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과 휴가가 어느 때보다 간절한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꼭 들려주고 싶은 이름 ’No Vacation’을 소개한다. 샌프란시스코대학교 내에서 결성한 밴드 No Vacation은 말 그대로 방학도 없이 열심히 노래를 불러온 덕에 이제는 미국 등지에서 순회 공연을 펼친다. 아직 국내에는 낯선 밴드지만,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그 인기를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당장 휴가를 누릴 수 없을 땐 No Vacation의 음악을 들어보라 권하고 싶다. 햇볕에 반짝이는 파도와 맑은 바닷바람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청량한 멜로디는 두 귀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휴식이 될 것이다.

밴드 No Vacation 멤버. 왼쪽부터 Harrison Spencer(Guitar), Nat Lee(Synth), Marisa Saunders(Bass), Sabrina Mai(Vocals, Guitar), James Shi(Drums)

No Vacation은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5인조 밴드다. 원래 밴드의 시작은 보컬과 기타를 맡은 Sabrina Mai와 현재 멤버에는 없는 Basil Saleh를 주축으로 한 듀오였다. 샌프란시스코대학교 내 친구였던 두 사람은 우연히 서로의 음악을 듣게 되었고, 곧장 함께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 겨울방학 내내 녹음 작업에 몰두한 두 친구는 방학이 끝난 2015년 4월, ‘No Vacation‘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총 8곡을 담은 첫 믹스테이프 앨범 <Amo XO>를 발표했다.

<Amo XO> 수록곡 중 선공개한 'Beach Bummer'. 앨범 커버 속 인물은 멤버 Basil Saleh과 Sabrina Mai

밴드 이름의 속뜻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개학을 앞둔 대학생의 치기 어린 반항처럼 들리기도 하는 No Vacation은 사실 Basil의 가벼운 농담으로 탄생했다. 당시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던 Basil은 미뤄둔 공부와 새로 시작한 음악 활동을 바쁘게 병행해야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방학을 보낸 그는 첫 믹스테이프를 완성한 후 곧장 ‘방학은 없다’는 말로 밴드의 정체성을 정했다. 방학을 즐길 새도 없이 음악에 충실했다는 뜻이다.

No Vacation 'August' MV

철저히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풍경에 영감을 받은 No Vacation은 도시의 다양한 이미지를 멜로디와 가사에 녹였다. 이들은 곡의 장르를 두고 스스로 ‘포스트 프로피컬 새드코어(Post-Tropical Sadcore)’라 설명하는데, ‘달콤하고 맑은(Post-Tropical)’ 멜로디에 ‘슬픈(Sadcore)’ 가사를 주로 사용하는 곡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여름날에 떠오른 그리움을 노래한 ‘August'나 경쾌한 멜로디에 사랑의 고통을 담은 ‘Beach Bummer’를 들어보면 그 모호한 장르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다.

No Vacation 'Dræm Girl'

첫 앨범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음악 작업에 몰두한 No Vacation은 함께 연주해온 세션 멤버들을 합쳐 5인조 밴드로서 2015년 7월 두 번째 앨범을 발표한다. 타이틀곡 'Dræm Girl'을 포함한 세 곡을 담은 EP 앨범 <Summer Break Mixtape>이다. 이번 곡들 역시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기타 멜로디 위로 얹혀진 아이러니한 정서가 인상적이다.

Via No Vacation facebook

쉴 새 없이 곡을 만들 것 같았던 No Vacation은 예상밖의 휴식기를 갖는다. 그사이 초창기 멤버인 Basil이 빠지고 새 멤버 James Shi가 더해졌다. 밴드 색깔도 사뭇 달라졌다. 이제는 조금 더 명확한 이미지의 드림팝, 서프록을 지향한다. 새로 정비한 다섯 명의 멤버는 2017년 3월과 5월, 새 싱글 곡 ‘Mind Fields’와 ‘Yam Yam’을 연달아 발표했다. 공백기를 거치며 느꼈던 고독과 향수를 바탕으로 미래를 향한 희망을 담았다. 그래서인지 전 앨범보다 훨씬 활기차고 발랄하다. 특히 이번 싱글을 계기로 No Vacation은 명백히 여름의 밴드로 거듭난 느낌이다. 가뿐한 연주와 편안하면서도 영롱한 목소리를 듣다 보면 해변가에 나른하게 누워있거나, 파란 바다 앞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장면들이 영락없이 떠오른다.

No Vacation ‘Mind Fields' MV

2016년부터 틈틈이 공연을 이어온 No Vacation은 SNS와 사운드클라우드, 밴드캠프를 기반으로 열렬한 호응을 얻고 있다. 그에 힘입어 2017년 초에는 음반 레이블 Topshelf Records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었다. 그 해 5월부터 6월까지는 시애틀, 샌디에이고, LA 등을 누비며 순회 공연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본격적으로 여름을 겨냥하기 시작한 이들은 레이블에서의 첫 정식 EP 앨범을 곧 발매할 예정이다. 새롭게 선보일 No Vacation의 음악이라면 한껏 뜨거워진 계절에 달콤한 휴식이 되어줄 것이다.

No Vacation 사운드클라우드 
No Vacation 페이스북 
No Vacation 밴드캠프 
Topshelf Records 홈페이지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