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0분 동안 우주체험을 할 수 있다’는 입소문으로 화제를 일으킨 영화가 있다. 광활한 우주 공간을 3D 입체영상으로 구현한 영화 <그래비티>(2013)다. 이 영화의 밑바탕에는 아버지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 각본을 함께 쓴 아들 조나스 쿠아론의 무궁무진한 재능이 있었다.

<칠드런 오브 맨> 촬영 현장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 

 

<디시에르토> 촬영 현장. 배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과 조나스 쿠아론 감독

2016년에는 아들의 영화 <디시에르토>(2016)와 아버지의 전작 <칠드런 오브 맨>(2006)이 극장에 나란히 걸렸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롱테이크 기법과 몰입도 있는 연출력을 본받아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생존 스릴러물 <디시에르토>를 만든 조나스 쿠아론 감독. ‘역경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인간의 숭고함’이 엿보이는, 비슷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두 사람의 영화를 각각 두 편씩 골랐다.

 

<칠드런 오브 맨>

Children Of Men│2006│감독 알폰소 쿠아론│출연 클라이브 오웬, 줄리안 무어, 마이클 케인, 클레어 호프 애쉬티

2027년, 모든 여성이 임신 기능을 상실한 종말의 시대. 폭동과 테러로 국가 대부분이 무너진 가운데, 유일하게 군대가 살아남은 영국에는 불법 이민자들이 넘쳐난다. 한편 아들을 잃고 희망 없이 살아가던 ‘테오’(클라이브 오웬)는 전 부인 ‘줄리언’(줄리언 무어)으로부터 5,000파운드를 대가로 부탁 하나를 받는다. 기적적으로 임신한 흑인 소녀 ‘키’(클레어 호프 애쉬티)를 무사히 난민 캠프 외곽의 항구로 데려가 국외로 탈출시켜 달라는 것. 그는 키와 함께 전쟁터가 된 난민 캠프를 빠져나와 인류의 새 탄생을 알릴 수 있을까? 후반부 12분이 넘는 롱테이크 신과 그에 버금가는 압도적인 신이 등장하는 작품으로 여성작가 P. D. 제임스의 <칠드런 오브 맨>(1992)이 원작이다. 오늘날 ‘난민’과 ‘저출산’ 같은 인류가 처한 문제들을 숭고한 메시지와 희망을 담아 전한다.

<칠드런 오브 맨>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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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

Gravity│2013│감독 알폰소 쿠아론│출연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의료 공학 박사 ‘스톤’(산드라 블록)은 팀원들과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다 폭파한 인공위성의 잔해가 날아와 부딪히면서 홀로 적막한 우주에 남겨진다. 얼마 남지 않은 산소와 연료, 무엇보다 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우주에서 그는 살아 돌아올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영화는 외계인의 출현이나 전쟁 장면 하나 없이도 90분간 긴장감을 놓치는 법이 없다. 게다가 20분이나 되는 오프닝 장면을 포함한 감독의 고집스러운 롱테이크 연출 기법은 잘 짜인 동선, 풍부한 사운드와 입체감으로 관객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영화는 광활한 우주를 통해 생명의 경이로움과 휴머니즘을 잘 담아낸 수작으로 손꼽힌다. 우주 공간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촬영 기법이 궁금하다면 아래 5분짜리 제작과정 영상을 확인해보자.

<그래비티> 메이킹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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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가크>

Aningaaq│2013│감독 조나스 쿠아론│ 출연 오르토 이그나티우센 라즈라 랜지│7분

영화 <그래비티>에서 ‘스톤’(산드라 블록)이 라디오 주파수로 미지의 상대와 이야기하는 에피소드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아닌가크>는 그린란드에 사는 에스키모인 ‘아닌강’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는 영어를 알아들을 수 없지만 병든 개를 보내줘야 하는 슬픔과 아이에 대한 사랑을 스톤에게 들려주고 두 사람은 개와 아이의 울음소리를 통해 교감한다. 그것은 암흑 같은 우주에서, 죽음을 앞둔 절망 속에서 솟아난 한 줄기 빛과도 같다.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이 다른 이에겐 기적 같은 희망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아닌강> 전편 바로보기

 

<디시에르토>

Desierto│2015│감독 조나스 쿠아론│출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제프리 딘 모건, 알론드라 히달고

주인공 ‘모세’(가엘 가르시아 베르날)는 미국에 있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멕시코 국경을 지나 밀입국을 시도한다. 그러나 사막 한가운데 미국인 킬러 ‘샘’(제프리 딘 모건)이 등장하여 그의 일행을 무참히 총살한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모세는 킬러의 눈을 피해 몸을 숨길 만한 곳을 찾는데. 스페인어로 '사막'이란 뜻의 <디시에르토>는 ‘살아남으려 하는 자’와 ‘죽이려는 자’의 추격전을 그린 생존 스릴러 영화로, 거친 핸드헬드 기법과 최소한의 대사를 통해 몰입도 있게 그려냈다. <그래비티>의 기획 단계부터 이 영화를 준비하고 있던 조나스 쿠아론 감독은 완벽한 촬영지를 찾는 데만 2년여를 쏟아부었고, 영화는 ‘우주’ 공간이 아닌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은 광활한 ‘사막’으로 무대를 옮겨 또 다른 ‘극한’의 상황을 완성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 동생 카를로스 쿠아론이 제작을 맡은 이 영화는 ‘제15회 마라케시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과 ‘제4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FIPRESCI상)을 받았다.

<디시에르토>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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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Los Angeles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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