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 7080세대 중 음악 좀 들었다 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이름과 최대 히트곡 ‘Radioactivity’를 기억할 것이다.

Kraftwerk 'Radio Activity'(1978 프랑스)

당시 전자 산업을 이끈 양대 국가답게, 독일의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는 일본의 YMO (Yellow Magic Orchestra)와 함께 테크노/일렉트로닉 음악의 선구자로 꼽힌다. 2014년 그래미가 이들의 평생공로상 수상을 발표하면서 배포한 기사 내용을 보자.

“1975년 미국에서 라디오를 듣던 사람에게, 이들의 음악은 쇼크였을 것이다. 미국은 이제야 그라놀라(시리얼)와 자연섬유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음악은 소울과 정통성으로 평가받을 때였다. 이들의 음악은 마치 포드의 조립공장같이 기계화되어 들렸다. 바삐 움직이는 신호와 같이 리드미컬했다. 결코 멜로디를 잘못 짚는 경우는 없었다. 그 해 크라프트베르크의 앨범 [아우토반]은 독일 팝의 탄생을 알렸고, 이후의 음악산업은 그 전과 비교해 매우 달라졌다.”


그들의 역사는 독일 뒤셀도르프 음악학교에서 클래식을 전공하던 랄프 휘터(Ralph Hutter)와 플로리언 쉬나이더(Florian Schneider)가 만나면서 시작한다. 인간의 목소리를 기계어로 변환하는 ‘Vocoder’ 같은 전자음악 기계를 제작하고, 그들의 음악을 스스로 “Robot Pop”이라고 부르면서 4인조의 크라프트베르크(독일어로 ‘발전소’라는 뜻)가 탄생했다.

Kraftwerk의 초기 Vocoder VSM201

한동안 자국 내에서 활동하던 이들은, 1974년 앨범 <아우토반(Autobahn)>과 1975년 <라디오-액티비티(Radio-Activity)>를 연이어 미국 시장에 히트시키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1978년 싱글로 발표한 ‘Das Model’과 ‘Das Robot’을 들어보자. 두 곡은 후에 인간성의 상실을 컨셉으로 한 앨범 <Man-Machine>에 수록되었는데, 1980년대 직접 출연한 영상과 2000년대 로봇을 이용한 공연 영상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다.

Kraftwerk 'Das Model'
Kraftwerk 'The Robots'

1980년대 들어 정체성과 인기가 시들해 지면서 이들은 오랜 은둔과 간헐적인 활동을 거듭했다. 이들은 뒤셀도르프에 있는 본거지 ‘클링-클랑(Kling-Klang) 스튜디오’에 종일 머물며 대외적인 소통을 극도로 꺼리기로 유명하다. 기자와의 인터뷰는 간혹 로봇을 통해 진행되기도 하며, 이메일이나 전화에 대한 답신이 끊기는 것도 예사다.

음악 저널리스트 닐 매코믹은 “팝 음악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밴드는 비틀스와 크라프트베르크”라며 “크라프트베르크에게 영향을 받은 밴드는 수백에 달한다”고 했다. 데이비드 보위, 조이 디비전, 블론디, 유투는 그들의 영향력을 밝힌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현대 음악에 널리 끼친 그들의 영향력을 한 디제이가 편집 영상으로 잘 정리해 놓았으니 비교해서 들어보자.

편집 영상 <The Kraftwerk Influ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