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빵집 멤버 김재훈(좌), 한성욱(우).
사진 이강혁 (장소협찬 공중캠프)


제20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출신의 재능 있는 두 사람이 만났다. 각각 기타와 피아노를 연주하는 한성욱과 김재훈이 같이 곡을 쓰고 노래를 부른다. ‘동네빵집’의 음악은 그 이름처럼 다정하고 친숙하다. 마침 지금 계절에 들으면 더 좋은 음악이다. 동네 빵집에서 슬며시 새어 나오는 달곰한 냄새가 어떻게 할 도리없이 발길을 붙드는 것처럼, 은근히 끌리는 두 남자와의 유쾌한 대화를 들여다보자.

항상 이 질문을 첫 번째로 받았을 것 같아요. 왜 이름이 ‘동네빵집’이에요?
성욱 이름은 재훈 형이 지었어요.
재훈 지금은 소속사가 있지만, 회사 없이 밴드를 시작할 무렵엔 음악 시장에서 저희가 처한 상황과 동네 빵집의 상황이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대기업 브랜드 빵집들에 비해 동네 빵집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있잖아요. 그런데도 각자 개성을 가지고 꿋꿋하게 지켜나가는 동네 빵집들이 있고요. 그런 동네 빵집들처럼 우리도 열심히 해보자는 뜻이에요. 또 동네 빵집이라는 말이 주는 푸근한 느낌도 좋았고요.

멤버 예명 ‘폴 바겟(한성욱)’, ‘소보로 킴(김재훈)’은 어떻게 만들어진 거예요? 혹시 본인들이 좋아하는 빵에서 따온 건가요?
재훈 원래는 장난으로 팀 이름이 동네빵집이니까 그냥 '소보로 킴'으로 해버릴까 말하던 것이 굳어져서 이렇게 됐어요. 별다른 의미는 없어요.
성욱 저는 처음에 예명을 ‘폴 그레이’라고 했었는데 팀 소개할 때 너무 오글거리는 거예요. 소보로랑 다르게 빵 이름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도 그냥 빵 이름으로 해야 할 것 같아서 ‘폴 바겟’으로 바꿨어요. 바게트 좋아하긴 해요.

두 멤버가 각각 2009년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수상을 했는데, 어떻게 듀오로 앨범을 내게 된 거에요?
성욱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이후에 출신 동기끼리 자주 만났어요. 개인적으로 듀오로 활동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던 중 재훈이 형 음악을 들었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한 번 해보자고 얘기했죠.
재훈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음악을 이 친구가 되게 잘하는 거예요. 그때부터 ‘같이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죠.
성욱 같이 처음 싱글 앨범 [버스]를 냈을 때 무슨 돈으로 했는지 모르겠어요. 싱글 내고 나서 저희 음악을 알리려고 크고 작은 공연을 여기저기 다녔어요. 그 후로 정규 앨범을 내려고 크라우드 펀딩도 했고요. 물론 주변 도움도 많았어요. 원래 친한 형이었던 지금의 소속사 대표님 덕분에 스튜디오에서 어려운 녹음도 할 수 있었어요. 1집 앨범을 들으시면 알겠지만, 현악도 들어가고 세션이 화려해서 녹음하기 더 힘들었거든요. 저희 음악을 좋아하고 또 힘든 상황을 잘 아니까 그렇게 도움을 준 거죠.

▲ 사진 이강혁 (장소협찬 공중캠프)

평소 좋아하거나 영향 받은 뮤지션이 있는지 궁금해요.
재훈 김동률 씨를 정말 좋아해요.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노래를 들었다고들 하잖아요. 정말 그랬어요. 그만큼 좋아했고 따라 불렀기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죠. 목소리 톤이 비슷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사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성욱 정말 똑같이 부르라고 하면 할 수는 있는데, 형이 안 하는 거죠. 너무 비슷할까 봐.
재훈 예전엔 주변에서 너무 비슷하다고 해서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이제는 비슷하더라도 신경 안 쓰고 제가 편한 대로 해요.
성욱 저는 루시드 폴 좋아해요. 포크 계열 뮤지션과 음악을 좋아해요.
재훈 그럼 예명에 ‘폴’ 들어간 것도 루시드 폴 때문이야?
성욱 그 이유가 있는 것 같기도 해.

포지션이 다른 두 싱어송라이터가 만난 거잖아요. 음악적 성향은 잘 맞았는지, 같이 작업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는지 궁금해요.
성욱 둘이 성향은 많이 다르죠. 서로 잘하는 장르가 완전 달라요. 재훈이 형은 발라드, 저는 포크고요. 그래서 1집 앨범은 서로 양보한 앨범이었는데, 둘의 음악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것 같아요.
재훈 같이 작업할 때 힘든 점은 거의 없어요. 같이 시작하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모험이었는데, 생각보다 잘 맞았어요. 성욱이가 쓴 곡 중에 듣자마자 마음에 든 것도 있었어요.

곡들이 정말 동네 빵집처럼 친숙해요. 인디신에서 ‘동네빵집’의 음악은 어떤 위치일까요? 그리고 음악을 통해 전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재훈 한국에서는 인디가 특정 장르를 대표해서 쓰이곤 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미니멀한 악기 구성이나, 기존과 다른 특별한(?) 장르를 인디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그런데 ‘인디’로, 그러니까 직역하면 ‘독립적’으로 음악을 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독립적인 뮤지션에게도 대중가요 같은 친숙한 음악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들려주고 싶어요.

