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유스(Youth)’는 자유를 갈망한다. 반항, 순수, 열정 같은 단어들도 잇달아 따라붙지만, 결국 목적은 하나다. 꿈을 향한 자유. 다만, 그것을 쟁취하기 위한 청춘의 여정이 모두 성공으로 끝나는 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이하 <아메리칸 허니>)가 풀어내는 ‘유스’는 꾸밈이 없어 더욱 매혹적이다. 배우를 단숨에 스타로 만들고, 감독에게 영광의 트로피를 안겨준 작품 <아메리칸 허니>의 진가를 담은 장면들을 하나씩 만나보자.

 

꿈을 찾는 유스, 꿈을 찾은 스타

무책임한 부모와 어린 동생들 틈에서 버겁게 생활하던 10대 소녀 '스타'(사샤 레인)는 마트에서 우연히 만난 ‘제이크’(샤이아 라보프)의 제안으로 미국을 횡단하는 크루에 덜컥 합류한다. 이유 없는 반항이라기보단,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모험에 가깝다. 그렇게 스타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스타와 친구들은 곳곳을 떠돌아다니며 낮에는 잡지를 팔고, 밤에는 길거리에서 노래 부르고 춤춘다. 거침 없는 그들의 생활은 자유로워 보이지만, 한없이 불안하고 위험하기도 하다. 그 사이, 스타는 생각해본 적 없는 ‘꿈’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현실은 슬프고 희망은 어렴풋하지만, 스타는 꿈을 품는다. 꿈을 향해 도전하라는 희망찬 메시지를 던지는 건 아니다. 이 영화가 ‘유스 무비’인 이유는 꿈과 사랑을 찾아 방황하는 여정, 그 길거리에 있다.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은 날 것 그대로의 젊음을 표현하고자 애썼다. 실제로 그는 현실감 있는 배우 캐스팅을 위해 무려 1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미국 8개 주를 여행하며 직접 젊은 세대들을 만났다. 감독은 최종 캐스팅된 15명의 배우 중 11명의 배우를 길거리에서 캐스팅했다. 주인공 스타 역을 맡은 사샤 레인도 마찬가지. 당시 플로리다의 해변으로 휴가를 즐기러 온 사샤 레인은 그 자리에서 감독의 눈에 띄어 캐스팅됐다. 감독의 의도가 통했던 걸까. 사샤 레인은 연기 경험이 전혀 없던 것이 놀라울 만큼 미국의 십 대를 현실감 있게 보여주었다. 결과적으로 훌륭한 작품을 데뷔작으로 얻은 사샤 레인은 현재 패션 브랜드의 모델로 발탁되고, 여러 편의 차기작을 준비하는 할리우드 신예 스타가 됐다.

 

미국의 '가출팸'

얼마 전 개봉한 국내 영화 <꿈의 제인>(2016)이 떠오르기도 한다. 각자 불우한 환경에서 뛰쳐나온 청소년들이 모여 하나의 무리를 이루어 생활하는 공동체, ‘가출팸’을 소재로 한 영화다. <아메리칸 허니>의 크루는 미국의 가출팸이다. 맘껏 마시고 웃고 떠드는 미국의 십대들은 철없는 집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이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닐수록 드러나는 건 십대의 무모한 모습보다는 빈부격차, 마약, 가출팸이 여전히 존재하는 미국 사회의 민낯이다.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은 화려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청춘 이야기보다, 현실에 기반한 사실적인 이야기들을 꾸밈없이 들여다본다.

 

여정을 빛내는 근사한 음악들

그러나 내면에 깔린 묵직한 메시지만큼 무거운 영화는 아니다. 실제 로드 트립으로 구상한 영화 <아메리칸 허니>는 밴을 타고 내달리는 청춘들의 장면 곳곳에 감각적인 음악들로 활력을 불어넣는다. 앞서 7월 초 열린 제10회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에서 ‘음악영화’로 상영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영화 제목이기도 한 레이디 앤터벨룸의 곡 ‘American Honey’의 가사는 영화의 맥을 고스란히 이으며 감동을 자아낸다. 그 밖에 리한나의 곡 ‘We found love’나 카니지의 ‘I Like Tuh’ 같은 감각적인 힙합과 트랩 음악들은 젊은 세대의 흥을 그대로 발산하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 미국의 자유로운 청춘들과 함께 근사한 음악을 틀어 놓고 여행하는 기분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She grew up on the side of the road
그녀는 길가에서 자랐어
Where the church bells ring
교회 종이 울리고
And strong love grows
강인한 사랑이 자라는 곳
She grew up good she grew up slow
그녀는 착하고 느긋하게 자랐어
Like American honey
아메리칸 허니처럼
- Lady Antebellum ‘American Honey’ 가사 일부

 

믿고 보는 세 번째 트로피

<아메리칸 허니>는 이미 유수의 영화제와 해외 관객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결과적으로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은 또 한 번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의 영예를 얻었다. 앞서 단편영화 <말벌>(2003)로 선댄스영화제 최우수단편상을 받으며 실력을 입증한 감독은 첫 장편영화 <레드 로드>(2006)로 제59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바로 다음 작품 <피쉬 탱크>(2009)로 제62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거머쥐었다. 특히 <피쉬 탱크>는 15살 소녀의 삶을 통해 청춘과 성장의 의미를 포착하여 큰 호평을 받았다. 세 번째 트로피를 안겨준 <아메리칸 허니>는 감독의 실제 로드 트립 경험을 바탕으로 구상되어 주요 배우들의 길거리 캐스팅부터 실제 미국 횡단을 하며 진행된 촬영까지 범상치 않은 제작 과정을 거치며 더욱 기대를 모은 작품. 이 시대의 젊음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 <아메리칸 허니>는 젊음을 맞닥트린 이에게도, 젊음을 통과한 이에게도 소중한 ‘유스’로 기억될 것이다.

영화 <아메리칸 허니>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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