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장의 정규 앨범을 낸 밴드 서니 데이 서비스(サニーデイ・サービス)와 소카베 케이이치(曽我部恵一)는 따로 떨어뜨려 생각하기가 어렵군요. 밴드는 1992년에 결성하여 2000년에 해산하였고, 2008년에 재결성하였는데요, 그 공백기에 프런트맨 소카베는 솔로로 활동하였습니다. 재결성 후 솔로 활동을 그만두기로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그렇다고는 해도 정말 많은 노래를 쏟아내었습니다. 아, 아까 열한 장이라고 했던 건 밴드와 솔로를 합쳐서 그렇다는 게 아니라 각각 열한 장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소카베 케이이치 솔로와 별개인 소카베 케이이치 밴드(曽我部恵一BAND)까지 포함하면 개수가 더 많아지지요. 참 대단하십니다.

그렇게 많은 앨범을 내는 동안 이분은 계절을 주제로, 혹은 소재로 하는 노래를 꽤 많이 만들었습니다. 봄에 대한 노래도, 여름에 대한 노래도, 가을에 대한 노래도, 겨울에 대한 노래도...... 이렇게 얘기를 하는 동안 머릿속에 아름다운 멜로디와 가사가 스쳐 지나갑니다만, 그중에서도 봄과 여름에 대한 노래의 비율이 높고, 특히 여름 노래가 인상에 더 많이 남습니다. 소카베 솔로로는 2016년에 봄에 대한 노래를 모은 <スプリング・コレクション(Spring Collection)>과 여름에 대한 노래를 모은 <サマー・コレクション(Summer collection)>을 한정반으로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는, 이 편집 앨범과 곡이 많이 겹치지는 않습니다만,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밴드와 솔로의 여름 노래를 모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서니 데이 서비스 'サマーソルジャー(Summer Soldier)' MV

1996년에 밴드의 싱글로 발표한 이 노래는 1997년에 <愛と笑いの夜(사랑과 웃음의 밤)> 앨범에 수록됩니다. 1995년에는 영국 밴드 오아시스(Oasis)의 앨범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가 나왔죠. 'Summer Soldier'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오아시스 생각이 나게 됩니다. 그것은 아찔한 기타의 톤 때문이기도 하고, 결이 살아 있는 현악의 편곡 때문이기도 하고, 일상에 대한 찬미의 아름다움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노래의 가사에서도 그렇듯, "그것은 날씨 때문인 것"입니다. 이즈음, 골든두들의 박태성 씨도 오아시스의 앨범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만, 소카베도 그러했던 모양이죠. 물론 당시에는 서니 데이 서비스를 몰랐습니다만, 나중에 군대에 가서 여름에 이 노래를 머릿속으로 부르며 행군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이 노래는 군대나 행군과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만, 여름의 병사에게는 그런 상관 없음이 필요했던 것이죠.

소카베 케이이치 ‘サマー・シンフォニー(Summer Symphony)’ MV

2010년 여름에 소카베 솔로로 발표한 이 곡은 조금은 힙합의 느낌입니다. 아예 직접 랩도 하시기는 합니다만, 의외로 그럴듯하군요. 소카베의 노래를 듣다 보면 이런 부분에서 놀라게 되는데요, 분명 기본 바탕은 록큰롤러 기타리스트에 보컬리스트이면서도 다른 면으로 전자 악기와 일렉트로니카의 문법에도 정통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랩은 래퍼에게라고 생각하셨는지 PSG라는 이름의 힙합 유닛이 피처링을 한 버전도 있으며 뮤직비디오도 따로 찍었습니다. 둘을 비교해 들어보면 발음을 뱉어내는 단면도 꽤 다르지만, 역시 보컬리스트는 랩을 아무리 잘해도 어쩐지 노래로 들린달까요.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장소의 풍경이라든가, 화면의 톤이라든가, 포커스에 잡히는 소품의 종류가 다른 것도 꽤 재밌습니다.

소카베 케이이치 ‘夏の夜の夢(여름밤의 꿈)’ MV

소카베의 솔로 앨범 <けいちゃん(케이짱)>(2010)은 어쿠스틱 기타와 본인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하여 만든 앨범입니다. 앨범을 발표하면서 소카베가 전하는 소개의 글에는 “언젠가 자신의 목소리와 기타만으로 노래하고 연주하는 앨범을 발표하고 싶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더없이 심플한 형태로 12곡의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주 기쁜 마음으로 가득합니다. 여기에는 저의 목소리와 기타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만, 저 자신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되어있습니다. 아마도 원 테이크로 녹음했을 법한, 있는 그대로의 노래와 연주입니다. 이렇게 벌거벗은 앨범을 낼 수 있는 역량과 에너지란 이런 것일까요. 수록곡 ‘여름밤의 꿈’은 7분이 넘는 길이입니다만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는 않죠. 2007년 홍대 앞의 공중캠프에서 소카베 케이이치의 공연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틀에 걸친 일정에서 첫날은 혼자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죠. 이 뮤직비디오를 보면 그때의 생각이 납니다. 둘째 날은 밴드로 공연하였는데요, 뭐 아주 그냥 짐승이었습니다. 소카베도 그렇지만 다른 밴드 멤버들도 그렇고, 지지고 볶고 난리가 났었어요.

서니 데이 서비스는 지난 6월 앨범 <Popcorn Ballads>를 발표하였습니다. 스물두 곡이 들어있고 러닝타임은 85분이나 되는데요, 물론 CD 한 장에 들어가는 길이가 아니죠.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CD는 내지 않고 애플 뮤직과 스포티파이로 배급하였다고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새 앨범에 대한 얘기와 함께 서니 데이 서비스와 소카베의 다른 여름 노래들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Writer

골든 리트리버 + 스탠다드 푸들 = 골든두들. 우민은 '에레나'로 활동하며 2006년 'Say Hello To Every Summer'를 발표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2012년 IRMA JAPAN 레이블에서 'tender tender trigger' 앨범을 발표하였다. 태성은 '페일 슈', '플라스틱 피플', '전자양'에서 베이스 플레이어로, 연극 무대에서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였다. 최근에 여름과 바다와 알파카를 담은 노래와 소설, ‘해변의 알파카’를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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