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담은 지금 독립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예다. <검은 사제들>에서 '영주 무당'으로 변신해 소머리를 등에 메고 신들린 굿판을 벌였고 <밀정>에서 일본 밀정 '하나코'로 분해 독립군에게 총구를 겨누는 등 짧은 등장만으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강렬한 인상을 새겼다. 그의 주연작 <재꽃>은 차세대 시네아스트로 주목받는 박석영 감독과 함께 하는 ‘꽃 시리즈’ 3부작의 마침표를 짓는 작품이다. <들꽃>(2014), <스틸 플라워>(2015), 그리고 <재꽃>까지. 모두 자신의 이름인 ‘하담’으로 등장해 거짓 없는 연기를 펼치며 마침내 ‘예술영화계의 꽃’으로 만개한 배우, 정하담의 또렷한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볼 시간이다.

 

<들꽃>

Wild Flowersㅣ2014ㅣ감독 박석영ㅣ출연 조수향, 정하담, 권은수

‘수향’(조수향)과 '은수’(권은수), 그리고 흙먼지 나부끼는 공터에서 만난 비슷한 처지의 소녀 ‘하담’은 거리를 떠도는 소녀들이다.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에 허덕이며 몸을 누일 잠자리를 찾아 헤매던 소녀들은 불행히도 자신을 ‘삼촌’이라 칭하는 성매매 업자의 꼬드김에 넘어가 모텔방에 감금당한다. 일시적인 보금자리는 순식간에 덫이 되었고 그곳을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는 소녀들의 시도는 살을 에는 겨울 날씨처럼 녹록지 않다. 정하담은 세 소녀 중에서도 가장 힘없고 연약한 막내 ‘하담’ 역을 맡아, 데뷔작임이 믿기지 않을 만큼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거리로 내몰린 아이들에게 쉽사리 손 내밀지 못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무기력과 답답함이 보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영화. 정하담의 첫 주연작이자, 박석영 감독의 인상적인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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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플라워>

Steel flowerㅣ2015ㅣ감독 박석영ㅣ출연 정하담, 김태희, 유안

전작 <들꽃>의 연장선에 있는 영화로, 세 소녀 중 가장 여리고 약했던 '하담'이 당장 끼니를 해결할 수조차 없는 불합리한 삶을 살면서도 꿋꿋이 세상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담았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하담이 어쩌다가 길거리에 내몰려 이토록 처참한 생활을 하게 됐는지에 대해 영화는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는다. 이렇다 할 스토리도, 대사도 없지만 배우 정하담의 텅 빈 눈빛, 거칠고 우직한 에너지가 생생히 살아 숨 쉬며 몰입도를 높인다. 살려고 악을 쓰는 하담의 몸부림을 뭉개버린 채 더욱 가혹한 불행과 절망만 안겨주는 세상과 그런 하담을 카메라로 묵묵히 지켜보는 감독의 고집이 고스란히 응축된 영화. 정하담은 <들꽃>의 연약한 소녀에서 <스틸 플라워>의 ‘강철 꽃(Steel flower)’으로 단단하게 성장하며 데뷔 1년 만에 제41회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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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꽃>

Ash Flowerㅣ2016ㅣ감독 박석영ㅣ출연 정하담, 장해금, 정은경

박석영 감독의 ‘꽃 시리즈’ 3부작의 마침표를 짓는 작품. 앞서 두 영화가 도시를 배경으로 했다면 이번 영화의 주 무대는 시골이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아빠를 찾기 위해 한적한 마을로 찾아 든 소녀 ‘해금’(장해금)과 그 소녀를 세상으로부터 온전히 지켜 내기 위한 ‘하담’의 분투가 그림 같은 풍광의 마을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흐른다. '꽃' 3부작 중 가장 밝은 분위기를 띠는데, <들꽃>과 <스틸 플라워>의 계절이 차갑고 푸르른 겨울이었다면 <재꽃>은 한여름의 따스한 온기를 머금는다. 정하담은 겨우내 절망의 시간들을 이겨내고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지켜내는 강인한 여성 하담으로 분해 또 한 번의 잔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다.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스토리로 제5회 무주산골영화제 경쟁부문에서 대상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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