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킨(Glen Keane, 1954~)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전설이 된 캐릭터 애니메이터이다. 만화가인 아버지 밑에서 예술적 재능을 키운 그는, 캘리포니아 예술학교(California Institute of Arts) 졸업 후 곧바로 디즈니에 들어가 37년을 일했다. 그의 손을 거친 디즈니 영화는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포카혼타스>, <타잔>, 가장 최근의 <라푼젤>까지 이어진다. 2013년 디즈니를 떠나며 ‘디즈니 레전드(Disney Legend)’로 선정되기도 했다.

디즈니에서 <라푼젤(Tangled)> 캐릭터를 작업하고 있는 글렌 킨

그는 디즈니를 떠난 후 몇 달 되지 않아 구글(Google)의 자회사 모토롤라(Motorola)의 ‘Advanced Technology and Projects Group(ATAP)’에서 개발자들과 함께 모바일 환경에서의 인터렉티브 애니메이션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약 6개월 후 구글의 I/O 컨퍼런스에서는 그의 첫 작품인 단편 애니메이션 <Duet>을 발표했다. 여자 아이와 남자 아이의 성장과 사랑에 관한 단순한 스토리지만, 전설적인 애니메이터답게 서정적인 디테일을 담고 있다. 파란색 배경과 흰색 배경의 두 가지로 감상할 수 있다.

파란색 배경의 단편 애니메이션 <Duet>

 

흰색 배경의 단편 애니메이션 <Duet>


구글 산하 ATAP 그룹의 책임자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글렌 킨은 자신에게 뭘 원하는지 물어보았고, “뭔가 아름답고 감동적인 수제 애니메이션”이란 대답을 들었다. 그는 연필로 1만여 장의 원화를 그려, 초당 60장이 들어간 3분 길이의 <Duet>을 완성하였다. 전통적인 애니메이션은 초당 24장인데 비해 더 많은 프레임이 사용된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모바일 사용자의 애니메이션 경험을 극대화하는 방식의 서비스로 모바일 기기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이 부가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Duet>의 메이킹 영상

할리우드에서 실리콘 밸리로 옮겨간 전설적 애니메이터의 작품이 대형 스크린이 아닌 작은 스크린의 모바일 환경에서 어떤 경험을 제공할 지 궁금해진다. 컴퓨터의 렌더링 엔진을 배제하고 그의 손으로 1만 장을 직접 그렸다는 것은, 구글의 프로젝트가 모바일 사용자의 애니메이션 제작 경험을 지원하는 서비스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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