견하길 바란다. 그리고 다른 신스틸러, 닥터 스트레인지가 두른 빨간색 레비테이션 망토의 역할 또한 기대할 만하다.

역대 마블영화 소 스탠 리 카메오 영상 모음

 

#5. 마블 쿠키

이미 마블 영화 마지막에 항상 쿠키영상이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리고 <닥터 스트레인지>의 쿠키영상은 무려 두 개이니, 엔딩크레딧을 끝까지 기다릴 것. 이번 영화도 자연스레 후속작에 대한 에피소드를 언급한다. 이미 2018년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닥터 스트레인지 합류가 확정된 상태다. 벌써부터 다른 히어로와 등장할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앤딩크레딧이 남기는 다른 매력은 배경음악이다. 영화 전체를 떠올리게 하는 배경음악을 들으며 쿠키영상을 기다리는 것 또한 영화의 묘미다. <업>의 음악을 맡아 제82회 아카데미 음악상을 거머쥐고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스타트렉> 시리즈 등 수많은 영화에 참여한 할리우드의 실력파 음악감독 마이클 지아치노가 맡은 <닥터 스트레인지>의 음악은 단연 황홀하다.


▲ <Doctor Strange> OST - Michael Giacchino ‘The Master of the Mystic End Cred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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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및 본문이미지 – <닥터 스트레인지>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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