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Pixar)는 원래 회사가 아니었다. 인기 SF 영화 <스타워즈> 제작사인 루카스필름(Lucasfilm)에서 CG를 담당하던 부문으로 출발했다. <스타워즈> 초반 세 편의 에피소드를 끝내자 별도 회사로 분리되었고, 이 당시 애플(Apple)에서 퇴출된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1천만 달러(약 115억원)에 인수했다. 원래 CG 기술을 확보하려고 픽사를 인수한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영향력과 자금을 활용하여 픽사를 <토이 스토리>와 <카스>로 대표되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키웠다. 2006년 디즈니에 인수되며 발표된 픽사의 가치는 74억 달러(약 8조 5천억원). 잡스는 20년 만에 픽사의 가치를 740배나 성장시킨 놀라운 성과를 이룬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북부에 위치한 픽사 본사 정문

픽사의 장편영화를 보기 전 누구나 한번은 봤을 법한 단편 애니메이션 <제리의 게임>(1997)이 있다. CG 회사를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전환하기 위한 첫 작품인 <토이 스토리>나 <벅스 라이프>와 같은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에 몰두하느라 한 동안 단편 제작을 중단한 픽사가 1990년대 들어 처음 제작한 것이다. 1997년 첫 선을 보인 <제리의 게임>은 1998년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았으며, 장편 <벅스 라이프>와 함께 본영화 전에 무료로 상영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썰렁한 공원 벤치에서 또 다른 자아와 틀니를 걸고 체스 시합을 하는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다.

이 작품의 감독은 프라하 출신의 영국 애니메이터로, 1993년 픽사에 합류한 얀 핀카바(Jan Pknkava)다. 그는 <제리의 게임>에 이어 흥행에 성공한 픽사 영화 <라따뚜이>(2007)를 공동 연출하여 아카데미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주인공 제리(Geri)는 <벅스 라이프>에서 사마귀 역의 목소리 연기와 <토이 스토리 2>에서 우디(Woody)의 떨어진 팔을 고치는 수선공 목소리 연기를 맡은 원로배우 조너선 해리스(Jonathan Harris, 1914~2002)를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캐릭터 배우 조너선 해리스

제작비 2백만 달러가 투입된 <제리의 게임>은 사람의 피부나 표정을 표현하는 애니메이션 기법을 업그레이드 하려는 픽사가 심혈을 기울인 프로젝트다. 당시 많은 애니메이터가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캐릭터의 표정 하나하나에 서로 의견을 교환했다. 결과적으로 <제리의 게임>은 서로 다른 두 자아의 섬세한 표정 연출이 압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워낙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지다 보니 인터넷에는 패러디 영상들이 자주 올라온다. 그 중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한 편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