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로부터 신혜미(드럼), 양용준(기타, 키보드, 보컬), 강정훈(베이스, 코러스)

델리스파이스, 코스모스, 퓨어디지털사일런스 같은 다양한 밴드에서 활동했던 양용준과 베이스 강정훈, 2013년 새로 합류한 드럼 신혜미로 구성된 혼성 모던록 밴드 ‘챔피언스’가 정규 2집 <낯선 시절>을 발표했다. 양용준, 강정훈, 김혁수로 시작했던 3인조 밴드가 첫 정규앨범 <champions>를 발표한 지 꼭 9년 만이다. 모두가 이게 정말 얼마 만이냐고 말할 만하다. 본인들도 챔피언스를 두고 "신인 밴드인가?" 혹은 "챔피언스 아직도 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표현하며 넉살 좋게 신보 소식을 전했다. 그들이 오래도록 물리적인 시간들을 마주하는 동안, 남겨놓은 음악들은 어떤 시절로 불리며 변치 않고 있었다. 그리고 챔피언스는 이제 새로운 음악으로 그 시절에 남겨놓은 즐거움을 차근차근 소환하고 있다.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멜로디

정규 1집 <Champions> 자켓

챔피언스는 2003년 데뷔 EP <Tournament>와 같은 해 발표한 두 번째 EP <Match Point>를 통해 모던록 밴드로서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7년 발표한 정규 1집 <Champions>를 통해 1990년대 모던록의 유산을 고스란히 받았음을 증명한다. 직선적인 기타 사운드 위에 입혀진 영롱한 소리들이 자연스럽게 1990년대 드림팝을 떠올리게 하므로. ‘유원지’로 대표되고 '아날로그', '스팽글' 같은 곡들로 이어지는 1집은 ‘그 시절’의 감성을 가사와 멜로디에 섬세하게 담고 있다.

 

다시 돌아온 ‘꿈결 같은 시간’

정규 2집 <낯선 시절> 자켓. 그림 오병재<Sabotaging the crude systematic trend, 2006>

양용준, 강정훈, 신혜미 세 멤버는 2003년 챔피언스의 순수한 감성을 온전히 지켜내고자 했다. 분명 새로 듣는 <낯선 시절>의 음악들이 낯익은 이유다. 9년 만의 신곡들은 1집에서 이어지는 1990~2000년대 모던록 멜로디를 통해 그 시절을 다시 불러내는데, 그래서 더 찡한 면도 있다. 특히 챔피언스의 음악적 동료였던 플로트사운드(Float Sound) 김상혁 엔지니어의 믹싱과 마스터링을 거쳐 더 자연스럽게 완성된 음원이라 더욱 반갑다.

2집 <낯선 시절>은 데뷔 시절에 썼던 것들에, 그들이 오랜 휴지기를 거치며 맞이했을 낯선 시절에 새로 쓴 것을 더한 총 11곡을 담고 있다. 그중 2003년 데뷔 시절에 만든 곡 ‘27층’은 밴드 ‘전기뱀장어’ 보컬 황인경의 목소리로 감성적인 분위기를 한층 더했다. 양용준은 페이스북에 포스팅한 ‘<낯선 시절> Trivia Pt. 1’ 글에서 “전기뱀장어의 ‘술래잡기’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황인경의 목소리가 ‘27층’에 가장 잘 어울릴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 챔피언스 ‘27층’

원래 여성 보컬과의 듀엣을 의도해 만들었다는 ‘피로연’은 결국 챔피언스의 오랜 친구이자 음악적동료인 싱어송라이터 정바비와 양용준의 듀엣곡이 됐다. 게다가 양용준이 작성한 ‘<낯선 시절> Trivia Pt. 1’에서 드러났듯이, '춤추는 뽀로로 키보드'로 데모를 녹음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에도 불구하고 ‘피로연’의 멜로디와 두 목소리는 매우 조화롭게 들린다.


▲ 챔피언스 ‘피로연’

챔피언스는 2013년 재결성 이후 만든 비교적 최근의 곡인 ‘수족관’을 타이틀곡으로 정했다. 그건 ’수족관’이 모던록 밴드로서 가장 ‘챔피언스 같은’ 색깔을 드러내는 곡이라는 뜻에서다. 그러니까, “전통적인 기승전결의 음악적 구성, 모던록의 유산을 부정하지도 피하지도 않는 당당한 취향, 자연스러운 리듬을 추구한 가사, 좋은 멜로디를 우선하는 음악가로서의 양식”([GQ KOREA] 피처 에디터 정우영)이라 말할 수 있는 챔피언스의 음악적 자세가 ‘수족관’에 고스란히 잠겨 있다. 챔피언스는 ‘그토록 바라고 기다려온 꿈결 같은’ 음악을 들어 보라며 노랫말로 고백한다. 당장 음원 사이트와 음반가게로 가서 확인해 볼 일이다.

2집 앨범 발매 후 첫 공연 포스터

챔피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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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자료제공- 밴드 ‘챔피언스’ 및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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