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에디터이자 Jesse You란 이름의 DJ로 활발히 활동하는 유지성은 DJ 이전부터 레코드를 수집한 레코드 광이기도 하다. 그가 ‘지금’ 벌어지는 ‘레코드’와 ‘디제이’, ‘레이블’의 무브먼트에 관해 연재한다.


레코드가 유행이라는 말도 이제 한풀 꺾인 때, 그리고 여전히 레코드는 안 팔리는 때, 하지만 제각각의 이유로 레코드를 사고 틀고 또한 발매하기도 하는 세 명의 디제이들과 그들이 녹음한 ‘2016년의 믹스’를 꼽았다.

 

DJ ‘Antal’
‘BIS Radio Show #825’ Mix

‘Rush Hour Records’는 지금 어떤 기준이 되었다. 인구 80만을 간신히 넘기는 암스테르담의 레코드 가게(이자 레이블)가 벌이는 모든 일이 ‘사건’이 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그들이 ‘수리남 음악 모음집’을 발매하면, 미지의 영역에 가깝던 그곳의 음악에 애호가들의 눈이 쏠리고, 오리지널 레코드의 값이 오른다. 브라질에 레이블 투어를 다녀와서는 가게의 한쪽 벽을 완전히 브라질 레코드로 메워 놓고 보란 듯이 ‘브라질 특집’을 진행한다. 브라질에도 없는 레코드가 거기에 있다. 지난해엔 한국계 독일인 Hunee와 일본에서 1980년대부터 활동한 전자음악 뮤지션 Soichi Terada의 음반을 내놓으며, 유럽에서도 가장 먼 네덜란드를 비롯한 전 세계에 아시아를 환기했다.(그리고 ‘Rush Hour Allstars’란 이름으로 일본을 찾기도 했다.) 요즘 그들은 한발 더 나아가 일본의 시티팝 싱글을 직접 재발매하고, 가게에서 열리는 각종 라이브와 디제이 세션을 아침저녁 가리지 않고 페이스북에 라이브로 송출한다. Antal은 이 모든 것을 진두지휘하는 Rush Hour Records의 공동 설립자이자 디제이다. 그는 Tim Sweeney가 이끄는 뉴욕의 라디오 방송 [Beats In Space]에 출연해 작심한 듯 Rush Hour Music의 발매작들을 자랑스럽게 쏟아냈다.(심지어 방송 당시 시점으로는 절반 이상이 발매 예정작이었다.) 한 시간이 넘는 믹스의 대부분을 자신의 레이블에서 발매한 곡들로 채우는 기분은 어떤 걸까? 그런 ‘익스클루시브 프리미어’야말로, 라디오의 존재 이유이자 디제이의 이상향일 것이다.


▲ BIS Radio Show #825 with Antal

▶ Rush Hour 홈페이지 [바로가기]
▶ Rush Hour 페이스북 [바로가기]
▶ Rush Hour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DJ ‘Zaltan’
‘Dekmante Podcast 064’ & ‘RA. 540’ Mix

전자음악의 모든 것을 다루는 매체 <Resident Advisor>는 지난해 ‘올해의 레이블 20’ 순위를 꼽으며 파리의 레이블 ‘Antinote’를 5위에 올렸다. 그리고 이렇게 썼다. "Antinote의 아티스트들이 다른 곳에서 곡을 발표하는 일은 드물다. 그리고 이런 충성심은 레이블의 수장 Quentin Vandewalle가 소속 뮤지션들을 더욱 주의 깊게 관찰하고, 그들을 서로 끈끈하게 뭉칠 수 있게 한다." 2012년 설립 후부터 Antinote의 발매작들을 결코 한 가지 장르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소속 뮤지션의 이름에 생긴 신뢰만큼은 그대로다. 그러니 Antinote의 신보를 쫓는 것만으로도, 이내 설득당해 새로운 취향을 받아들이게 된달까. 레이블을 이끄는 Quentin Vandewalle은 Zaltan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으며, 이렇게 고집 있는 리더인 한편 Antinote의 색을 쏙 빼닮은 디제이이기도 하다. 과시하지 않고 진중하며, 댄스 플로어에서도 통할만 하지만 그보다는 일요일 오후처럼 느슨한 긴장이 필요한 순간 더욱 어울리는 음악을 트는. 올해 봄과 가을, 그는 두 번의 눈에 띄는 믹스를 발표했다. ‘Dekmantel Podcast’를 통해 한 번, ‘RA Podcast’에서 한 번. Wilson Tanner의 앰비언트로 시작해 여백이 분명한 하우스와 테크노를 아우르는 Dekmantel Podcast와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난 뒤, 집에서 자주 듣는 레코드들을 녹음했다”는(그래서 ‘리빙룸 믹스’라는 부제가 붙은) RA Podcast 중 어느 것을 골라도 좋겠다.


▲ Dekmantel Podcast 064


▲ RA.540

▶ Antinote 홈페이지 [바로가기]
▶ Antinote 페이스북 [바로가기]
▶ Zaltan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DJ ‘Donna Leake’
‘Boiler Room London’ Mix

바로 며칠 전 공개된 문제적 믹스다. 런던의 한 ‘Boiler Room’ 이벤트에서, 오프닝을 맡은 Donna Leake의 분방한 디제잉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비트매칭도 안(못) 하는 게 무슨 디제이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음악을 트는 지가 먼저다”, “비트매칭뿐만 아닌 믹스 전반의 흐름이 엉성한 걸 지적하는 거다”, “박자를 맞추는 것만 믹싱이 아니다.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 또한 믹싱이다”라는 유의 갖가지 주장이 충돌했다. Boiler Room 측은 이례적으로 이 상황에 대해 확고한 공식적 의견을 발표했다. “디제이를 평가할 때, 비트매칭과 믹싱이 그 모든 기준이 될 수 없다. 그 무엇보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우선이다. 우리의 목표는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통쾌한 한 방으로서, 그 명쾌함을 지지한다. 판단은 각자의 몫. 참고로 이날은 일요일이었고 그녀는 아프로 비트부터 브라질리언 재즈까지, 신나게 즐기며 레코드를 틀었다.

▲ Boiler Room London: Nu Guinea, Khruangbin & Donna Leake

 ▶ Boiler Room 홈페이지 [바로가기]
▶ Boiler Room 페이스북 [바로가기]
▶ Boiler Room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 Donna Leake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Writer

유지성은 [GQ Korea]의 피처 에디터로 일하며 매달 음악 관련 기사를 쓰고 음악가들을 인터뷰했다. 또한 Jesse You라는 이름의 디제이이기도 하다. 레코드를 사고 듣고 플레이하며, 클럽 피스틸에서 정기적으로 여는 ‘Playlists’를 비롯해 ‘Codex’, ‘Downtown’, ‘East Disko Wav’ 등의 파티/크루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처음 열린 ‘Boiler Room Seoul’에 출연했으며 암스테르담의 ‘Red Light Radio’, 방콕의 ‘Studio Lam’에서 음악을 틀기도 했다. Four Tet의 팬이다.
Jesse You의 Mix 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