▲ 사진 이강혁 (장소협찬 공중캠프)

최근 발표한 ‘괜찮아요’는 어떤 곡이에요? 다른 곡들에 비해서 세션 구성도 화려하고, 가장 최근 곡인만큼 기대가 컸을 것 같아요.
성욱 더 잘 만들 수 있는 곡이었는데, 노력에 비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곡이에요.
재훈 마케팅 측면보다는, 녹음이나 편곡 면에서 조금 더 친숙하게 만들고 싶었는데 저희의 마이너한 색깔이 들어갔던 것 같아요.

올해 1월에 발표한 곡 ‘서른’도 인상 깊었어요. 네이버 뮤직 '이 주의 발견'에도 선정되었죠. 서른을 몇 해 넘긴 두 사람의 이야기가 자연히 녹아 있을 것 같아요.
성욱 사실 딱 서른일 땐 아니고, 서른둘에 썼던 노래예요. 가사 중에 ‘세상이 가르쳐준 대로 가라 하는 대로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은데 도무지 그럴 용기가 나지 않고’라는 부분이 있어요. 이 가사를 떠올리면서부터 완성해나간 곡이에요. 꼭 제 마음 같았어요. 서른이 넘어가면서 용기가 약간 없어졌던 것 같아요. 모두가 그 시기 즈음에 느끼는 감정일 거라고 생각해요.
재훈 ‘서른’은 연주와 녹음이 굉장히 잘 된 곡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둘 다 좋아하는 곡이에요. 그런데 연주와 녹음이 저희 생각대로 되었다고 해서, 꼭 사람들이 알아주고 사랑해주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회의감이 들기도 했고 아쉬웠죠.
성욱 개인적으로는 막상 서른 지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어요. 이때부터 이런 생각이 시작되는 거죠. ‘아, 내가 서른이 되었구나!’

‘동네빵집’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들 중 다가오는 겨울에 어울릴 만한 곡을 꼽는다면요?
재훈 ‘바람이 불어오고’라는 곡이요. 팀 시작하기 전에 이 친구가 데모버전을 들려줬는데, 바로 ‘크으’ 감탄사가 나오고 절로 술 생각이 나더라고요. 듣자마자 스트링 편곡도 바로 떠올랐고요. 사실 이 곡을 듣고 이 친구랑 같이 해보면 좋겠다고 느꼈어요. 성욱이가 쓴 곡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에요.
성욱 얼마 전에 밤에 잠이 안 와서, 저희 정규 1집 앨범을 정주행했는데 정말 좋더라고요.(웃음) 정규 1집 두 번째 곡 ‘바람이 불어오고’는 대놓고 쓸쓸하고 슬픈 음악이라, 찬 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에 잘 어울릴 것 같네요.

▲ 사진 이강혁 (장소협찬 공중캠프)

이번에 엔터크라우드에서 기획한 ‘이색공연’에 ‘바른생활’과 참여하게 됐는데, 공연 컨셉이 ‘이색습관’이더라고요. 작업 습관과 관련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재훈 저는 곡을 발효시켜요.(웃음) 곡을 되게 오래 쓰는 편이에요.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을 계속 수정하다 보면 한 달이 가고, 그러다 보면 또 한 달이 지나요. 좋은 곡을 들려주고 싶다는 욕심이 조금 과한 것 같아요.
성욱 저는 길을 걷다 가도 뭔가 떠오르면 바로 핸드폰에 녹음해요. 그게 멜로디가 되기도 하고 가사나 제목이 되기도 하고요.

최근 출연한 ‘스윗소로우’ 김영우의 [스윗사운즈]에서 노래하고 얘기하는 모습이 재밌었어요. 라이브 무대에서만 볼 수 있는 ‘동네빵집’의 매력이 있는데, ‘이색공연’ 이후 라이브 계획은요?
성욱 아쉽지만, 아직 다음 공연 계획은 없어요. 사실 이제부터 다음 앨범 작업에 몰두하려고 해요.
재훈 재작년까지만 해도 라디오도 출연하고 여기저기 많이 다녔는데, 올해는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예년보다 공연 활동이 적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조금 정비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더욱 좋은 음악을 가지고 활동하려고 해요.

동네빵집을 만나고 싶다면 이 공연에 주목하라
[이색공연 VOL.3 이색습관] 동네빵집 X 바른생활


엔터크라우드(entcrowd)에서 진행하는 '이색공연'은 매달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인디 뮤지션 두 팀을 선정, 이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사진, 영상과 함께 풀어 나가는 공연이다. 지난 8월에는 '이색여행', 9월엔 '이색소원', 10월에는 '이색습관'이라는 테마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소극장식 공연장인 폼텍웍스홀에서 열린다.

출연 동네빵집, 바른생활
일시 10월 27일 목요일 20:00
장소 폼텍 웍스홀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3길 34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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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빵집 '괜찮아요' 라이브 [바로가기]
동네빵집 '바람이 불어오고' 라이브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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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kuchu-cam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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