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악 다큐멘터리의 감독들을 ‘성덕’이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비틀스:에잇 데이즈 어 위크> 부터 <슈퍼소닉>까지 그 누구도 ‘전설’ 임을 부인하지 않는 뮤지션을 다룬 네 편의 다큐를 소개한다. 이들은 훌륭한 음악으로 역사에 기록되었지만, 엄청난 사고뭉치이기도 했다. 술과 마약은 물론 막말과 버릇없는 행동, 심지어 자살과 타살의 아이콘이 되기도 했다. 음악적 공통점은 없지만, 슈퍼스타이자 말썽꾸러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그들이 궁금하다면, 아래 리스트를 확인하자. 한 가지 더, 공교롭게도 이 뮤지션들은 모두 영국 출신이다.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 – 투어링 이어즈>

The Beatles: Eight days a week – The Touring Yearsㅣ2016 l 감독 론 하워드ㅣ출연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스타

영화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투어링 이어즈>는 ‘비틀스’가 ‘1세대 아이돌’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데뷔 후 4년간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브리티쉬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의 신호탄이 된 ‘에드 설리번 쇼’ 라이브는 물론 대중음악 사상 최고의 공연으로 손꼽히는 1965년 뉴욕 ‘시 스타디움(shea stadium)’ 콘서트 하이라이트 장면이 최신 기술력으로 복원되어 있다. 전 세계 최초였던 대규모 월드투어에서 벌어진 말도 안 되는 사건 사고, 멤버들 간의 비하인드 스토리 역시 엿볼 수 있다. 다큐에서 단정한 모즈룩에 뱅헤어 스타일로 경쾌하고 사랑스러운 로큰롤을 부르던 비틀스는 영화 속에도 나오는 샌프란시스코 콘서트 이후 돌연 칩거에 들어간다. 그리고 대중음악의 새로운 장을 썼다고 평가받는 명반 <Sgt. Pepper’s Lonely Heart Club Band>로 다시 한 번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다.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투어링 이어즈>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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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tles at Shea Stadium(1965)

 

<에이미>

Amyㅣ2015ㅣ감독 아시프 카파디아ㅣ출연 에이미 와인하우스, 마크 론슨, 피트 도허티

영화 <에이미>는 21세에 데뷔, 27세에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생을 마감한 영국의 천재 싱어송라이터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짧고 강렬한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온몸에 새긴 문신, 두껍게 그린 아이라인, 높게 틀어 올린 흑발과 킬힐… 이처럼 ‘문제적 이미지’로 잘 알려진 그녀는 ‘Back to Black’, ‘Rehab’ 같은 명곡으로 그래미를 휩쓸고 전 세계 1,500만 장의 음반 판매고를 올리며 슈퍼스타에 등극했다. 드라마틱한 삶을 보여준 뮤지션을 다룬 영화답게, <에이미>에는 두 개의 얼굴이 담겨 있다. 하나는 친구들과 매니저가 찍은 사진과 영상 속에서 보이는 착하고 여리고 재능 많은 소녀다. 반면 파파라치 영상 속에는 노래를 못할 정도로 만취한 상태로 무대 위에 올라 야유를 받으며 퇴장하는 술과 마약에 찌든 셀러브리티가 찍혀 있다. 영화는 수많은 영상과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만약 나의 재능을 거둬 평범하게 거리를 걸을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며 괴로워하던 한 천재 뮤지션의 두 가지 면모를 모두 아울러, 단 하나의 얼굴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그려낸다.

<에이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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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y Winehouse 'You Know I'm No Good' 그래미 시상식 리허설

 

<조이 디비전>

Joy Division l 2007ㅣ감독 그랜트 지ㅣ출연 이언 커티스, 피터 훅, 스티븐 모리스, 버나드 섬너

아쉽게도 국내 개봉을 하지 않아 운 좋은 관객들만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관람할 수 있었던 다큐멘터리 <조이 디비전>. 앞서 소개한 비틀스나 에이미 와인하우스, 이어 소개할 오아시스보다 덜 대중적이지만, 음악에서는 후대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을 받기도 한 전설적인 영국 밴드 ‘조이 디비전’을 다룬 영화다. 보컬 이언 커티스의 우울하고 허무한 가사, 독특한 퍼포먼스로 포스트 펑크의 대표적 밴드가 된 조이 디비전은, 활동 4년 만에 이언 커티스가 목을 매 자살하며 해체된다. 영화는 그들이 활동했던 공연장과 라디오 부스 등을 비추고 당시 주변인들의 증언을 통해, 가벼움과 우울함이 서로 공명하는 듯 독특한 조이 디비전 특유의 사운드가 완성되는 과정을 이언 커티스를 중심으로 보여준다. 이언 커티스의 자살 후, 남은 세 멤버는 새로 밴드를 결성한다. 바로 1980년대 가장 영향력 있는 밴드로 자리매김한 ‘뉴 오더’이다.

<조이 디비전> 예고편
'Love Will Tear Us Apart' MV

 

<슈퍼소닉>

Supersonic l 2016 l 감독 맷 화이트크로스ㅣ출연 노엘 갤러거, 리암 갤러거

‘오아시스’의 이름을 듣게 되는 경로는 보통 세 가지다. 로큰롤 팬, ‘Don’t Look Back in Anger’ 떼창 영상, SNS에 떠도는 노엘 갤러거의 막말 짤. <슈퍼소닉>은 방금 언급한 세 가지 중 어느 쪽에 속하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자타공인 ‘비틀스와 맞먹는’ 인기와 음악성, 공식 통계로만 7천만 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한 슈퍼 밴드 오아시스의 공연 실황 및 작업 과정은 물론, 친형제인 리암과 노엘의 불화가 실제로는 과연 어느 경지에 이르렀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 밴드 해체까지 몰고 간 형제간 불화의 속사정도 함께 언급되지만, 인물이 인물인 만큼 얼싸안고 화해하는 그런 장면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 이 영화를 ‘홍보하는’ 노엘 갤러거의 인터뷰를 보자. 장기간 독설로 다져진 그의 입담을 만끽할 수 있는데, 일례로 <에이미>의 감독이기도 한 <슈퍼소닉>의 제작자 아시프 카파디아를 두고 한 농담은 다음과 같다. “(그의 전작 두 편과) 이 영화가 다른 점은 이번엔 마지막에 죽는 사람이 없다는 거지.”

<슈퍼소닉>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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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Look Back in Anger' 맨체스터 Live(2015) 전설의 떼창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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