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한림원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한 지난 2016년 10월, 밥 딜런은 75세의 고령임에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닐 영, 폴 메카트니, 롤링 스톤즈 같은 레전드 가수들과 공연 중이었다. 그는 수상 발표 후 긴 시간 이에 관해 어떠한 코멘트도 내놓지 않고 있다. 각종 뉴스나 SNS에서 벌어지는 그의 자격 논쟁들을 보면, 자존심 강하고 무엇 하나 부족할 것이 없는 그로서 수상을 거부하거나 무시할 가능성도 높아 보이기까지 했다.

2016년 노벨문학상 발표 영상

밥 딜런의 수상에 대해 반발하는 논리의 요지는, 작사(Songwriting)가 문학(Literary)과는 다른 범주라는 것. 문학은 읽혀지는 것으로 독자의 능동적 참여가 필요하지만, 가사는 노래의 일부로 구성되어 청취자의 몰입도가 비교적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미 1960년대부터 그의 가사는 문학적 평가의 대상이었고, 문학 평론가들의 평가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그를 문학적 관점이 아닌, 음악적 관점에서 평가해야 공정하다는 뜻일 테다.

이례적으로 젊은 취향의 디지털 매체 바이스 뉴스(Vice News)에서 “노벨상의 실패: 밥 딜런은 전설이긴 하나 이 상에는 적합치 않다(Nobel Failure: Bob Dylan is a legend, but doesn’t deserve this award)"라는 제목의 비판적 기사를 내기도 했다.

당시 SNS에서도 논쟁이 뜨거웠다. 한 평론가는 트위터에서 “마치 1953년 윈스턴 처칠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했던 것처럼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논평했다. 미국의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는 익살스럽게 “나는 그의 수상이 기쁩니다. 그렇다고 내가 그래미상을 탈수 있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겠죠?”라고 슬쩍 비꼬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나도 댓글을 열심히 달면 언젠가는 노벨문학상을 탈 수 있을 것” 같은 댓글이 달렸다. ([관련 기사])

반대로 그의 수상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문학가들도 많았다. 밥 딜런의 가사는 하모니카와 기타 없이도 충분히 시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음악 평론가는 “고상한 예술과 저급한 예술이라는 오래된 이분법이 무너진 지는 오래되었다. 그의 수상은 이 현상을 공식화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수상의 적정성에 관한 뜨거운 논쟁은 차치하고, 당시 75세였던 밥 딜런이 지난 50년간 문학과 음악을 넘나들며 예술에 공헌한 미국 팝 문화의 아이콘이라는 건 무엇보다 자명했다. 자신의 예명을 시인 딜런 토마스(Dylan Thomas)에서 따올 만큼 시에 심취했던 그는 반전, 평화, 인간의 본질을 가사에 담아왔다. 그의 가사에 문화적 가치가 있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문학적 가치가 있는 지에 대한 평가는 개인의 몫일 터. 그의 대표적인 음악 4곡을 가사와 함께 음미해 보자.

 

‘Blowin’ in the Wind’ (1962)

반전 데모송의 대명사로 불렸으며, 1994년 그래미시상식 명예의 전당에 헌정된 곡이다. “The answer is blowing in the wind”라는 귀절은 “대답이 앞의 바람처럼 명확하다” 또는 “잡기 어려워 바람에 흩어진다”라는 정반대의 뜻으로 해석되기도 하며, 밥 딜런 자신도 어느 쪽인지 명확히 밝힌 바 없다.

Bob Dylan 'Blowin' in the Wind'(Lyrics)

 

‘Like a Rolling Stone’ (1965)

영국 순회공연에서 돌아온 밥 딜런이 가수 생활에 대한 자괴감과 후회를 토로한 곡. 일설에는 가사에 나오는 “Ms. Lonely”가 그가 싫어한 앤디 워홀의 연인이었던 에디 세즈윅(Edie Sedgwick)을 칭하고, 그를 풍자하여 쓴 곡이라는 주장도 있다.

 

‘Mr. Tambourine Man’ (1965)

‘탬버린맨’이라는 캐릭터가 무엇을 은유하는지 논쟁이 된 곡이다. ‘마약’이라는 설과 ‘종교적 구도자’라는 설도 있다. 그가 미국 횡단여행 직후 뉴올리언스의 마디그라스 축제에서 느낀 경험을 그린 것이라는 주장도 힘을 받는다.

Bob Dylan 'Mr. Tambourine Man' (Lyrics)

 

‘Knockin’ on Heaven’s Door’ (1973)

서부영화 <관계의 종말(Pat Garrett and Billy the Kid)>(1973)에 삽입된 곡으로, 총을 맞고 죽어가는 보안관을 묘사하였다. 단순한 가사로 오히려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밥 딜런 스스로 최고의 가사라고 평가하는 노래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It’s Alright Ma. (I’m Only Bleeding)’이다. 멜로디를 최소화한 채 나직이 읊어 내려가는 긴 가사가 인상적인 곡으로, 미국 문화에 내포된 위선, 상업주의, 소비주의, 전쟁심리를 꼬집는 내용이다. 국내의 한 블로거가 친절하게 전체 가사를 번역해 놓았으니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It’s Alright Ma. (I’m Only Bleeding)’ 가사와 뮤직비디오 보기